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발가락을 먹어요

맛있게 쪽- 쪽-

아기는 발가락을 먹어요

 잠을 자다 눈을 뜨면 바로 아기 방에 설치해 둔 베이비 캠을 확인한다. 화면에는 보통 세 가지의 경우가 떠있는데, 미동 없이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첫 번째요, 텅 비어있는 아기 침대가 두 번째다. 분명 아기가 방에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을 때는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경우다. 마지막은 누워 있으면서 어떻게든 놀 거리를 찾아내려고 두리번거리거나 손을 빨거나 하는 아이의 깨어있는 모습이다. 그날 아침은 엄마 아빠보다 빨리 잠에서 깬 아기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몇 번인가 눈을 비비고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뭐지 저게. 아기가 발가락을 먹고 있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 방에 들어갔다. 방문을 여는데 쪽- 쪽- 소리가 들려왔다. 방 구조에 뭔가 있는지 소리가 울리는 곳이어서 더 컸다. 아기는 자신의 엄지발가락을 입에 넣은 채 빨고 있었다. 그 소리와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배가 꼬르륵거렸는데, 나는 아마 누구라도 이 장소에 있으면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가-! 하고 다가가 나는 얼른 입에서 발가락을 빼줬다. 아이는 칭얼거리며 발을 놀려 내 손에서 벗어나 다시 먹으려고 했다. 잠시 동안 아이와 나의 공수 놀이가 시작됐고, 결국 내가 쪽쪽이를 입에 물려주는 것으로 승리했다.

 그 뒤로 아기가 혼자 놀거나 잠에서 깨면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아내에게 아기가 자꾸 발가락을 먹어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근데 그게 정말 그렇게 맛있나? 아니, 아기는 자기 발을 입에 댈 수 있는 엄청난 유연성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여러 생각을 하면서. 아내는 내게 말했다.

"그럼 안돼?"

 그런 행동은 발달단계상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아기에게는 하나의 놀이이기도 하다고도 덧붙였다. 막으려고만 했던 나도 잠시 생각해보니 그러게 왜 안 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발은 보통 더러운 신체 부위로 친다. 아무리 깨끗하게 벅벅 문질러 닦아도 발로 뭘 건네거나 집거나 해서는 위생적이지 않다고 여겨진다. 더군나다 입에다 넣는 건 금기 중 하나일듯하다. 그런데 그냥 발은 더러운 건가? 바닥을 내딛어 본 적도 없고 신발을 신어 본 적도 없는 아기의 발은 더러운가? 손가락을 먹는 아기는 자연스러운데 발은 안되는가? 나를 놀라게 만든 건 단지 내 고정관념이었다. 다만 쪽쪽 소리를 내며 너무나도 맛있게 발가락을 먹는 장면이 아직도 충격이긴 하다.

 이후로는 아기가 발을 먹어도 웃으면서 지켜본다. 양말을 물고 빠는 건 차마 그냥 두지 못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그 느낌을 궁금해하기에는  나는 이미 때가 많이 묻어버렸다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