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갇히다

작은 친절이 나를 구하다

by 서툰사남매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건, 연약해서가 아니라 용기를 가진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 『곰돌이 푸, 단순한 행복』

마트 주차장에서 막 차를 세우려던 참이었다.
우리 차는 11인승 대형차라 자리를 넉넉히 차지한다.
그때 옆 차 주인이 다가와 손짓했다. 차를 빼달라는 뜻이었다.
얼른 차를 빼드렸고, 그 자리에 다시 주차하려 했지만, 그 차는 좀처럼 나갈 기미가 없었다.
결국 정면에 비어 있던 자리에 전면주차를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작은 결정이 나를 덫 같은 상황으로 이끌 줄은.

쇼핑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주차장은 여전히 붐볐다.
차는 크고, 공간은 좁고, 나는 여전히 주차가 서툴다.
운전한 지 3~4년이 되었지만, 특히 주차장에서 사고가 잦았다.
보험사에서 계약을 꺼릴 정도였다. 지금은 보험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주차장만 가면 긴장하고 예민해진다.

차를 빼야 하는데 도저히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전면주차였기에 후진도 쉽지 않았다.
경보음은 연신 울려댔고, 삐삐삐— 소리는 나를 더 위축시켰다.
움직이려 해도 어디 부딪힐 것만 같아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멀리서 한 아저씨가 나를 지켜보는 것이 느껴졌다.

용기를 내어 창문을 내렸다.
“아저씨, 차 어떻게 빼야 해요?”

기다렸다는 듯, 아저씨가 다가와 손짓으로 안내해주셨다.
“더 와도 돼요. 더더더—”
그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다.
주변 차와의 거리 감각이 없던 나에게 아저씨는 믿음의 눈이었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몸이 조금씩 풀렸다.
덫에 갇힌 듯한 상황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차를 빼자마자 창문을 열고 큰 소리로 인사를 드렸다.
정말 커피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기어코 반짝일 너에게』에서 김규남 작가는
친구의 친절로 인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말한다.
손을 내밀어준 친구 덕분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이야기다.
그 말이 문득 떠올랐다.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용기가 된다.
도움을 주는 사람도, 용기 내어 도움을 요청한 사람도
그 순간, 서로를 따뜻하게 만든다.

오늘 나를 도와준 주차장의 아저씨,
그리고 창문을 열어 용기를 낸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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