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방송을 했던 시간보다 강사로 가르친 경력이 더 길어졌다.
방송을 그만두고 미학을 공부하면서도, 그간 갈고닦은 스피치 실력이 녹슬까 염려되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스피치 강의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다.
오늘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피치 세미나 강의 하나가 끝나는 날이다.
강의 준비를 마치고 카페에 앉아 남은 시간 동안 이 글을 끄적여본다.
강의 마지막 날은 언제나, 많은 생각과 감정이 든다.
우선 학생들은 나에게 제대로 얻어갔을까.
내가 그들의 시간을 제대로 충분히, 가치 있게 채워줬을까.
나는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눈망울로부터 큰 힘을 얻어가는데, 그들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다.
이 시간 이후로, 나의 강의가
그들의 삶에 한 순간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있을까?
그런 영광이 함께하길 바라며 왠지 쓸쓸한 기분을 아메리카노로 달랜다. 어느덧 공기가 차가워져, 김이 모락 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더니 그 쓸쓸하고 먹먹한 기분이 배가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말하기를 가르치기엔 좀 감정적인 인간은 아닌지, 그런 잡생각도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매주 찾아오던 강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니, 다소 시원한 느낌도 든다.
강의실에 앉은 청춘들로부터 부러움을 느낀다. 나는 단 한 번도 누군가를 부러워해본 적 없는 인간이라고 믿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젊은이들의 싱그러움이 부럽다. 솔직히 말하면 워낙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기에 학생들과 나이 차가 많이 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란 저런 것이구나, 싶어 거리감을 느낄 때가 많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그 시절. 얼마나 멋진 패기가 가득했던가.
이렇게 주절거리다 보니 마흔 쯤 넘은 사람 같지만, 사실 나는 20대다. 6년 차의 프리랜서.
이렇게 강의를 빙자한 소중한 만남들을 오늘도 나는 떠나보낸다.
언젠가 학생들이 바깥세상에서 나를 만났을 때,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해주며 인사해주는 것이 바람이라면 바람일까.
가르치는 일보다,
나를 만난 일이 더 큰 배움이었음을 느끼게 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부지런히 나아가야겠지.
이제 강의실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