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어린이날의 변주곡

장염바이러스가 만발한 우리집의 봄

by 서툰사남매맘



우리집은 다둥이집이다. 전염병도 질서가 있다.

한 번 돌기 시작하면, 꼭 한 바퀴를 돌아야 끝이 난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순서대로.



이번 시작은 셋째였다. 아빠와 막내와 모빌리티 뮤지엄에 다녀온 날.

웃으며 들어온 아이는 배가 아프다며 잠들었고,

새벽 어스름에 토했다.

뭔가 잘못 먹었나보다 했던 내 예상은,

불길하게도 빗나갔다.


며칠 후, 어린이날 새벽. 막내가 토하기 시작했다.

한 두차례에 이미 다 토해내고

토할 것도 없는데, 자꾸만. 세 번, 네 번…


아이가 조금 크면,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하지만,

아직 어린 막내는 잠자리에서 게워냈다.

이불에, 배게에, 내옷에, 본인 옷에.

남편과 나는 토사물을 닦고 빨고 아이 씻기고, 나도 씻고

그렇게 몇차례 반복을 했다.


아이는 축 처지고,

우리도 방전이 되었고,

나들이 계획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손에 꼽아 기다리던 어린이날은 그렇게 우울하게 시작됐다.


그 와중에 얻은 뜻밖의 선물은 ‘늦잠’. 긴장감도, 미안함도 있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못 자던 잠을 푹 잤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쉴 수 있을 때 쉬어야지.


그날 저녁, 첫째가 말했다.

“이제 내 차례인 것 같아. 속이 너무 안 좋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또 새벽에 일어나는 건가. 또 토할까.


하지만 다행히, 다음날 아침은 멀쩡했다. 유부초밥도 맛있게 먹고 친구랑 쇼핑도 다녀왔다. 무려 다섯 시간이나. 이젠 괜찮구나, 안도하려던 찰나. 저녁 무렵, “속이 안 좋아.”


결국, 학교를 다녀오고 나서 토했다는 연락. 그렇게 또 한 바퀴가 이어진다. 막내는 여전히 설사 중이고, 배가 아프다고 쳐져있다.


마치 바이러스가 가족의 손을 하나하나 잡고 도는 듯하다.

“넌 됐고, 다음 너 차례야.”


힘든 하루들이지만, 이렇게 함께 아프고, 함께 지나간다.

이것도 가족이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언젠가는 이 날들도, 웃으며 떠올릴 수 있을까.


다둥이집의 봄은, 오늘도 장염바이러스로 꽃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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