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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May 06. 2022
무의식이 말하고 싶은 것
융 심리학에서 배우는 불안 대처법
새 비전을 찾아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지만 이따금씩 불안에 휩싸이는 나.
타인 앞에서 발표만 하면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이내 목소리를 떨어 버리는 나.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괜찮냐며 불안함을 호소하는 후배.
그리고 오늘, 아무 이유 없이 불안해져 버려 괴롭다며 나를 찾아주신 분까지.
최근 내 주변을 계속 배회하는 단어는 '불안'이다.
감사하게도 내게 찾아오는 불안은,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마음 근육 덕분인지 대부분 약해 보인다.
간혹 내 마음 근육이 강해졌음을 모르는 큰 불안들이 찾아와도 이내 크게 혼쭐이 나서 금세 도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 근육이 약했던 예전의 내게는 불안을 물리치기 위해 창과 방패가 필요했었다.
그래서 나를 찾아주신 소중한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현재 내가 드릴 수 없는 '치료'라는 창을 제외한 공감, 도움되는 이야기, 응원이라는 방패라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도 정도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모든 분들이 수용하시는데, 그러면 희한하게도 내 마음에는 상승된 자기 효능감과 함께 이것이 남는다.
작지만 선명한 불안감.
정신과 치료를 받던 초기, 선생님 역시 나의 상황을 공감하고 응원하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나 가끔 어떤 이야기들은 힘든 나를 더 짓누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론이야 알겠는데, 내가 그렇게 못하겠으니 더 자책하게 되거나 괴로웠던 것이다.
심한 날은 공감받지 못한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런 날은 '그래도 나를 위해 이야기하시는 건데, 알겠다고는 말씀드리자'라는 생각으로 대답하기도 했었다.
아마도 이 기억이 나를 찾아주신 분들께 겹쳐 보이면서 죄송한 마음에 불안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렇게 작지만 선명한 불안감을 가진 채 '융 심리학' 강의(
융 심리학 에센셜 클래스 무료 배포 (brunch.co.kr)
)를 듣다가 나름의 좋은 예시가 떠올라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정신과에서는 불안증에 대해 그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치료'가 주라면,
융 심리학은
그 불안증이 무의식에 있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불안
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인지를
해독
하는 관점이라고 한다.
그래서 잘 해독하면 다음에 또 그런 증상을 마주해도 조금 더
안심
하고
경험
할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도 이 이론을 접하기 이전에 직접 체험을 한 적이 있어서 강의를 듣자마자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확 와닿았다.
하지만 만약 모른 채 이론만 들었다면 '무슨 소리지?' 혹은 '이해는 가지만 정말 그럴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고 이에 현실의 예시를 만들어 보았다.
예를 들어
언제부턴가 갑자기 고양이가 문 앞에 나타나서 크게 울어 너무 괴롭다(불안)고 가정 하자.
그럼 당장 그 소리를 멈추려고 문을 '쾅'치면 도망가서 조용(치료)해지겠지만 다시 또 나타나서 시끄럽게 하면 너무 괴로울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왜 이 집에 살아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는 '내가 아무리 내쫓아도 찾아오는 걸 보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임이 분명해'라고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고양이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체 왜 이렇게 괴로운 거지?'라고 할 수도 있다.
이때 융 심리학이 이야기하는 관점을 적용하면 어떨까?
1. 밖에 나가서 괴로움(불안)이 시끄럽게 우는 고양이(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2. '고양이는 왜 울고, 왜 하필 우는 곳이 우리 집 앞이고, 왜 매번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거지(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라는 생각을 해본다.
3. 고양이를 자세히 살피다 보니 배가 불룩한 것이 보인다.
4. '고양이 임신'을 검색해보자 '고양이는 출산이 임박하면 본능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게 되는데 마땅한 곳이 없으면 울부짖으며 도움을 요청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5. 동네에서 유일하게 아늑한 마당이 있는 우리 집이 안전하다고 판단해 찾아왔으나 딱히 정착할 장소를 찾지 못해 울었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해독)
6. 안쓰러운 마음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준 후부터 울지 않는다.
7. 엄마 고양이는 출산 후 건강한 모습으로 새끼들과 함께 거처를 옮겼고 평화가 찾아온다.
8. 해가 바뀌고 비가 많이 내리는 어느 날, 빗소리를 넘어서는 아주 큰 울음소리가 들린다.
9. 또 시끄러운 소리(불안)를 들었지만 이전(해독)의 경험 덕에 '엄마 고양이구나! 비록 많이 시끄럽지만
이해할
수 있어(안심)'라고 생각하며 고양이를 맞이하러 갈 수 있다.
'출산이 임박하여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가 울부짖는 소리'라는 사실 인지 여부에 따라 실제 소리의 크기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체감하는 괴로움이 달라질 수 있고 만약 더 나아가 적절한 대처로 울음을 멈추게까지도 할 수 있으면 성장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예시가 와닿지 않았거나 와닿아도 실행하지 못한다 해서 자책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먼 훗날이라도 좋으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저 단 한분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소명은 다 한 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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