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책을 수집중이다
책을 모은다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엄청나게 재밌다.
1. 책은 선택의 폭이 방대하다.
개인의 취향 및 탐색, 새로운 세계로 페이지를 넘겨보는 도전이 서재 곳곳에 묻어난다.
굳이 고서나 희귀본이 아니더라도, 나의 책장을 내가 원하는 테마로 구성해 보자.
단순히 소설/시/논픽션 등 이런 주제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표지 색상으로 구분해 꾸밀 수도 있고,
작가별, 주제별, 손이 많이 가는 빈도별 등등
기존과 다른 기준으로 새롭게 재배치해 보자.
가구를 바꾸면 새 집에 이사 온 듯 기분 전환이 되는 것처럼 책장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만의 도서관이 곧 나의 책장 아닌가.
그런 점에서 오늘의 글은 고서나 희귀본이 아닌, 내가 가진 요즘의 책, 보통의 책들에 대해서 써본다.
2. 모은 책에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나는 책 수집의 매력이 개인의 삶과 닿아있을 때 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해리 포터가 유명해서 모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어서 그 책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 속 해리와 함께 성장한 사람 나야 나)
계몽사 디즈니 그림 세계 명작 전집 아는 사람 있을까?
나는 어린 시절 전집으로 가지고 있진 못했고, 헌책으로 그중 일부를 읽은 기억이 난다.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시어머니께서 남편이 어릴 때 읽던 전집이라며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시고 주문해 선물로 주셨다. 그 옛 그림체를 보니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아이들보다 내가 더 소중하게 다시 읽어본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아이들이 훌쩍 커도 계몽사 디즈니 전집은 내가 소중히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이처럼 단순히 예뻐서, 멋져서의 이유보다
어떤 기억과 맞닿은 책들을 만나게 되고,
그 책들을 수집하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를테면, 내가 개인적으로 집착하는 소중한 책 중 '안네의 일기'가 있다. 어렸을 적 엄마가 사주신 책이고, 당시에는 어린이를 위해 짧게 편집된 책을 받았다. 나처럼 어린 나이의 소녀가 당한 고통과 그녀의 꿈이 작가라는 것을 알고 당시 얼마나 마음 아팠던지. 그 책을 마르고 닳도록 읽다 보니 나도 어느새 꿈이 작가가 되어 예술고 문창과에 가게 되었다.
예술고에 가서 나는 어린이용 안네의 일기가 아니라 완전판 안네의 일기를 접하게 된다. 다시금 가슴에 불이 켜졌고, 그 뒤로 안네의 일기와 관련한 서적을 몇 권 모으게 되었다. 이를테면 원서.
지금도 여전히 안네의 일기 판본 중 가치 있는 것을 직접 해외에 나가서 사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종종 서치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안네의 일기 컬렉션들을,
내가 처음 엄마에게 선물 받았던 그 나이대쯤의 내 딸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렌다.
나는 타샤 튜더 할머니와 관련한 책도 정말 많다.
임신 기간 동안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3. 나만의 연구분야를 만들 수 있다.
연구는 꼭 대학원이나 기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탐독하며, 취미 이상의 깊은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야를 하나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
삶이 풍요로워진다.
우리는 엄마로서의 나, 여자로서의 나, 직장인으로서의 나 등등 여러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본인만의 취향과 연구 분야를 가진다는 것은 다른 자아에서 힘든 일과 압박이 있을 때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개인적으로 탈출구처럼 느껴져 많은 힘을 얻었다.
미학 석사 논문을 쓰던 시절, 와인에도 한참 빠져 있었다.
프랑스와 요리, 와인, 미식에 대한 책이 제법 모였다.
와인에 빠지면 미식에도 자연스레 물들게 된다.
요리 책들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아름다운지.
물론 이후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다 보니 아득한 옛날 일이 되었다.
프랑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사 모은 책들이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책 속에 소개된 가게들이 여전히 건재한지 직접 찾아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와인에 심취했을 때 산 각종 바이블,
그리고 신의 물방울 만화책 전집!
이제 이 책에 나온 빈티지들은 정말 구하기 힘들어졌겠지?
이번 겨울 다시금 읽어볼 책들이 많아 행복하다.
4. 가족의 서재는 더욱 풍요롭다.
책이 너무 많아서 집에서는 수용이 불가해 개인 사무실에도 큰 책장을 들였다.
사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대단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 부끄럽고, 지난 2년간 주로 대학원 공부를 하고 간혹 강의 준비를 해오던 공간이다. 개인 서재라고 하는 게 나을 듯하다.
병적으로 책을 모으는 것은 아니고, 내가 가정을 꾸리면서 책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고교 시절 나도 문학특기자였는데, 마찬가지로 문학특기자인 남편을 만나서 두 사람의 책이 합쳐지다 보니 그리되었다. 우리는 아나운서로 회사에서 만났으니, 겹치는 책도 많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셈이다.
처음 신혼을 꾸려갈 때에, 서로 가져온 책들을 하나의 서재에 합치며 이 사람은 어떤 책을 읽으며 살아왔는가를 가늠하려 했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본 적 없는 책을 그가 가지고 있을 때엔 호기심이 배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읽게 되었다.
특히나 그 시절엔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모든 것을 알고 싶던 시절이라,
내가 모르는 그가 읽은 책 하나하나에 호기심이 갔다.
그런 우리에게 남매가 생겼다.
두 녀석의 유아 서적들도 양이 제법 된다.
내 어린 시절과 달리 녀석들은 영어 원서도 많다.
그리고 그거 아시는지, 토종 한국인이라면 아이들 영어책이 생각지도 못한 표현(의성어나 의태어나 등등) 더 어렵다. 영어 뉴스가 더 쉽다고 느끼실 거다.
틈틈이 읽어보는 중...
그래서 우리 집 거실은 티비도 없고 3면이 책장이다;;
(또,, 의식의 흐름대로 두서 없어지는 전개)
5. 다른 수집 취미와 비교했을 때 큰돈이 안 든다.
제목에서 밝히 바와 같이 책 수집이 좋은 이유는 일단 가격 면에서 다른 수집품과 달리 큰 부담이 없다.
그리고 전시만 해놓는 것이 아니라, 읽고 필사하고 독후감도 써보고... 블로그도 쓰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파워 내향형인 나에게는 정말 이만한 친구가 없다.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독서의 마법 같은 몰입의 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