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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Nov 03. 2016

별 게 없으니 기대하지 말 것

별 게 없으니 기대하지 말 것. 자꾸만 이걸 까먹는다. 나도 아무것도 아니고 당신도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우린 다 아무것도 아닌데, 세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인 것처럼 지배하며 돌아가고 울고 지지고 볶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그냥 별 게 아닌 것 같은 일들이 알고 보면 별 일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서야 뒤통수 맞은 기분에 어안이 벙벙해도 어쩔 수 없는 거다. 일어난 건 일어난 일이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사회생활이라면 묵언수행을 해보자. 뭔 일이 있어도 별 말 않고 그냥 있어 보자. 죽지 못해 사는 것처럼 끙끙대는 심정이더라도 그냥 있어 보자. 그러다 보면 또 지나간다. 근데 이게 곪아 터지면 어떻게 될지 몰라 문제다. 또, 이게 습관화되면 결국 큰 그림은 구려질 수 있다. 그래서 어려운 거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일도, 뭐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생각 없이 밀고 가는 추진력이 있었기에 이만큼 버틴 건지도 모르겠다.


별 생각이 없다는 건 굉장히 멋진 일이다. 별 생각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간이란 게 참 간사해서 어떤 상황에 처하든 간에 무슨 생각이란 걸 하기 마련인데 대체로 그것은 자기 위주의 생각이다. 나름 자신을 객관화해 보는 인간이 있다 해도 그렇다. 나는 주변에서 자아성찰 좀 작작하라고 듣는 인간의 부류인데, 그건 또,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쟤는 참 눈치를 본다 혹은 소심하다 혹은 칭찬을 듣거나 뭐 그럴 수 있는 부류다. 좋게 말하면 좋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또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어렵고 어려워서 도망치고만 싶은데 사실 도망갈 곳이 없다. 도망갈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이 지금 붙잡은 걸 잘 잡고 있는 거일 지도 모르고 혹은 새롭게 뒤엎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다. 그럴 수 없고 그래도 어렵고 뭐 문제는 끝도 없다는 걸 말이다. 술잔을 기울이며 말하는 저마다의 고민이 값어치가 다르고 주제가 다르고 분수가 다르듯 인간사의 다양함은 참 미뤄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고 영화보다 영화 같은 삶을 동시에 다같이 살아내고 있으니 박수를 짝짝 쳐주고 싶을 노릇이다.


그냥 잘 모르겠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누군들 나를 알겠고 당신도 당신을 잘 모를 텐데 서로에게서 물어가면서 답을 구해봐야 뭐가 나오겠느냐. 라고 하지만은 또 우리는 인간이니까 희망이란 걸 품지 않는가.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자꾸 비관적으로 내 얘기를 쏟아내게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은 또 인간이니까 내일이면 밝고 긍정적인 단문들로 내 글을 가득 채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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