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몽햇살 May 03. 2021

선생님, 화는 낼 수 있으세요?

친절함과 단호함, 그 사이 어디쯤...



 오래전, 학부모 한 분이 상담을 하시는 중 대뜸 물어보셨다.

“선생님, 화는 낼 수 있으세요?”

너무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적잖이 당황한 나는 퇴근한 다음에도 그 질문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상이 순해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던 나로서는 애들이 만만하게 보지않겠냐는 말을 애써 애둘러 말한 거라 짐작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교사가 되기 직전까지의 시간을 돌이켜봤을 때) 누군가에게 화를 내본 기억이 없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기보단 돌려 말하거나, 웬만해선 충돌을 피하는 걸 좋아하는 평화주의자인 편이다. 하지만 교직은 직업 특성상 때론 화를 내고 단호하고 무서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후 이런 면에서 교직이 적성에 맞지 않나라는 고민을 자주 하곤 했다.

따스한 햇살과 함께 마시는 라떼 한 잔



 그러나 연차가 차곡차곡 쌓여감에 따라 내리게 된 결론은 꼭 화를 내야지만 열정적이고 바람직한 교사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규칙이나 학급 내의 룰을 학생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단호하게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왜 그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가 가는지, 따라서 왜 하면 안 되는지 행동수정을 위해 차분하고 정확하게 말해주면 된다. 교사와 학생은 상하관계가 아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는 대상이다. 다만 성인 간의 대화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살아온 세월의 차이로 인해 소통에 사용될 수 있는 어휘와 사례가 비교적 한정적이라 소통의 방식에 끊임 없이 신경 쓰고 눈높이를 조절하는 노력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교사의 인상만 보고, ‘저런 순한 인상으로 화는 낼 수 있을까?, 애들이 말은 들을까?’라는 걱정을 하는 이가 있다면, 그 걱정은 고이 접어 넣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학생들은 화를 내고 윽박질러서 바꾸는 존재가 아니라, 따뜻함과 카리스마로 원하는 방향을 같이 만들어 가는 존재이다.



이전 06화 직장상사의 말, 말,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