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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되는 용기

by 이열

"자유를 원하세요?"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누가 속박을 좋아하겠는가. 누가 남의 눈치를 보며 살고 싶어 하겠는가.


하지만 막상 자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한가운데, 나침반도 없이 홀로 떠있는 배 한 척.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그 순간 자유는 해방이 아니라 공포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선택을 회피한다. 회사가 시키는 대로, 가족이 원하는 대로, 사회가 기대하는 대로. "나는 선택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사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안도감을 느낀다.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까. 실패해도 내 탓이 아니니까.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선택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짊어진다는 뜻이다. 내가 정한 방향이 틀렸을 수도 있고, 내가 선택한 길에서 넘어질 수도 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생의 핸들을 맡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남이 모는 배에서는 영원히 승객일 뿐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언제 내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인생이 이게 맞나?" 하는 허무함이 밀려온다.


진짜 자유는 거창한 게 아니다. 오늘 점심 메뉴를 스스로 정하는 것, 주말에 무엇을 할지 능동적으로 계획하는 것, 나에게 맞지 않는 관계에서 용기 있게 벗어나는 것. 이런 작은 선택들부터 시작된다.


물론 쉽지 않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불안하다. 그래도 내 배의 선장은 나여야 한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길을 잃어도, 적어도 내가 정한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해야 한다.


자유를 두려워하지 말자. 대신 자유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자. 내 인생의 키는 내가 쥐고, 내 속도로 항해해 나가자.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 여정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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