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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화가 난다

by 병아리 팀장

누군가의 말에 화가 났다.
화가 났지만 혹시 몰라 그 말의 의미를 곰곰히 되새겨봤다.
한참을 생각했지만 다른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화가 가시지 않아 말이 아닌 말을 한 사람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 사람의 약력, 소속, 언행을 찾아보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 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 말의 주인이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인지, 그 사람의 소속인지 헷갈렸고 헷갈려서 혼란스러웠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 할수록 그 사람만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에 화가 났다.
그 사람도 미웠지만 그 사람의 환경, 그 위의 시스템에 더 화가 났다.
시스템에 잡아먹힌 개인에 화가 났다.
나도 예외가 아님에 화가 났다.
알면서도 말할 수 없고 바꿀 수 없음에 화가 났다.
그렇게 화를 못풀고 품게 되어 분노가 되었다.
분노를 풀지 못해 울다 웃다 하게 되었다.
울다 웃다 미친 놈 같아 내려놓게 되었다.
내려놓고 나니 초라한 내 모습에 부끄럽게 되었다.
부끄럽게 되니 도망치게 되었다.
도망치고나니 갈 곳이 없게 되었다.
갈 곳이 없고 나니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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