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주말 오후,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안경을 사달라고. 시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말이다.
"내 친구도 눈 좋은데 쓴단 말이야.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 하며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에,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요즘 아이들에게 안경은 더 이상 시력 교정의 도구만이 아닌가 보다. 마치 액세서리처럼, 멋을 부리는 수단 중 하나가 된 건가. 나 어렸을 적엔 눈이 나빠야만 쓸 수 있어서 TV를 가까이서 보던 기억이 났다. 그 마음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이의 간절한 눈빛 앞에서 "안 돼"라고 말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대신 가성비 좋은 안경점을 찾아 함께 나섰다.
매장에 도착한 아이는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이 안경테, 저 안경테를 써보며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진지한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결국 아이가 선택한 안경테는 정말 예뻤다. 아이의 얼굴과도 잘 어울렸고, 가격도 내가 생각한 마지노선 안쪽이었다. "오케이, 이걸로 하자!"
오랜만에 보는 아이의 환한 미소와 애교 가득한 표정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이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돈이 아깝지 않았다. 흡족한 마음으로 계산대로 향했는데, 직원이 하는 말. "렌즈 값은 별도예요."
아, 그렇구나. 안경테 값과 렌즈 값이 거의 비슷했다. 예상했던 금액의 두 배. 하지만 이미 신이 난 아이 앞에선 절대 무를 수 없는 것이다. ‘아이고, 내 용돈...’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건넸다.
매일 안경을 쓰고 거울을 보며 활짝 웃는 아이를 보면서, 값진 투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빛을 주려는 자는 타오름을 견뎌야 한다."
빅터 프랭클의 말도 떠오른다. 아이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선 내 지갑이 불타야 하는 것이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