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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Feb 04. 2022

엄마가 없어도 괜찮아~

잘 먹고 잘 사는 크림이

시애틀에 와서 매일 엄마랑 통화를 했다.


엄마, 누가 와서 쿠키 산책시켰어요?

밥은 줬어요? 물은 서너 번씩은 갈아줘야 돼요.

크림이 화장실은 치웠어요?

모래를 더 담아줘야 되는데.

참!! 엄마는 지내시기 괜찮아요??


엄마 안부는 뒷전이고 쿠키 앤 크림이 얘기만 묻는

나쁜 딸년.

쿠키야 우리 엄마가 손주 삼은 지 오래라 쿠키와의 라포는 걱정 없지만 크림이는 어떨지 궁금했다.

엄마는 크림이가 안방  침대 건 어디건 길게  누워 자다가도 엄마만 나타나면 도망을 간다고  매우 섭섭해하셨다.   

 "쟈는 왜 나만 보면 도망을 간다니. 내가 뭐 어쩐다고?"

음...  그렇지. 역시 크림이는 내가 엄마였어! 나만 좋아했었군!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근데 한 이틀이 지난 후부터  자꾸만 엄마가 크림이 사진을 보내주신다. 처음엔 남편하고 애들하고 공유하며 귀엽다 빨리 보고 싶다를  연발했다.  

하지만 계속 전달되는 크림이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엄마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고 있다.

완전 엄마 껌딱지가 된 것이다.

엄마 식사하시는 데 와서~
엄마가 부엌치우는데 참견
창고정리하는데  꼭대기로 올라가더니 ㅡ잠까지 쌔근쌔근!


남편과 딸이 내일 드디어 서울행 비행기를 탄다고

전화를  드리니 엄마가 한 톤 높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격리 중 먹을 반찬 뭐해놨고 뭐해놨고...

"그런데 얘 ,  크림이는 강아지 같더라 " 하신다.  쿠키는 아무리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산책시키고  잘해줘도 대부분의 시간을 현관 앞에  엎드려 가족을 기다리는것 같은데, 크림이는 하루 종일 엄마를 따라다니며 다리에 팔에 매달려 비비고 야옹거리고  엄마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가족이 떠날 때도 '가든지 말든지'의 쿨한 자세를 보인 크림이,  음  네가 그렇단 말이지~


"어쩜 고양이가 이렇게 애교도 많고 깜찍하다니?"

첨엔  보기만 하면 부리나케 도망간다고 섭섭해하시더니 엄마도  크림이  애교에 푹 빠지신 모양이다.



어이구,  이 귀여운 여시 같으니.

못 지내는 것보다야 천 배 만 배 기쁜 소식이긴 하지만 아들 일로  2월 말에나 집에 가는데 그때 크림이는 나를 거들떠나 볼지 갑자기 맘 한편이  깝깝해진다.  본질을 알면서도 서운하다. 아직도 집사  적응이 덜된  나 , 뭐 괜찮다,  충성심 가득한 쿠키  한 마리,  열 마리 냥이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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