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오면 회장님들이 많다. 모두 다 회장님이다.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기분 나쁜 티를 폴폴 낸다. 디폴트값이 '선생님'인 나는 해외에서 모두 다 자신이 '회장님'이라 주장하는 이들에게 '회장님'이라 불러주었다. 온갖 협회를 만들어 자신이 회장님이라고 하니 그렇게 불러준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며칠 전 한 ㅇㅇ가 "한국 사람들 다 자기가 회장님이라고 하지 않냐"고 물어 새삼 생각이 났다. "맞다" 싶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기자들은 보통 '님'자를 붙이지 않는다. 국장, 부장, 선배. 대표, 회장, 이사 뭐 그렇게 불렀다. 해외 나와 1970년대에 그대로 갇힌 이들은 '회장님'을 원하니 '회장님' 해줬다. 이 회장님들은 돈을 그렇게나 아낀다. 나보다 더 아끼는 것 같다. 남의 돈은 물쓰듯 쓴다. 자기 돈엔 미친다.
부자가 되려면 작은 돈도 모아야 하는 게 틀림없다. 자기가 미국서 대학 나와 사업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회장님'은 전철 개찰구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이들을 보며 "나도 저러고 싶다"고 아쉬워 했다. 전철 요금은 2.9달러다. 아주 아까운 건 맞다. 하루에 전철을 몇 번 타면 커피 네 잔 값이 날아간다. 그러니 아깝지만, 그래도 내야 하는 돈이다. 말하고자 하는 건, 2.9달러도 아껴야 한다는 거다. 돈을 열심히 아끼다 보면 돈이 모이겠지. 그래도 안 쓰면 모이겠지. 사람 구실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 외엔 거의 다 아끼고만 싶다. 아마 전철 요금 2.9달러가 그 '회장님'에겐 사람 구실하는 돈 외의 것은 아니었을까. 실제 이 곳엔 전철 무임승차가 한국과 달리 횡행한다. 위로 점프하고, 밑을 기어가고, 대피용 문을 열어 줄줄이 들어가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명문대 근처 전철역에서 문을 열고 줄줄이 들어가는 학생들 뒤를 한 흑인 아저씨가 막아서곤 엄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순간을 잊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서로 문을 열어주던 것만 보다가 그걸 단속하듯이 막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냥 인상깊은 그림이라 기억에 남는다. 연결점 없어 보이는 단편적인 그림들이 "다들 자기가 '회장님'이라고 한다"는 ㅇㅇ의 말에 그냥 이어졌다. 주제는? 작은 돈도 아껴 부자가 되어보자는 것이다. 선배는 말했다. "버는 돈 자체가 적어서 부자가 되기 어렵지." 아무래도 직업을 잘못 택했다고 탓하기보다는 열심히 더 허슬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