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엄마의 서툰 일상

삐뚤빼뚤 4남매맘의일상

by 서툰사남매맘



작년 봄, 송파 어린이페스타는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다.

알록달록한 체험 부스에 아이들은 신이 나고,

푸짐한 한 끼 식사까지 무료로 제공되던 그날의 기억은 선명하다.

부대찌개 한 냄비, 김치와 밑반찬, 밥 한 공기씩 가족 수대로 차려진 상은,

바깥나들이의 행복을 한층 더 진하게 해주었다.

그런 기억에 기대를 품고, 올해는 석촌호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종이컵 두 개 분량의 함박스테이크와 완자 돈까스.

그것이 전부였다.

아이들 얼굴에 그늘이 졌고, 나 역시 허탈함을 삼켜야 했다.

괜히 왔다 싶던 찰나,

문득 한 지인이 추천해준 롯데월드몰 부대찌개 맛집이 생각났다.

다행히 멀지 않은 거리였다.


운 좋게 대기 없이 바로 입장했고, 허기진 우리는 조용히 수저를 들었다.

국물은 얼큰하고, 햄은 씹을수록 짭짤하고, 맛은 기억보다 더 따뜻했다.

그런데—서툰 블로거인 나는 또 실수했다.

소시지가 나왔을 때까진 사진을 찍었건만, 부대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그만 먹는 데 정신이 팔려버렸다.

결국 정작 보여줘야 할 장면은 남기지 못했다.


게다가 메뉴를 고르는 데서도 내 존재는 가볍게 스쳤다.

아들은 "엄마는 다이어트 중이니까 많이 안 먹잖아"라며 부대찌개 2인 세트를 주문했다.

성인 둘, 식욕 왕성한 중학생과 초등학생, 네 살 꼬맹이까지…그 양으론 어림없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싹싹 긁어먹는 동안, 나는 공기밥을 추가해 반찬과 국물로 조용히 배를 채웠다.


서운한 마음이 입안에 맴돌았다. 그래서 이른 저녁, 집 근처 새로 생긴 분식집에서 라볶이를 샀다.

‘블로그에 쓸 자료가 필요하다’는 명분은 그럴듯했지만, 실은 나를 위로하는 작은 반항이었다.


오늘도 서툴렀다. 계획은 어긋났고, 기록은 비어 있었으며, 배는 아쉽게 불러왔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런 엉성한 하루도 내 가족의 소중한 한 조각이다.

매끄럽지 않아 더 사랑스러운, 서툰 엄마의 서툰 일상이었다.


『뇌과학자의 특별한 육아법』에서 “완벽한 부모보다 빈틈 있는 부모가 더 낫다”는 문장을 만났을 때, 나는 가슴 한구석이 놓이는 기분이었다.

완벽하려 애쓰다 지친 나에게 누군가가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괜찮다고, 네 모습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빈틈이 좀 많은 나이지만, 나는 이런 내가 좋다.

매일 실수하고, 계획은 틀어지고, 블로그 사진도 빠뜨리지만, 그 틈 사이로 웃음이 스며들고 사랑이 자란다. 아이들도 허술하고 빈틈 많은 엄마를 좋아해주길 바란다.

너무 매끈하면 인간미가 없다.

꼭꼭 닫힌 엄마보다는, 구멍 숭숭 뚫린 엄마가 아이들 사랑이 들어올 공간도 더 많을 테니까.


그리고 영화 <캡틴 판타스틱> 에 나오는 사회가 보기엔 엉망진창이지만,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 그 모습에서 위로받았다. 정답대로 사는 것보다, 진심으로 사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서툰 나를, 서툰 대로 사랑해주는 아이들과 함께, 오늘도 빈틈 많은 하루를 꿰매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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