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펑펑 놀걸 그랬지

열린 존재를 바라다가…결국 내 선택의 결과

by 팔로 쓰는 앎Arm

이럴 거면 펑펑 놀아볼 걸 그랬지…. 까진 아니어도, 더 열심히 공부할 걸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걸 보면, 참 억울하고 동정받고 싶나 보다. 그럴 게 아닌데도 말이다. 그냥 요 근래 머릿속을 맴돌던 이런 바보 같은 말을 옮겨보자면, 정말 어린이가 되고 싶다는 어른들에게 콧방귀 뀌던 내가 아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달까. 물론 그 말을 했던 이들도 제대로 이해하면서 했던 말이 아닌 '서비스' 차원이었더라도. 아무튼 그 말을 진심으로 해보는 화자의 역할쯤은 한 번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다.


나는 기자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자꾸 되묻지만 그것이 흐려지는 요즘이다. 둥글게, 예민하지 않게, 생각을 버리면 사실 쉽다. 그간 그래 왔었고. 그러나 그게 내 일에 방해가 되어버린 순간 버렸다. 미련 없이. 물론 차용하고 있고 묵언수행을 더 좋아하는 어린애에 불과하지만 근래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생각 때문에 저 멀리 누구의 손이라도 잡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말이다.


늘 열린 결말 속에서 살고 싶었다. 꼰대가 되지 않고 어디에도 열린 사람. 그러기 위해서 나는 열린 위치에 있어야 했다. 일반 회사 취직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매일 새롭지 않으면 답답해 죽을(?) 정도의 조직에 있고팠던 거다. 그래서 뭐 유사하게 흘러오긴 했고, 나는 여기서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보고 싶다. 난 사람 개개인의 가치를 더 믿는 쪽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근데 언젠가부터 나는 너무 힘들다. 있다 그런 게. 말로 표현하기 애매하지만 힘들다. 누구나 애환과 사연은 안고들 있겠지만, 나는 그냥 과거 친구들에게 '네 인생 시트콤 같아. 영화니?'하고 듣던 내 일상들을 사랑했었는데, 사실 언젠가부터 나는 그게 조금 벅차다. 그런데 안다. 누구나 그럴 거다. 제 무게가 있고 사연이 있고 힘든 일이 있고 이게 조용하면 저게 터지고 이게 터지면 저게 조용하고 뭐 때론 같이 터지고….


늘 판단에 확신을 가지고 후회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사실 지금 이걸 겪는 것도 어쩌면 내가 모르는 내가 계획해둔 거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있다. 내 안의 나는 언제나 나한테 어디로 가라고 얘기를 해주곤 했으니까. 그 '나'를 다시 찾아야 한다. 그 아이가 2년 전이었던가. 자꾸 사라지려고 했었고, 이제야 겨우 다시 찾아냈는데 잃고 싶지 않다.


열린 선택지 속에서 살고 싶다는 건 욕심일까? 아니었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 다 그 자리에서 붙박이처럼 산다면 얼마나 딱딱하고 재미없어. 나는 불안정한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자기 꿈을 꾸는 데 있어서 한정 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안다. 이건 비현실적이고 큰 욕심인 것. 당장 나만 해도, 작년 말까지는 그렇게나, 아니 올해 초까지도 그렇게나 잘 해오던 과감하고 내 확신에 찼던 결정들이, 이젠 잘 안 되고 있는걸.


이 혼란 속에서 중심을 찾았다 하면 자꾸 나를 흔드는 일들이 생긴다. 길을 걸어가고 있으면 주위에서 옷자락을 잡고 흔드는 격이다. 그러면 그냥 앞을 보고 가면 되는 거다.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그렇게 하자. 많이 혼란스럽고 어렵더라도 지금 그 '나'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그때가 아닌 거다. 기다리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