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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Feb 16. 2020

'입으로만 정의로운' 이들을 배려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술, 깨끗한 대화라면…


술자리를 좋아한다. 술을 마시는 건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들, 즐거운 분위기에서 마시는 술은 사람을 치유한다. 그저 한두 잔 먹고는 알딸딸해진 기분으로 현실의 고민을 잠깐 없는 것처럼 취할 수 있는 순간을 사랑한다. 대개 그럼 행복해진다. 웃는다. 행복하다. 그런 모습을 보는 누군가는 행복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누군가는 미워한다. 누군가는 손을 대려 한다. 말귀를 못 알아 먹고는 하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정색하고 화내듯 말해주어야 하는데 그 순간이 꼭 한 번은 생긴다. 그러니 몸을 사리고 술자리를 피했다. 지난 2년간, 술자리에 갈 일이 있으면 최대한 피해왔다. 딱지들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술자리 분위기가 싫으면 안 가면 된다. 게다가 아무도 오라 소리 안 하면 문제 될 것도 더더욱 없다. 싫으면 안 가면 되지, 굳이 와서는 즐거워 보이는 이들에게 트집을 잡고 본인은 맨 정신으로 앉아 취기 오른 이들의 엉망인 대화를 하나, 둘 다 기억하며 결국 자신이 만만해 보이는 이에게만 자신의 열등감을 표출하는 이는, 집에 가라. 쿨하지 못하니.


거기 남자, 여자가 술에 취해 신나보인다고 뭐 다른 오해는 하지 마라. 니들이 좋은 게 아니라, 니들이랑 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술이 좋은 것뿐이다. 그러니 어딜 가자느니 뭘 하자느니 하는 말들을 하지 마라. 할 거면 카톡으로 해라. 여자가 표적이 되기 쉬우니까 그런 배려는 좀 해달란 말이다. 회사 일도 바쁘고 정신없는데 놀자고 간 술자리에서고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인생 뭐 있나' 싶은 현타가 자꾸 세게 오니까, 좀 적당히들, 펭수 말 따라 '눈치 챙겨' 좀.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자청하는 여자, 술자리의 흥 오른 분위기가 불편하면, 사랑꾼들의 대화가 불편하면, 그냥 집에 가라. 그들은 그저 흥이 오른 것일 뿐. 그 자리에서의 문제는 당신이다. 말 같지 않은 열등감으로 분위기를 파토내며 떠들지 말고 제발 집에 가라.


자기 입으로 '진보'를 떠드는 이만큼이나 본인 말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이를 믿지 않는다. 대개 그것은 데이터의 산물이다. 함부로 중요 가치를 입으로 떠들어 대며 가벼이 행동하는 이들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그들의 행보 역시 모순의 연속이다. 인생에서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마다 역치가 다를 뿐이다. 역치가 다르다는 것 또는 상대의 문제 해결 방식 등을 인정하지 않고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건 오만이다. 자신이 본 게 전부라고 믿고는, 그 순간만을 왜곡해 여기 저기 떠들고 스토리를 지어내는 행위는, 그저 떠들기 좋아하는 인간의 좋지 않은 본성일뿐. 일기장에 꾸준히 적었지만, 열심히 사는 남 얘기 하는 것 싫고 문제 없는 남에게 관심도 두지 않는 내게는, 이런 유형의 인간은 고역이다. 제대로 자기 일도 하지 않으면서 입으로 자기 PR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 온 몸으로 겅중거리는 행위는, 보는 우리로서는 그저 코메디란 말이다.


소주 한 잔, 두어 잔 마시고는 그저 조금은 기분이 좋아져 이 밤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아픈 기억들을 잠깐이라고 잊고 순간에 취하면, 그 뿐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역치가 높다고 자랑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많이 겪은 나로서는, 별 것도 아닌 걸로 문제인 체 떠들고, 정작 나서야 할 때는 몸을 사리는 행위들이 역겹다. 대개 자기 입으로 본인이 '앞뒤가 같다'고 외치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본인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더 이상 '어리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이에 목소리가 큰 이들을 보면 나는 그냥, 음. 재미없어. 게다가, 온갖 거대담론을 들고 와서는 자기 논리의 빈 곳을 엉망으로 채우려고 시도하며 그것이 맞다고 눈을 부릅뜨는 이들은, 음. 더 재미없어. 그런 데 갖다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닐 텐데 싶어. 오염시키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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