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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Oct 07. 2021

시고르자브종을 아시나요~~

쿠키 앤 크림이에 대한 진실

"얘는 무슨 종이예요?!"  

"어느 나라 개에요.?"

쿠키와 함께 산책을 하다 보면 쿠키 친구들을 자주 만난다. 강아지끼리는 그들만의 인사법이 있는데

서로 엉덩이 냄새를 맡고 얼굴을 갖다 댄다.

  '너를 해치지 않아, 궁금할 뿐이야~'라는 호감의 표시로 꼬리는 박자기처럼 바쁘게 움직인다.

강아지들끼리 인사를 나눌 때 보호자들 역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쿠키는 딱 보면 무슨 종인지

알 수가 없는 모양이다.


"저희 애는 시츄와 말티즈 믹스견이에요~^^"

"어머 그러고 보니 얼굴은 몰티즈 같고 몸의 무늬는 시츄 같기도 하네..."라고 유쾌한 대화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 미안해하는 분들이 있다.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을  밝히게 해서 서로 분위기 안 좋아지는 경우같이?!(정말 당황스럽다)

또는  "어머 잡종이구나~" 하는 아주머니,

"어허 똥개구먼"이라고 웃는 할아버지도  계시다. 고급스럽게 보여서 아주 비싼 개인지 알았다는 것이다. 고급스럽게 봐주신 건 너무 감사한데

잡종이라 실망한 부분은 나도 실망스럽다.


순종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강아지는 얼마 짜리고 강아지 혈통이 어떻고 집안이 어떻고...

So What?! 그래서 어쩌라구요!


친정에서 30년간 십수 마리의 개를 키웠을 때도

진돗개 셰퍼드 같은 순종도 키웠지만 똥개도 많이 키웠다. 물론  어린 시절의 내 눈에는 진도에서

혈통서까지 가지고 온 조리나 조리 색시 보배,

독일에서 온 셰퍼드에게 좀 특별한 마음을 가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걔네들은 훈련소로 보내져 훈련을 받고 오기도 했고 셰퍼드는 키가 크다고 큰 키에 맞춰 전용 식탁에 밥그릇을 놓고 먹었다.

(그런데 훈련을 받은 셰퍼드나 믹스견 메리나 앉아,기다려, 악수, 엎드려 등 기본적으로 알아듣는 건 똑같았다...)

내가 고민을 터놓는 친구로 조리를 지정하고 항상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조리가 진돗개 순종이라

똑똑하고 용맹하기 이를 데 없을 거란 기대도 한 몫했을 것이다.

그래도 밥은 순종 개들이나 똥개들이나 똑같은

메뉴로 제공됐고 다들 마당에서 같이 살았다.

의식주 하나 차별도 없었고 본능적인 서열 정리는 있어도 자기가 순종이라고 잡종개를 무시해서 싸움이 붙는 일은 없었다. 그들의 세계에 무시와 거들먹거림은 없다. 그런 건 인간 세상에나 있는 것이다.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이 있었지만 우리집 마당은 늘 평화로웠다.


수백만 원 짜리 강아지 건 혈통이 있건 유기견이건  강아지들의 본질은 똑같다. 

주인을 사랑하고 믿는 반짝이는 눈망울과 주인의 냄새를 좇는 촉촉한 코, 그리고 주인만을 바라보고 공감하는 착한 마음을 가졌다.

돈많은 사람이 고기를 던져준다고 주인을 바꾸는 일은 하늘이 두쪽나도 일어나지 않는다.

필요할 때만 주인에게 꼬리치는 일도 없고 서운하게 한다고 으르렁거리지도 않는다.

개장수에게 보신용으로 팔아 넘긴 주인에게 또다시 꼬리치며 찾아오거나  도로에 버린 주인의 차를 쫓아 하염없이 뛰어가는 눈물 나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개의  본질을 아는 순간, 순종과 잡종의 구분은  사라지는 것이다.


순종 개를 키우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오로지 순종만을 고집하며 잡종을 비하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설마 순종 강아지를 혹시 자기가 매고 다니는 에르메스나 샤넬의 명품 백이나 보석 혹은  슈퍼카 정도의  플렉스로 여기는 이들이 있지는 않을지?

 에이 아니겠지. 아닐거야.


오랜 시간 강아지와 함께하면서 소중한 건 오직 하나다. 그들의 건강.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자식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완벽해 보이는 이웃집 아이와 비교하고 평가하고 다그치다가 어느 날 깨닫는다.

아무리 공부 잘하고 명문대 가고 말 잘 듣고 완벽한데 건강이 안 좋으면 다 무슨 소용 일까.


수많은 욕심은 하나의 소망으로 간결해진다. 다 필요 없고 그저 심신이 건강하기만 해 다오..


순종은 혈통 지키기로 인한 근친상간 때문에 대를 이을수록 치명적인 유전병이 생길 수 있다.

주인에게도 당사자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사랑만큼 돈도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애기 때의 필수 예방접종부터 중성화 시술비, 매달 두번 이상의 미용비, 매년 광견병 독감 주사,게다가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기본이다.

 그밖에 사람과 똑같은 질병을 앓는 강아지들이다 보니 갑자기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지출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아무리 사랑해도 반려동물이 아플 때 지불해야 할 비용이 없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2~3년 깜찍했던 강아지가 개가 됐을 때 버려지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도 건강 비용과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순종만을 고집할 때는 유전병과 치료비 비용문제도 미리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얼마 전, 강아지 종 중에  '시고르자브종'이 있다는 얘길 첨 들었다.

오... 불란서에서 온 종인가?? 입에 짝 붙질 않아 몇 번 되뇌어봤더니... 시골 잡종... 잡종이란 말이 거슬리니 고급스러운 불란서 말같이 만든

언어 유희에 파안대소했다.

우리 쿠키앤 크림은 시골 잡종은 아니고 서울 잡종이니 '서우르자브종'이다.


잡종의 장점은 아무래도 종들이 섞이다 보니 열성 유전자의 희석으로 인해 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 될 것이다. 단점이라면 어릴 때 모습으로 성견의 모습을 추측하기가 어려워 다 큰 후

상상했던 그 강아지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키워 가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고

 예상치에 근접할 수도 있으니까.

지능도 순종과 비교 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아이큐 서열 뒤쪽에 위치한 말티즈와 더 하위에 있는 시츄의 조합이지만 우리 쿠키는 때로는 우리

아이들보다 더 눈치 빠르고 영리할 때가 있다.


'시고르자브종'이건 '서우르자브종'이건 나는 우리 쿠키 크림이가 이대로 건강하기만을 바란다.


올 2월에 우리 집으로 이사 온 크림이는 종도 잘 모르고 키웠었다. 키우다 궁금해서 알아보니 귀가 접힌 종이라 연골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걱정 중이지만 건강할 거라고 믿고 싶다.

오래도록 함께하자~~서우르자브종이건 뭐건 엄마는 상관없어;;



며칠 전 쿠키의 건강검진을 갔다. 더 큰 병과 더 큰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해 4살 이후부터 일 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괜찮아 쿠키 괜찮아!! 자 조금만 참자, 아 착하다 착하다."

실장님과 내가 쿠키를 꽉 잡고 수의사 선생님은 쿠키 피를 뽑는다. 바늘이 들어가기 전엔 어떻게든 힘을 줘서 피해 보려고 하지만 바늘이 혈관을 찌를 때 쿠키는 안다. 이제부턴 가만히 있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몸은 움직이지 않고 끄으응 끄으응... 신음소리만 낸다. (너무 귀여워 눈물이 날 정도다)

아이고 이 작은 몸에서 저 많은 양의 혈액을 뽑다니 ㅠㅠ 빈혈이 생길까 겁이 난다.



팔에 노란 고무줄을 감고 꽤 두꺼운 바늘로 피를 뽑는게 사람들 건강검진과 다르지 않다. 움직이면 다친다는 것을 알고  안보는 게 맘편한 것을 다 아는 쿠키...영리한 녀석!


요즘은 뽑은 혈액을 기계에 넣고 돌리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수십 가지 항목의 결과가

10여분 안에 나온다.

그동안 선생님과 나는 납 기운을 착용하고 쿠키를 눕히고 엑스레이를 찍는다.


"아 좋아요. 관절 좋아요. 10살인데 5살 수준이야. 튼튼해. "

쿠키의  피부,,이빨 ,,발톱 등 전신 상태도

점검한다.


"이빨도 아주 상태 좋고 깨끗해요. 관리 100점이네..."

검사 결과도 오케이!


올해도 우리 쿠키는 건강하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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