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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Oct 28. 2019

오만으로 나를 위로하는 행위에 대해

'인간은 다 그래.' '사람 다 똑같다.' '걔라고 뭐 다르겠니.' 일견 같은 말인 듯하면서도 모순인 건, 그렇지 않다는 걸 아니까 굳이 입 밖으로 내며 위로할 때 써먹은 말이라는 것 아닐까. 누굴 욕하고 싶을 땐 '사람은 다 달라' 하다가도 누굴 기다리거나 누굴 상상할 땐 '인간 다 다르니까 걔라고 다르겠니' 따위로 깎아 내리거나 동질감 느끼거나. 때에 따라 달라지는 위로의 발언들은 인간이 또 얼마나 모순적인 존재인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느냔 말이다. 인간은 다 다르다고, 헛갈리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면서, 나조차도, 당신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면서, 또 한 편으로는, 인간 다 똑같다면서 또 다른 위로거리를 찾는 그 작은 순간들의 모순에 대해, 그냥 그런 생각을 쓸데없이 하는 것이다.


인간은 다 달라. 인간은 다 다르니까 세상이 시끄럽고 세상 사는 게 즐거운 거지. 하는 말에 들어가는, 사실은 인간들이 대하고 행동하는 게 너무 상처 받을 일이 많고, 그래서 감당하기 힘들고, 그래서 소동이 많아 속 시끄러운 일이 많아 내 일상이 어지러워지는 거야 하고 싶은, 그런 말들을, 우리는 꽤나 잘 숨겨내고 있으니까. 그런 거지. 사람이 다 다르니까요. 그 말하면서 씁쓸하게 웃으면, 그게 또 그렇게 쿨해 보이니, 함부로 상대를 믿고 남의 이야기를 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나은 거지. 응. 더 쿨하다는 거지. 사람 말은 옮겨지면 또 달라지고 살도 붙고 살도 날아가고, 남들의 해석이 또 들어가니까, 그냥, 아무 말 않고 웃으면서 침묵을 지키면, 상대가 알아서 저 좋은대로 상상하고는, 나를 자기 편이라고 상상하고는, 저 혼자 '미스 사이공' 놀이 따위를 하게 내버려두는 거지. 그 편이 편한 거지.


애써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결국은 관심있는 인간이 아니라면, 듣지도 읽지도 않을 것, 알고 있다는 거지. 그러면서, 내 앞 길을 가릴까 두려우니 어디서든 침묵이 답이라고 말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리 행동하면서도, 이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는 자는 결국은 없을 진대,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냐는 거지. 흔적 없이 살다 가면 그것대로 문제고, 흔적을 남기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 내리는데, 그것 또한 문제라는 거지. 둘 다 어찌 보면 문제가 아니고 어찌 보면 문제인데, 결국은 가치 판단의 대상이 되는 거지. 네가 어떻게 살고 싶냐는 것. 근데 또 그게, 굳이 답을 해야 하냐는 거야. 자기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인간이, 얼마나 있겠냐는 거지. 대충은 답할 수 있어도, 매순간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 인간이 대체 어디 있냐는 거야.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수년을 살았는데, 지금에서야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은 어쩌라는 거지. 이제 와서 이렇게 길을 잃은 기분이 들고, 고민을 자꾸 한다면, 그래서 의식적으로 고민을 없애려 내 갈 길을 애써 파고 있다면. 이게 다들 그렇게 산다는 거니, 나만 이런 거니. 그럴 땐 사람 다 똑같다 하면서 모순적인 위로를 하는 거니. 아니면 사람 다 다르니 편하게 가는 사람도 있어 하면서 합리화를 하는 거니. 편하게 가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니. 사람은 저마다의 고충이 있지 않니. 물론 네 말대로 역치 차이는 있지. 내게 역치가 높다고 해줘 고마워. 근데, 나는 그것 역시 우리의 기준이라는 것뿐, 누군가는 우릴 보며 코웃음 치지 않겠느냐는 거지. 내가 이리 고군분투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무용한 행위'로 점철된 일상이지 않겠냐는 거지. 지독한 염세에 빠져서 잠깐 그리 생각하다가, 그건 또 아니라고, 내게 말을 하는 거지. 매일을 설득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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