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되 때가 되면 놓아주기
한참을 모니터 앞에 앉아 같은 일을 반복했다. 고치고, 고치고, 끝없이 고치는 일. 문단 하나를 열 번도 넘게 바꿔보고, 단어 하나에서 몇 분씩 고민하며, '이제 됐다' 싶으면 또 다른 어색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문득 깨닫게 된다. '찢었다'는 만족감은 절대 오지 않을 거라는 걸. � 완벽한 글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이런 깨달음이 좌절감으로 다가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이 글로 옮겨질 때의 그 미묘한 어긋남을. 분명 마음속엔 완벽한 문장이 있었는데, 실제로 써보면 좀 많이 부족하고 어색하다. 그래서 우리는 고치고 또 고친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당신이 무엇을 하든, 온 마음을 다하고 - 그다음엔 놓아주어라." ― 아잔 브람 ― 온 마음을 다하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겠다. 최선을 다한 후에는 과감히 손을 떼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이 오면 그만 끊고 놓아주어야 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라도. 그것이 창작자가 가져야 할 지혜이자 용기인 것 같다.
완벽함을 추구하되 완벽함에 갇히지 않기. 최선을 다하되 때가 되면 놓아주기. 이 미묘한 균형감각을 배워가는 것이, 어쩌면 글쓰기를 통해 얻는 가장 소중한 깨달음일지도 모르겠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