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앤 Apr 09. 2024

쉰 살, 사람 고쳐쓰기 좋은 나이

나쁜 습관 고치기 프로젝트

내 나이 쉰. 이쯤 되면 나이가 가물거린다는 말이 변명이 좀 되는 나이런가? 가뜩이나 한 살씩 더 먹을수록 세월이 쏜살이라 그해 나이도 헷갈리는데, 해 바뀌면 또 새로운 나이를 외우는 느낌이었다. 근데 이번엔 만 나이를 따지게 되었으니, 암산이 느린 나는 또 한참이 걸린다. 올해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면서 '내 나이가 몇이더라..' 계산하느라 또 헷갈린다.

여하튼 1975년생이니 거의 반 100년을 살았는데, 나는 요즘 나를 치느라 참 애를 먹고 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은 사람은 참 잘 안 변한다는 말이고, 변화를 강요하지 말라는 경고다. 결국 그러다 내 수명이 줄어들 만큼 화병과 스트레스로 고통받게 될 것이 뻔하니까. 상대를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내 마음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살아보니 정말 그랬다.


그런데 요즘 나는 다른 사람도, 애도 아닌 나를 고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여기 저기서 내 행동과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신호가 자꾸 들린다. 반 100년을 산 지금에 와서. 지금 나를 고쳐 쓰지 않으면, 앞으로 또 다른 반 100년까지 원하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동안 불편하고 귀찮은 일들이 자꾸 생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세 가지 나쁜 습관 고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번째, 쉰 살에 다시 배우는 양치질 ^^;


얼마 전 치과에 갔다. 나는 오복 중의 큰 복이라는 치아 건강을 유전으로 물려받아, 결혼 후 출산 전까지 치과에 간 적이 없었다. 충치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그랬던 내가 첫 아이를 출산하고 90만 원, 둘째를 출산하고 60만 원, 셋째 출산 후 또 60만 원을 치과에 갖다 바쳤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셋 다, 3개월이면 10킬로그램이 넘을 만큼 뼈와 살이 튼튼했지만, 그 아이들을 임신하고 수유했던 나는 그 사이 그렇게 슝슝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구멍이 생기고 약해져 충치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가 나빠진 건 그에 더해 그동안 나의 양치 습관도 한몫했다. 처음으로 치과를 갔던 날, 의사 선생님이 양치질이 바르지 않아 잇몸이 패이는 것 같다고 옆으로 닦지 말고, 윗니는 위에서 아래로, 아랫니는 아래서 위로 닦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 알면서도 귀찮아 하지 않았던 양치질이 딱 걸렸다. 충치 치료에 더해 잇몸 치료도 받았다. 그런데 이걸 애 셋을 낳는 동안 두 번을 더 반복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어떡하다 보니 2년 전 건강검진받을 때 치과 검진을 놓쳐, 거의 3년 만에 치과를 간 것이었다. 이제 출산은 없었으니 더 이상 충치가 생길 일은 없었다. 게다가 가르쳐 주신 대로 열심히 양치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간호사가 스케일링을 하면서 내 잇몸이 전체적으로 부어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도 오셔서 이 안 쪽에 치석이 오래 방치되면서 염증을 일으켜 잇몸이 부은 상태라고, 양치질할 때 이 안까지 구석구석 닦아야 하고, 또 치실과 치간칫솔도 꼭 사용하라고 하셨다. 쉰이 되도록 양치질 하나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거 또 들킨 거다.

생각해 보니, 나의 평생 양치 시간은 30초를 채 넘지 않았는데, 20대까지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건강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그런데 출산 후 치아 건강이 점점 무너지기 시작해서, 최근에는 칫솔질을 하지 않는 치아 안쪽의 6군데가 말썽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내 얘기를 들은 남편이 지금껏 그렇게 양치하지 않았냐면서 미개인 보듯 나를 본다. 솔의 방향을 바꾸어 가며 칫솔이 닿아야 하는 곳은 16군데라며, 초등학생 가르치듯 입 안에 손가락까지 집어넣어 하나 둘 셋넷을 세며 가르친다. 이런~!

그날부터 나는 16군데 칫솔질을 하고 있다.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다. 특히 윗니 아랫니의 안쪽을 닦을 때는 입을 벌려야 할지 오므려야 할지 정말 모르겠고 어렵다. 잇몸이 부어 있었을 때는 치간 칫솔을 사용할 때 피가 났었는데, 세 번의 치료가 끝난 후에는 피가 나지는 않는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이제 잇몸이 안정이 되어 그렇단다. 이의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치료할 때 듣는 치과치료 기계의 쇳소리가 너무 끔찍하게 싫어서 16군데 양치와 자기 전 치간 칫솔 사용을 스스로에게 가르치고 있다.


두 번째! 물건 제자리에 놓기^^;


내가 또 요즘 나한테 열 올리며 가르치고 있는 것은 정리정돈이다.

N과 P점수가 높은 나는, 정리 정돈이 힘든 사람이다. 인생의 절반을 뭔가를 찾느라 보냈고, 건망증까지 심한 나를 두고, 결혼 전 남편이 제발 나중에 애만 잃어버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이제는 물건을 찾기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이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걸 터득한 나름 기본을 갖추어가는 인간이 되었다. 한동안은 그런 나의 단점을 쏙 빼닮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나를 기함시키는 막내의 엉망진창 방구석이 그야말로 스트레스였다. 어릴 적 친정어머니께서 "너는 따라다니면서 치워줘야 한다."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지만, 나는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치워주지 않을 것이므로.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는 때가 와야 고칠 것이니까. 나처럼.

여하튼 나는 오늘도 도저히 앉아서 글을 쓸 수 없는 서재방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어, 시간을 내기로 했다.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 모두 제! 자! 리!~,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 모두 제! 자! 리!~" 이 노래는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기분이 다운될 때 텐션을 높이기 위해 내가 애창하는 노동요다. 드레스룸의 화장대가 가장 심각한데, 잘디 잔 물건들이 늘 수북하여, 엄두를 못 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나에게 그런다. "드레스 룸에 들어올 때마다 10개씩만 치우자!"라고! 그렇게 말한 후 15개 치우면 뭔가 굉장히 잘한 것 같아서 뿌듯해진다. 내가 남편에게 고마운 것 중 하나는, 같이 쓰는 드레스룸이 엉망진창일 때도 아무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ISFP 선비 같은 심성을 지닌 남편이 더없이 소중하고 고맙다. 그러다 한 번씩 정리할 때면, 꼭 큰 소리로 남편을 불러다 드레스룸을 보여준다.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했다고 생색을 낸다.

참 철딱서니 없다. (그래도 거실과 주방은 늘 잘 정돈해 놓는 편이다. 공용공간이고, 거기까지 지저분하면 도저히 못 참아지는 성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한 가지는 아무 때나, 아무 거나 먹는 습관이다.


호기심 많은 성격은 음식에 있어서도 예외는 없다. 이 음식, 저 음식 가리지 않고 다 먹고 싶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맛있다. 20대 이후 평생 다이어터로 살아왔는데도, 아직도 식습에 자유롭지 못하다. 늘 적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고, 가끔 폭식이 조절이 안 된다. 사실 지난 건강검진 때, 대장에서 용종이 발견돼 제거했다. 생애 처음. 조직검사 결과 단순 용종이 아니라 선종이었다. 고기도 별로 먹지 않는 내가 대장에 문제가 생기다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간 나름 운동이며 식이조절이며 관리했다고 자부했던 스스로가 참 어이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밀가루를 먹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헉! 제일 무서운 지령이다! 밀가루 빼면 맛난 것이 무엇이 있나?

얼마 전부터 다이어트 졸업을 목표로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챌린지를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맘먹는 순간부터 다이어트는 실패라고 했다. 벌써 그것부터 스트레스가 되고 실패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함께 하는 사람들과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의미 있게 시작했다. 작심삼일도 못 가는 이들이 모여 작심일일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매일 용기를 주겠다 했다. 셋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세 번째인데, 그래서 혼자 힘으론 어려울 것 같아 나름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방법이다.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나는 곰이 아니라 호랑이과라고 말한다.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와 단군의 어머니가 되지 못했던 호랑이! 딱 나다.

시작과 열정은 있으나 끝과 꾸준히가 없다는 내 프로필처럼, 나는 대개 그렇게 살았다. 때로는 그렇게 불꽃같이 타오르는 것으로 빛을 내기도 했고, 필 받으면 누구보다 단기간에 멋진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반 100년을 살다 보니, 여기저기 고장도 나고 나 스스로도 불편해서 이제는 고쳐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올해 휴직을 마칠 때쯤이면 나의 이 나쁜 습관 고치기 프로젝트에 대한 결과 발표회를 글로 쓸 수 있게 될까? 그때쯤엔 새롭게 배운 칫솔질에 익숙해져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 제자리 노동요는 그만 부르게 되길.

먹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풀려나길.

그때의 내가 나도 참 궁금하다.

스스로 끊임없는 격려가 필요하다. 반 100년의 세월을 거스르는 그 어려운 것에 도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 고쳐 쓰는 일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