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라는 산업을 논할 때 삼성전자라는 기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TSMC라는 회사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반도체 매출에서 3위의 기업 시가 총액에서는 1위의 기업이다. 삼성전자나 인텔보다 시가 총액이 높은 기업이다.
< 반도체 기업 시가 총액 순위 > (출처 : 구글 이미지)
TSMC라는 회사를 알지 못해도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TSMC가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예를 들어 TSCM가 없다면 스마트폰 반도체가 부족해서 스마트폰의 가격이 올라가거나 공급에 차질을 겪을지도 모른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반인 데이터 센터의 데이터 처리 장치의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아마존의 웹 서비스 사용 공간이 부족해지고 사용 가격이 올라가서 넷플릭스가 지불해야 할 가격이 높아지면 넷플릭스를 구독자들의 구독료가 올라갈지도 모른다.
< TSMC 품목별 매출 추이 > (출처 : 구글 이미지)
이처럼 현재 우리 사회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로 인해서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의 증가 혹은 불편함을 겪게 되는 사회가 되었다. 때문에 우리는 좀 더 다양한 기업들과 산업들에 대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럼 TSMC는 어떤 기업인지 어느 나라 기업인지 뭐 그리 대단한 기업인지 알아보자.
Ⅰ. TSMC의 탄생
TSMC는 1987년에 설립된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다.
< TSMC 회사 이름과 로고는 반도체 웨이퍼이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먼저 TSMC라는 기업의 이름을 먼저 알아보자. TSMC는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약자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다. 대만 - 타이완 - 중화민국으로 태국 - 타이 (Thailnad)과 헷갈리지 말자. 가끔 헷갈리기도 하는데 여기서 확실하게 정리를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먼저 적어놓았다. 다시 이야기하면 TSMC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고 대만은 중화민국으로 불리는 국가이다.
< TSMC 창업주 모리스 창 > (출처 : 구글 이미지)
TSMC를 설립한 사람은 모리스 창(중국어로는 장중머우, 장충모)이라는 분으로 1931년 생이시다. 올해로 나이가 92세이시다. 모리스 창은 1987년에 세계 최초의 파운드리를 창업하신 스타트업계의 화석 같은 인물이시다. 덕분에 모리스 창은 중화민국 첨단 산업의 대부, 중화민국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리고 비즈니스 위크에서는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 50인에 선정될 정도로 우리는 모르지만 상당히 유명하신 분이다.
모리스 창의 아버지는 중국 은행가로 어렸을 때부터 잘 사셨던 분이다. 중일 전쟁을 겪으시면서 고생하시다가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을 가시게 된다. 공부를 잘하시는 분으로 1949년에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시면서 작가를 꿈꾸셨는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꿈을 버리시고 엔지니어로 전공을 바꾸고 MIT에 진학한다. MIT에 진학해서도 1952년에 기계공학을 전공, 학사 학위를 받으시고 이듬해에 1953년에 석사학위를 받으셨다. 대단하신 분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석사 졸업 후에는 포드자동차 입사시험에 합격하지만 월급여를 더 받기 위해서 전력공급장치 제조사 실바니아 일렉스로룩스(현재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로 이직해서 1972년에 반도체 부문 부사장이 된다. 그리고 숙적 IBM을 2위로 밀어내고 1978년에는 그룹 부사장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이 회사 다니시면서 회사가 지원해줘서 스탠터드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정도 이력이면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하버드 졸업하고 전공이 돈이 안 되니까 전공을 바꾸기 위해서 MIT 진학하고 학사 졸업 후 1년 만에 석사 되고 돈 더 주는 회사 가서 부사장 되고 그 사이에 스탠퍼드 가서 박사가 되는 뭐 이 정도는 해야 되는 건가 하는데 진정한 그의 이력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모리스 창이 미국에서 이렇게 성공을 거두니 대만(중화민국) 정부가 대만 산업 기술연구원의 원장직을 제안해서 1985년에 대만으로 옮겨가서 대만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반도체 제조회사인 TSMC를 1987년에 설립한다. 이때에 모리스 창 씨는 56세셨다.
대만 정부가 미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반도체를 선택하고 모리스 창 씨를 찍어서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떤 것이 사실이든 간에 이 분이 지나온 길과 본인의 선택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신다는 점에서는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Ⅱ. TSMC의 성장 과정
TSMC는 제조를 위탁받아서 생산만 전담하는 파운드리 산업이다. 그러면 먼저 파운드리라는 산업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어떤 제품이든 간에 개발과 제조로 나뉘게 된다. 쉽게 설명해보자. 어젯밤 꿈에 엄청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면 대박을 칠 것 같은 기분에 열심히 개발을 한다. 그렇게 개발을 했지만 공장이 없어서 제품을 만들 수가 없다. 이럴 때에 제품의 질을 유지하면서 제품을 만들어 줄 공장이 필요하다. 공장 즉 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을 파운드리(Foundry 주조 : 거푸집)라고 한다.
< 주조 : 거푸집 이미지 > (출처 : 구글 이미지)
참고로 개발만 하는 곳은 팹리스라고 하는데 팹리스는 영어로 Fabrication(생산) + less(없다)의 합성어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기술개발에만 전념하는 반도체 회사를 말한다.
< 파운드리와 팹리스 이미지 > (출처 : 구글 이미지)
TSMC는 절대로 자체 개발을 하지 않고 파운드리로만 하겠다는 신념을 지킨 덕분에 오히려 경쟁사들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다양한 팹리스 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고객 만족을 위해서 공정개발에만 집중한 덕분에 5 나노 공정 개발에도 성공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반도체는 누가 더 효율적인 칩을 디자인하고 그 칩의 디자인을 더 작은 사이즈로 생산해 낼 수 있는가의 싸움인데 TSMC는 칩 디자인은 각자 알아서들 해오면 가장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를 실현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설계도면에 있어서는 절대로 유출하지 않으니 걱정 마시라는 신뢰를 기반으로 현재 업계 1위로 등극하게 되었다.
Ⅲ. TSMC의 미래 성장성
TSMC의 미래 성장성은 크게 두 가지에 달려있다고 보인다. 첫 번째는 가장 중요한 고객 확보이다. 반도체 업의 특성상 한 번 생산된 제품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해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거치는 단계만 1년에 가깝고 그리고 양산에 돌입하면 최소 2년 이상의 예상 물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 번 고객을 유치하기도 어렵지만 한 번 계약을 맺게 되면 다른 쪽으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고객을 빼앗긴 파운드리 업체는 다음번 제품 출시를 기약해야 한다.
< 2020년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 (출처 : 구글 이미지)
그리고 TSMC가 지난 수십 년간 제품 팹리스 업체로부터 설계도면을 받아도 기술 유출을 하지 않고 제품 생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TSMC가 어느 날 직접 개발/생산하는 경쟁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까지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TSMC와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
두 번째는 고객 만족이다. 파운드리라는 반도체 제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공정 개발의 우위가 절대적이다. 반도체 칩의 디자인이 성능을 말한다면 반도체 칩의 크기는 효율성을 말한다. 반도체 칩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전자제품은 더 많은 반도체를 넣을 수 있고 혹은 반도체 공간이 작아진 만큼 전자제품의 크기가 작아질 수도 있다.
< 삼성전자 TSMC 공정 경쟁 > (출처 : 구글 이미지)
때문에 반도체 공정의 개발이 파운드리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만의 TSMC는 메모리의 절대 강자 삼성과 동등한 공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두 개의 회사가 공정 개발을 통한 신기술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반도체 생산 업계들은 이미 너무 큰 격차가 벌어진 상태이다.
앞으로도 대만의 TSMC와 삼성의 반도체 공정 개발은 전 세계의 산업을 뒤흔들만한 이슈로 다뤄질 것이다.
[ 글을 마치며 ]
대만의 TSMC는 대만 증시에 상장되어 있지만 미국 예탁 증권 (ADR : American Depositary Receipts)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고파는 것이 자유롭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미국 주식으로 사고파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TSMC가 시가 총액에서 반도체 기업 중 1위를 차지한 것이라고 보이고 이 덕분에 TSMC는 더 많은 자본을 가지고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TSMC 주가 그래프 2020년 초 $30에서 21년 4월 $87로 2배 이상 상승했음 > (출처 : 야후 파이낸스)
여기에 TSMC는 최근 40조 원을 들여서 미국에 6개의 공장을 더 짓겠다고 했다. 이 이유는 TSMC에 발주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현재 정책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 미국 반도체 증설 계획 기사 > (출처 : 조선비즈)
TSMC가 대만 국적의 기업이기는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현재 가지지 못한 반도체 공정을 가지고 있고 수십 년간 기술 개발 유출에 대한 우려를 없애준 신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구글을 활용한 언택트 산업의 발달로 인해서 반도체 수요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 파운드리 시장 수요 및 전망 > (출처 : 구글 이미지)
반도체 산업 육성을 빨리 해서 현재 늘어나는 수요를 대응하고자 하는 마음은 들겠지만 오늘 필요하다고 해서 내일 생산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오늘 생산하는 것은 작년에 양산 준비를 했을 것이고 2년 전에 개발 검증을 했을 것이고 3년 전에 장비를 셋업 했을 것이고 4년 전에 공장을 세웠을 것이고 5년 전에 부지를 확정하고 구입했을 것이다.
간단하게 1년씩만 잡아도 최소 5년인데 5년도 무리다. 최소 10년을 내다보고 선제해서 투자해야 하는 산업군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산업이 대만에 뿌리내리고 자리 잡고 세계 1위의 파운드리 업체가 될 수 있게 한 원동력에는 TSMC 창업주 모리스 창이 있었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존경받는 것이고 TSMC의 창업주 모리스 창은 어떤점에서는 누군가의 경쟁자이기는 하겠지만 존경받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