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아요
왜 부모는 아이들이 책을 읽기를 바라는가? 그 목적에 대해서 일단 분명히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부모 자신이 책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아이도 그 재미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일 수 있다. 취미 공유는 가족에게서 필수요소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성장을 위해서다. 아이가 책을 읽으면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거나 들었기 때문이리라. 세 번째는 ‘독서 만능설’로 아이가 책만 읽으면 학교 수업도 잘 따라가고 성적도 우수하게 잘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우다. 이때 독서는 너의 성적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다뤄야 하는 하나의 ‘학습’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취미나 사유 활동의 독서가 아니라 과목으로 접근하게 된다. 네 번째는 책 읽으면 좋다고 하니 나는 안 하지만 너는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가능하다. 일단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주변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고 칭찬하는 멘트도 절로 나온다. 장점이 되면서 말이다. 심지어 자랑스럽게 ‘나는 아무것도 안 해줬고, 읽지도 않지만 우리 아이는 책을 그렇게나 좋아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책이 가지는 지위(?)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독서를 취미로 가지길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5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 분명히 해야 한다. 부모는 왜 아이가 책을 읽기를 바라는가? 부모가 책육아를 하는 이유 혹은 아이에게 책이나 논술학원과 같은 곳을 보내는 이유를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목적에 따라 아이가 읽어야 할 책이나 내용 그리고 방식이 다를 테니 말이다. 부모로서 나는 왜 아이에게 책을 쥐어주고 도서관을 다니고 그것도 아니면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독서 학원을 보내는가? 책을 통해 우리 아이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이유는 독서만능설이다. 책만 읽으면, 아이의 현재 상태보다 높은 수준의 책만 읽으면, 아이가 뛰어난 아이가 될 거라 맹신하는 경우다. 당연히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당연히 부모가 바라는 상황(?)이 되지도 않는다. 주변에 책을 많이 읽지만 공부라는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을 보았다. 책을 읽지 않아도, 책과 담쌓은 삶을 살아도 공부만큼은 잘하는 이들도 당연히 많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라. 공부 잘하던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도 책을 펼쳐서 보거나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등의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당연히 그런 친구도 있고 아닌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독서와 학습이 반드시 정비례로 그려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까지 이해하고 나면,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당장 우리 아이가 옆 집 공부 잘하는 아이가 읽는다는 그 책을 읽어야 할까? 독서라는 기반이 쌓였을 때 학습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가 바라는 극적인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을지 모른다. 많은 부모들이 어릴 땐 책을 좋아했고, 책을 많이 읽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책은 전혀 관심도 없고, 학교 성적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하신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있었는가? 아이가 읽고 싶었고, 아이가 즐기고, 제대로 된 독서를 하였던가? 문제는 그럴 수밖에 없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음에도 단순히 ‘책 읽기’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책을 들고만 있으면, 혹은 필독서나 권장 도서만 다 읽으면 모든 게 해결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독서는 만능키가 아니다.
당연히 독서를 통해 많은 변화를 누릴 수 있다. 아이의 뇌가 발달할 것이고 사고력, 즉 생각하는 힘이나 안목을 키우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때 부모로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아이가 읽는 책의 종류와 아이가 어떻게 책을 읽는지,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이다. 무조건 학습만화는 안 되고, 권장 도서만 읽어야 하고 전집을 1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항목이 아니다.
이에 대해 <어린이책 읽는 법>의 저자 김소영은 단순히 아이들을 독서를 가르치는 대상으로만 보고 학년 별로 갖추어야 할 독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음을 밝힌다. 저자가 말하는 독자로서의 어린이들은 큰 장점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책 읽기의 가장 큰 소득은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이 커지고 안목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고력은 말 그대로 생각하는 힘이다. 어린이가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책을 읽고 의견을 정리하려고 애쓸 때, 책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려고 애쓸 때 생각하는 근육이 발달한다. 사고력은 발전적인 삶을 위해 일생에 걸쳐 필요한 능력이다. 안목은 자기에게 필요한 책을 스스로 골라서 읽고, 그 책에 대해 평가하는 능력이다. (김소영, <어린이책 읽는 법>, 유유, 25p)
말 그대로 사고력이 발달하고 책을 직접 고르면서 안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의 인생에서 반드시 길러야 할 항목이다.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른다면 자신의 삶에 대해서 고민할 줄 모르고, 안목이 없다면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좋고 나쁜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을 학습에 적용하여 활용한다면 성적이 올라가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기를 바라면 왜 읽기를 바라는지, 자신의 육아관에서 어떤 점과 연결되어 중요시하는 것인지 짚고 넘어가야 하리라.
그저 좋다는 책을 읽히기만 한다면 아이는 글자는 읽되 내용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고 독서의 즐거움은 당연히 알 수 없으며, 선생님이나 부모가 골라서 쥐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는 결코 펴보지 않는 수동적인 독자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기에는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책이 너무나도 많다.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큰 세상이 바로 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