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대체 왜 하는 거지?"
기자 준비를 한답시고 몇몇 언론사에서 공손한 대답을 할 때 종종 들었던 대답이다. 당시엔 그게 어떤 불문율 같이 느껴져 내가 정말 잘못한 건가, 왜 감사하면 안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마음속으로 소심하게 곱씹고 말았다. 돌아보면 그건 그냥 답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혹은 부담스러운 마음의 표출이거나 나쁘게 말하면 책임 회피성 발언일지도 모른다.
작은 기회, 작은 선물 등에 감사한 게 진심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너무 감사하다. 어느 때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되는 상황 자체도 감사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럴 때면 감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황당한 상황이 그려진다. 그를 포착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이와 있다면 달라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면 좀 당황스러운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나도,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감사하고 고마운 일에 대해서는 크게 소리쳐 말하려고 한다. 계속해서 그럴 것이다. 잠시나마 위축돼 나를 숨길 때가 있었지만, 길게 가는 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어쩌면 조금은 없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조차 감사하다고 하다니. 얼마나 못 누려봤으면.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따위의 시니컬한 목소리에 나는 흔들리지 않고 싶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 사람이 내 감사한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그걸 일부러 깨뜨릴 필요는 없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해도 아닌 척 연습하게 되는 건 세련되는 걸까 사회인이 되어가는 걸까. 마음을 가다듬을 때마다 이를 시험하는 사람들을 자꾸 만나게 된다. 그래도 내가 감사하다는 건 불변하는 사실이다. 내가 어디에서 왔건 무엇을 향하건 똑같다. 지금 누리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내게 그것이 왜 감사한 것이냐고 묻는다 해서 내가 기분 상할 일은 없다. 그걸로 나를 가벼이 여길 사람이 있다 해도 나는 상종을 않으면 그만이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이해의 정도가 다르니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