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by 영화요원

생일날 거울이 달린 핸드폰 케이스를 선물 받았다. 그전까진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면 공짜로 주는 케이스를 끼고 다녔는데 거울이 달린 케이스를 쓰자니 적응이 안됐다.

가끔 핸드폰에 검은 화면으로 내 모습을 확인하곤 했는데 그 버릇이 어디 안 갔다.


내게 선물을 해 준 사람이 왜 거울을 안보냐고 묻자 그때야 내가 항상 거울을 지니고 다니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부턴 계속 그 거울을 들여다봤다.


오늘 문득 거울을 보다가 검은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봤는데 하나도 안보이더라. 예전에 작은 티끌도 잘 떼어대던 내가 더 이상 검은 화면에서 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억울하진 않았다. 내가 깨끗한 거울에 익숙해진 거니까. 언제나 난 더 좋고 새로운 것을 찾고 익숙해질 거다. 그 예전이 행복했었던 시절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로.


근데 사실 행복한 줄 몰랐던 시절보다 행복한 줄 알면서 떠나보낸 그 시간들이 더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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