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복직했다.

진정한 육아 대디가 되자

by 포도씨



육아휴직한 아내가 아이를 전담하여 돌보던 중, 나의 육아휴직이 겹치면서 세 가족이 함께 매일의 삶을 공유하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제 조금 익숙해지나 싶었지만, 예정된 날짜는 금방 도착하고 말았다.


오늘부터 아내가 복직을 하게 되었다. 아내는 복직 하루 전날까지 매우 걱정스러워했다. 과연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아이를 집에 두고 출퇴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부담스러운 마음도 모르고 이내 새벽이 밝았다. 아이가 깰까봐 불도 환하게 켜지 못하고, 아내는 출근 준비를 했다. 씻고,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내게 인사를 건냈다. 다녀올게. 아내의 얼굴은 조금 굳어있어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사실 내가 긴장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제 아내는 육아의 일선에서 물러나고, 내가 주양육자 역할을 해야한다. 잘 할 수 있을까. 아내가 잠을 깊이 못 잤던 것과 같이 마찬가지로 나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내를 보내고, 아이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일어났고, 엄마가 오늘부터 출근을 해야 해서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해 줬다. 아이는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이의 아침을 챙겨주고, 떨어진 반찬과 밥알, 흘린 국물 같은 것들을 닦고, 설거지를 했다. 심심해하는 아이와 놀아주고, 하품을 시작하자 같이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또 점심. 먹여주고 치우고 또 놀아주고, 간식을 챙겨주고, 한번 더 낮잠을 자고…쉴 틈 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이 모든 것을 이제 혼자 해야한다니…눈앞이 조금 어두웠다. 그렇게 한 숨 돌리고 있으니 단축근로를 신청한 아내가 현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이 먹일 재료들을 사기 위해 적어놓은 장 목록을 보여주니 귀엽단다. 고생한 아내에게 수고했다는 한 마디를 전하고, 또한 수고한 아이에게도 쓰다듬을 통해 그 고생을 위로한다.


하루를 겨우 지나왔을 뿐인데, 벌써 내일이 막막했다. 그러나 걱정된다고 닥칠 것이 닥치지 않는 것은 아니듯이,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는 없는 것이듯이. 우리는 받아들여야 했으므로, 아내와 나와 아이는 씩씩하게 오늘을 버티며 적응하고 있다.


살다보면 환경은 계속 바뀌게 된다. 새로운 방법과 양식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하루 하루를 묵묵히 견뎌나가면 분명 익숙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태어나면서 언제나 곁에 있던 엄마랑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이가 잘 적응하기를,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을 하며 긴장하고 있을 아내가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이제 오롯이 주양육자가 되어 육아를 전담할 내가 잘 적응하기를 빈다.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나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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