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까지 가곤 했던 바로 그 회사에서의 일이었다. A는 집 방향이 같은 ㅇㅇ 셋과 한 택시에 태워졌다. 만취했고, 노트북 가방과 개인 물품 크로스백을 잘 둘러메고 있었다. 그대로 집에 가서 내리면 잘 걸어갈 수 있을 상태였지만 걷는 게 좀 위태로웠다. 그뿐이었다. A는 B와 ㅇㅇ역에 내려졌다. B는 동네가 다르지만 다른 이들보단 가까운 곳에 살던 이였다. A는 B의 손에 숙박업소에 끌려갔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ㅇㅇ의 힘이란 이런 거구나. 어마무시한 힘과 ㅁㅁ에게 사귄다고 말하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협박으로 A는 질질 끌려갔다.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길엔 아무도 없는 새벽이었다. 아주 컴컴한 새벽이었다. 입을 막고 애인인 체 어깨를 두르는 엄청난 힘에 A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질질질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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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그 회사에서 ㅇㅇ의 흉터, 온갖 협박의 기억을 얻었다. A는 발신번호제한전화로 ㅇㅇ소리를 들어야 했고 차단을 하고나서도 두려움에 떨었다. 그 이후에도 술자리는 계속되었다. A는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일을 할 수 없게 될까 두려웠다. 그런 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저씨들의 첫사랑 대상으로 지목되거나 결혼한다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따위의 발언에도 민감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만지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 생각이었다. 누군가의 시선을 피해 할 수 있는 거라곤 여선배나 여동기 곁에 최대한 붙어서 굉장히 떨어질 수 없는 체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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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진보매체로 자리를 잡았다. 다를 거라는 희망은 술자리 홍일점, 막내, 꽃, 웃음을 주는 존재 등이 돼 공공으로도 좀 더 노골적인 게 돼갔다. 저런 건 이상하지 않았다(고 최면). 어깨를 두르거나 귀에 대고 누군가 뭔가를 얘기하는 것도 A는 그냥 무덤덤했다. 이상한 농담이 오가고 별 조언이 샘솟아도 A는 그냥 웃었고 그러려니 다들 그런 문화겠거니 했다. 별로 스트레스 받을 건 없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A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이가 생겨났다. 생겨났다는 표현보다는 원래 있었는데 나중에야 발견됐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더니 ㅇㅇㅇ한 관계의 조언 따위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다른 여직원들에 대한 품평과 업무 비하도 이어졌다. A를 의식해 "너는 제외하고" 등의 표현도 존재했다. A가 없는 자리에선 어떤 거짓말이 만들어질지 A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선 여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A는 "여자는 정치사회를 몰라" 따위의 이상한 발언을 보기좋게 능력으로 부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통계가 그를 뒷받침했으며 상사의 평가도 좋았다. A는 꿈에 몰두하는 여성이었기에 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텼다. 이상한 협잡질과 여성비하, 혐오 표현 심지어 A에게만 몰리던 온갖 다른 요구들도 A는 기쁘게 받아내었다. A는 '일 잘하는 사람일뿐이다'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로 일했다. 몇 배로 전화를 당겨받았으며 몇 배로 기록을 남겼다. 그러자 뒷동네에서 나쁜XX라는 평가가 따라왔다. 독한 X, 쓰레기 같은 X, 야망있는 X, 욕심많은 X. A는 어리둥절했지만 하찮은 말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나를 만지지만 않으면 되었다.
A는 그렇게 피폐해져갔다. 술자리에서 홍일점이 되어 앉아있는 일도 너무나 두려운 일이 되기 시작했다. 얼굴만 봐도 두려움에 벌벌 떨게 되는 인물들이 생겨났다. 술에 취해 병을 깨고 여자에게 혐오 발언을 멈추지 않는 이들이었다. 그중 누구는 A에게 새벽 미인대회를 열어 품평회를 하기도 했고 이상한 고백을 하기도 했다. A는 다 괜찮았다. 그중 누구가 집에 가는 길에 손이나 잡아보자며 싫다는 손을 꼭 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끌고 걸어가기 전까지도. 그리고 그 후도. 일에 파묻혀 잊어버리자 생각했던 것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상처였던지 이리저리 올라왔다. 더 무서웠던 건 기타 모든 상황을 보고도 모른 체하거나 순간 놀란 눈빛으로 바라본 후 재빠르게 다른 자리로 옮긴 채 묵인하던 이들이었다. 모든 걸 듣고도 하나도 안 들렸다고 말하던 이들이었다. 기타 등등 모든 상황을 A는 다 옮길 수가 없다. 열거하기에 너무 더럽고 많다는 게 A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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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A는 계속 괜찮아야 했다. 괜찮았다. 그래야만 A는 모든 걸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A는 아직도 주변인에게 자신이 A라는 걸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