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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Mar 09. 2018

거울

생일날 거울이 달린 핸드폰 케이스를 선물 받았다. 그전까진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면 공짜로 주는 케이스를 끼고 다녔는데 거울이 달린 케이스를 쓰자니 적응이 안됐다. 

가끔 핸드폰에 검은 화면으로 내 모습을 확인하곤 했는데 그 버릇이 어디 안 갔다. 


내게 선물을 해 준 사람이 왜 거울을 안보냐고 묻자 그때야 내가 항상 거울을 지니고 다니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부턴 계속 그 거울을 들여다봤다. 


오늘 문득 거울을 보다가 검은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봤는데 하나도 안보이더라. 예전에 작은 티끌도 잘 떼어대던 내가 더 이상 검은 화면에서 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억울하진 않았다. 내가 깨끗한 거울에 익숙해진 거니까. 언제나 난 더 좋고 새로운 것을 찾고 익숙해질 거다. 그 예전이 행복했었던 시절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로.


근데 사실 행복한 줄 몰랐던 시절보다 행복한 줄 알면서 떠나보낸 그 시간들이 더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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