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아이(완결)

by 병아리 팀장

나에게 사람은 천재지변 같다. 어떤 예고도 조짐도 없이 찾아와 머물다 소리없이 가버리는 재앙같은 존재. 그에 비해 공부는 참 평화롭다. 미리 준비할 수 있고 노력한만큼 대가를 거두어갈 수 있는 공부는 나에게 있어 레고놀이처럼 친숙하다. 인형에 옷을 입히듯, 집에 가구를 두듯 차곡차곡 쌓아가는 나만의 성. 나는 내 공간에서 내 삶을 쌓아가고 있었다. 난 나의 세계를 사랑한다. 그래서 굳이 내 성 밖에서의 삶을 원하지 않아. 내 안의 삶을 유지하는데에는 높은 성적만 있으면 충분하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살아왔지.
그러다 니가 내 삶에 들어왔어. 처음에는 너무나 귀찮았어. 너무나도 간단한 수식조차 이해못하는 너를 보며 적당히 둘러대다 제풀에 지쳐 떠나보낼까 생각도 해보았지. 허나 몇번 너와 대면하다 이런 생각을 해봤어. 어쩌면 내가 아는 것들을 내가 사고하는 방식으로 간단한 것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면 너도 내 세계에 살고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노력 여하에 따라 인간도 내가 쌓은 지식처럼 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그래서 니 수준에 맞게 어떻게 공부시키면 좋을지 연구하며 너의 공부를 도와주었지. 참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지만 이 실험의 가치를 생각하며 난 꾹 참고 너를 도왔어.
그런데 너는 시험이 끝나자마자 나를 떠나더군. 그리고 예전의 그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들처럼, 그들과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어. 너에 대해 기분이 많이 상했으나 실험의 실패라고 생각하고 다시 예전의 삶을 살기로 했지.

헌데 그 다음에 재밌는 일이 생긴거야. 니가 떠났던 니 친구들도 나처럼 너에게 버림받은 것에 대해 원한을 품은 것을 안거지. 우연히 그 녀석들 자리를 지나다 녀석들이 너에게 할 일들에 대해 알게 되었어. 평소같으면 조심했을 녀석들이 늘 존재감없이 지낸 내가 미처 그들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거지.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어. 내 세계를 지키면서 내 세계를 버린 사람에게 복수하는 방법. 그리고 귀찮은 구경꾼들을 제거하는 방법을. 그래서 그 방법은 니가 생각한대로야. 난 그들이 너에게 먹일 약을 빼돌린 후 그들을 신고했고 니가 안심했을 때 약을 먹여 사진을 찍었지.
이 다음 일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어. 니가 나를 신고하던가 나에게 복종하던가 둘 중에 하나가 되겠지만 나는 어느 쪽도 상관없어. 어떤 상황이든 나는 계속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 퇴학조치를 받으면 다른 학교로 전학가든 검정고시를 보든 난 다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 니가 나에게 복종하면 난 지금의 내 세계에 너를 더해 살아갈 수 있겠지. 허나 너는? 넌 어떤 선택을 하든 끝이야. 나를 신고하면 이 사진이 너를 아는 모든 곳에 돌아 넌 어디에도 발을 붙일 수 없겠지. 그렇다고 내 말을 따르면 너에겐 자유가 없을 것이고. 자신의 세계를 갖지 못한 이들의 끝은 늘 이래. 남의 삶에 편입되던가, 모두에게 버림받던가 둘 중 하나. 그 순간이 빨리 왔다 생각하면 돼. 어떤 쪽을 택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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