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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blue sky Oct 16. 2021

내 강아지는 퇴마사

당신은 왜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나요?

'당신은 왜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나요?'   


동물병원에 애완동물을 분양받아오는 사람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면,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대부분 자녀의

성화에 못 이겨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대부분이고, 혼자인 자녀가 외로워할까 봐 동생 대신 분양받는

것이 그다음이다.     


자녀가 없는 부부가 애완동물을 분양받아서 오는 경우는 ‘딩크펫(DINK + Pet)'인 경우가 많다.

딩크펫은 딩크족과 펫의 합성어로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 대신에 애완동물과 함께 가족을 이루는 것을 말하는데 딩크펫의 경우는 강아지가 단순한 강아지의 개념을 넘어선 자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다.     

     

최근 지인의 부탁으로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를 입양시켜준 적이 있다.

지금은 사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어 혼자 사는 것이 적적하다며 강아지를 원했던 것이다. 나이 50에 얼마나 적적해서 그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예방접종 차 내원해서 같이 점심을 먹는 도중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 나니 그 심정이 충분이 이해가 됐다.  

   

“사실 나 뭉치 아니었으면 우울증 걸릴 뻔했어. 사고도 하도 많이 쳐 정신없어도, 요즘은 이놈 때문에 살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내색은 않았지만 깜짝 놀라서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맘이 여려진다더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면서 우울증까지 갈 뻔했는데

‘뭉치’를 입양받아서 아침저녁 사료를 챙겨 주고, 목욕도 시키고, 산책도 같이 하다 보니 어느새 혼자라는

생각은 저 멀리 가버렸다고 한다.     

혼자 공원을 산책할 때는 이웃과의 대화는 생각도 못했지만, ‘뭉치’와 산책을 하면 어느샌가 자기도 모르게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뭉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까지 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사무실에도 데리고 다니고, 주말에 야구 동호회 운동할 때도 같이 다닌다고 한다.

     

사람이 개나 고양이를 통해서 힐링(Heeling)이 되는 경우를 진짜 가까이에서 보게 되어 점심 먹는 내내 흐뭇한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처음 강아지 입양 부탁을 그냥 건성으로 들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봉다리’라는 푸들을 입양한 보호자는 미혼인 남성으로 혼자서 생활하다가, 아주 특별한 목적으로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자마자 계속 밤에 잠잘 때마다 가위에 눌려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다녀간 친할머니께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이놈아 니 사는 집에 귀신이 있어. 그래서 자꾸 가위에 눌리는 거야”


자신이 매일 가위에 눌린다고 하니 할머니가 우스갯소리로 했다고 생각하고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계속 밤마다 가위에 눌려서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할머니의 귀신 이야기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사하기엔 여러 여건들이 맞지 않아서 고민에 고민을 하던 어느 날, 개를 키우면 귀신이 없어진다는

옛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강아지를 분양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설레는 마음에 강아지를 머리 곁에 두고 같이 잠을 청했는데 다음날 아침, 항상 찌뿌듯하던 몸이 새털같이 가벼웠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하니 지난밤에는 가위에 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도 가위에 눌려서 잠을 설치는 적은 없었다고 한다.

강아지를 키우고 나서 혼자 사는 외로움도 달래고, 잠을 못 자게 하던 귀신도 쫓아내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렇듯 시작은 여러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귀결이 된다. 정서적 교감을 나누면서 정이 들면 처음의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그냥 오래된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얼마 전 병원을 다녀간 할머니에게 서두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이 먹고, 자식들도 출가하고 나니 지들 사는데 정신없어. 모두가 나한테 소홀해도 애는 안 그래.

항상 내 옆에 있고, 항상 나만 보고 있어, 항상…”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난 뒤, 진료가 끝났지만 멍하니 앉아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혹시 내가 저 강아지보다 못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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