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틀림의 근원이 뭔지 알게 하는 장면이 있다. 그냥 탁 떠올랐다. 평소 생각도 않던 장면이 어른이 되고보니 다른 아이를 보듯 생각난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학급 임원 추천을 줄곧 받았는데, 그건 "태도가 좋아서 전교 1등인줄 알았어"(-잘 읽어보시라. 아니란 얘기다. 슬프게도 태도만 좋았던 것.)라거나 "ㅇㅇ네 집에 신기한 거 많아" 혹은 "ㅇㅇ는 춤을 잘 춰" "ㅇㅇ는 영어를 잘해서 나중에 제일 성공할 거야" 하는, 당시 어린이들의 평판(?)이 있다.
나를 좋아하는 담임들은 엄청 좋아했다. 뭐 안 해도 싫어하는 세 명의 담임이 있었는데, 하나는 "잘 노는데 성적이 잘 나와서(이 시기만 그랬다)" 싫어했고, 다른 하나는 "선생님이 5만원 꿔갈 수도 있지 그걸 또 달라고 다시 오냐"고 해서 싫어했고(수학여행을 갔는데 급히 현금 5만원을 빌려달라더니 일언반구 없어 두 달 뒤에 조심스레 말했더니 벌어진 상황.) 다른 하나는 수능 모의고사 성적만 잘 나와서 (난 글쓰기-논술, 작문-, 언어, 외국어 전국 1등을 밥먹듯 했다. 그 때만 해도 그게 당연했지. 머리 크고 본 세상은 별천지지.) 싫어했다.
이 세 사람만 빼고는 담임들은 나를 꽤 좋아했는데, 1. 상명하복 2. 태도라도 좋음 3. 열심히 사는 것 같음 {10대 소녀에게 한 교사가 한 말. 그는 내가 타고난 걸 부모님이 못 받쳐준다며 "너네 부모 밉다"는 다소 악성팬(?)적인 발언을 했다. 충격받아 아직까지 기억에 남음.} 그러다보니 "반장은 네가 해야지" 같은 소리를 이제 돌아보니 꽤나 들었다. (애들이 추천해야 한다. 근데 돌아보면 학급의 센 친구들은 항상 날 좋아하거나 조심했다. 왕자병 공주병 아님. 그냥 사실을 말할 뿐임. 이게 독이 됨.)
나는 이상한 하하 유니버스 태생의 인간이라 멍청하게도 매번 "안 해요" 했다. 과반수는 물론 36명이 추천해도 안 했다. (일기 쓰려니 생각난 숫자. 구구절절 회상해 짜쳐 미안하다.) 태초의 기억은 임원을 맡았다 했더니 싫어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고(질색하신 게 아니라 이후 어머니가 교내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하셨다.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우리 엄마도 어렸다.) 이후엔 나의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안 한다"는 게 쿨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런 얘기를 구구절절 하는 이유는, 고여서 썩은 물, 자격없는 것을 그렇게나 싫어하는 것에 이러한 시스템이 원인이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닌가 하는 게 아니라 맞다. 이제야 답을 알았다. 아주 어려서부터 쿨병에 걸린 거다. 운좋게 하나 잡아걸린 걸 못 놓는 이들을 쿨뿅망치로 뿅뿅 걸러내고 싶은 내 마음지도 해답은 그 곳에 있다. 그 곳 어디냐고? 위의 문단에 구구절절 쓴 데서 드러난 저런 내 시스템상의 허점 혹은 강점. 그래서 잘 버리고, 누구 말대로 '좋은 직장'을 척척 잘도 때려치나보다. 그 '좋은 직장'이란 곳이 들어가보니 그저 역할놀이에 그친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덕(탓 아님.)도 있을 거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선배들은 직장을 일찍 떠나는 걸 숱하게 보아온 탓도 있을 거다. 지금껏 내가 본 자격있는 (미안하다 이런 표현. 네가 뭔데. 그러게. 내 기준이다.) 리더는 내가 거친 조직의 20%에 불과하다. 법칙에 맞춘 게 아니라 정말 그렇다. 아직도 가끔 그 상사들을 생각한다. 그렇게 일하는 분들을 그 이후 본 적이 없으므로.
아무튼, 일론 머스크씨랑 어떻게 일할 수 있을까요? 공부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데려가주십쇼. 저랑 성격이 아주 잘 맞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