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발송사건

by 병아리 팀장

출판업계에서 퇴사한지 이제 곧 1년.
종사하는 업계가 바뀐 상황이라 역할발굴을 위해 박차를 가하던 오늘, 오래 전에 알고 지내던 작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잘 지냈냐고. 어찌 연락도 없었냐고. 새로 만든 원고 있는데 가져갈 생각 없냐고. 나는 내 상황을 얘기하고 이제 그쪽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작가님은 그럴 것 같았다고, 연락이 너무 뜸했다고, 그래도 좋은 곳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본인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는데 집주소를 알려주면 그리로 발송해주겠다고 하셨다. 호의에 감사하며 나는 '아이고,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고 주소를 말해드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아불싸. 가장 중요한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 작가님은 성인소설 작가님인 것이다. 이제와서 보내지말라고 할수도 없고 아버지, 어머니와 같이 사는 집에 책이 발송되면 무어라 생각하실까. 내이름 석자 뒤에 귀하가 붙은 선물 내용이 성인소설이라면 안그래도 나를 탐탁치않게 보는 아버지, 어머니가 길이길이 날뛰지 않으실까.
고민끝에 나는 아버지, 어머니께 사실대로 고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작가님이 좋은 뜻으로 보내주는 것이니 놀라지 말라고. 아버지는 대노했고 어머니는 혀를 끌끌 찼다.

아버지 왈

평소 뭉디같은 것만 좋아하니 선물도 그런게 들어오지. 내 안카드나. 니는 마 애비 말 안들어서 평생 고생할끼라고. 그거 책 오면 옆에 끼고 보며 평생 혼자 살기라.

어머니 왈

변변찮은 자식이로세. 그 말을 왜 내한테 해샀노. 내가 까볼것 같더나. 오면 니 책상에 놔둘거니 니 알아서 치운나.

작가 선생님, 죄송합니다. 좋은 뜻으로 보내주시는 선물인데 벌써부터 반갑지 않는 손님 취급 받게 되었군요. 선생님 책이 잘못이 아니라 다 제 부덕함이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i12008510298.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리잃은 비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