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대화하기 No.29
이 글은 지난 글에 이어 박태웅 의장님의 책 <눈 떠보니 선진국>의 2부 고장난 한국사회에서 내가 관심을 둔 부분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는 글이다. 따라서, 산발적인 의견 피력에 그칠 수 있으니 염두하고 읽으시길 바란다.
강남 땅값은 왜 오르기만 할까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곳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강남은 온 동네가 역세권이다.
공개적 지표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나는 우리나라 사회가 촛불집회를 계기로 대중이 시민사회를 주도하는 국면에 막 들어섰다고 믿는다. 예전에 이런 양상에 대해 참여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고 인터넷 매체에서 흔히 '집단지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현상이다. 그걸 뭐라 부르든 간에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초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의 권위주의 정부때 만들었던 지표(혹은 기준)을 공개적으로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와 생각이 매우 다른 분들이 있다. 특히 경제 정책이나 부동산 문제 등을 보면 기존에 전문가 혹은 권위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다. 현정부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잘 못했다고 해서, 투기를 조장하던 국토 개발 초기에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2021년에 해법을 마련한다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박의장님 진단대로 우리는 이제 선진국 초입이다. 묻지마로 땅값과 집값이 올라가던 도시화는 이제 없다. 일본을 참조하는 지식인이 많은데 일본의 실패를 교훈 삼고 우리 현실을 잘 고려해서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기획하고 책임질 사람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가 꼬맹이 시절에는 재벌 위주로 국가 개발을 했다. 권위주의 정부가 개도국을 키울 때는 구조적으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인권이 무시되고 부와 권력이 편중되는 부작용이 필연적이다.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 대표적 현상 중에 하나가 포털과 뉴스의 결탁이다.
포털이 뉴스를 공급하는 이유는 하나다. 뉴스라는 '미끼 상품'으로 트래픽을 올려 쇼핑 등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중략> 네이버가 언론사에 주는 돈은 1년에 3천 억쯤이라고 한다. 한국 정부가 한 해 쓰는 예산이 본예산만 530조가 넘는다. 1년 예상의 0.05%로 이런 악마의 시스템을 고칠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시도가 아닐까. 기사를 작성하느라 취재를 할 시간이 없는 언론은 말이 안된다. 이런 악마의 인센티브를 언제까지 두고 볼 순 없다.
나는 포털이 악마의 인센티브로 몰리는 황당한 상황을 지켜보며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네이버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 선배(?)들의 유물을 그대로 받아들인 게으름이 문제다. 신문사가 광고주와 한배를 타고 대한민국 국익을 저해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네이버가 언론을 디지털화 하는 과정에서 선배(?)들의 방식은 그대로 살려 놓은 듯도 하다.
하지만 결국은 진화를 해야 살아 남는다. 그들도 깨닫고 바람직한 길로 갈 것이라 믿는다. 시장에서 바람직하게 경쟁하는 자들이 살아남는다.
교과서 탓에 암기했던 루터가 이런 일을 했는지는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천국으로 가는 패스, 면죄부
루터는 그 뒤 10개월 동안 틀어박혀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다. 그가 선택한 독일어는 궁중이나 성 안에서 쓰는 언어가 아니라 백성들의 일반어였다. 성서는 다음 해인 1522년 9월 출판되었고, 이 성경과 함께 경로 독점이 무너졌다. 누구나 직접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들이 읽는 성서 어디에도 '면죄부'는 없었다.
루터는 예수의 말씀을 따랐다. 예수가 천대받는 이들의 벗이였던 것처럼 라틴어가 아닌 게르만어를 택했다. (세종이 민중의 언어를 만든 것과도 비슷하네!) 놀랍게도 2021년의 한국 기독교에는 아직도 성경을 직접 읽지 못하는 우매한 이들을 활용한 면죄부 판매가 벌어진다. 심지어 그들은 정부를 공격한다. 하지만, 미래를 예상해보면 지금의 모습도 결국 과도기 모습이다. 결국 종교 개혁에 해당하는 진화한 단체만 미래에 선택을 받을 것이다.
욕망을 다루는 글에서 고미숙 선생님을 언급한 일이 있다. 2015년 그분에게 명리학을 배운 인연이 있다. 그때 말씀하시길 사주를 보는 이유는 운명을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다. '아하' 했다. 부적은 그저 공포를 누그러뜨릴 진통제일 뿐이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 천국은 스스로 가는 것이지, 목사님이 보내줄 수는 없다. 그런 믿음은 현실을 잠시 잊는 마약의 대체제일 뿐이다.
아래 구절을 읽을 때는 정말 놀라웠다.
오래된 맛집의 비밀로, 압도적인 단 하나의 변수를 가리켰다. '자가 점포'. 자기 점포에서 영업을 하지 못한 거의 대부분의 맛집들이 장사를 이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있던 배경 지식이나 경험이 기억속에 산발적으로 존재했다.
가로수길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노동만 하고 벌지 못해 경리단길로 사무실을 옮겨 자산가가 된 친구
흔히 회자되는 맥도날드가 자산을 키우는 방식
공교롭게 이 책을 읽고 난 직후 박태웅 의장님의 식견을 써먹을 수 있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분이 조언을 구한다며 본인이 콜센터 일을 그만 두고 나서 할만 한 일이 고민이라며, 목 좋은 곳에 밀키트 가맹점을 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솔깃한데, 내가 그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해서 불안을 줄여줬으면 하는 의도가 읽혔다. 그래서, 나는 목 좋은 곳에 임대료는 내면 결국 노동해서 버는 일 정도에 지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 일을 꾸준히 했을 때 쌓이는 것이 있어야 지금하고 달라지지 않느냐고 말이다. 장사로 입소문이 나서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집값이 오르는 것처럼, 최소한 건물주가 아니라면 요리의 비결이라도 쌓여 레시피라도 만들어야 자산이 생기지 않냐고?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강남역 어딘가에 가면 휴지를 나눠주는 노인들을 이용해서 영업을 진행하는 기획부동산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와 비슷한 일들이 나는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낚(?)이지 않으려면 맛집의 비밀을 알 필요가 있다.
미국이 심어놓은 이념이 민주주의다. 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작은 386의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믿는다. 그리고, 제도화는 김대중 대통령 혹은 김영상 대통령이 시작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15년차 ~ 20년차 정도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토론과 청취의 과정이 끔찍한 비효율이라고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흔히 '정치의 비효율'을 없애겠다고 말하는 게 이런 때문이다. '공론화를 통한 합의'라는 정치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MB는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며 정치를 모르는 상태로 정치의 심장부에 들어갔다. 열심히 하면 성과가 바로 나오던 시절을 살았던 탓에 (시대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효율을 추구하느라 민주주의를 무시한 무리한 짓들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대중들의 시민의식이 고취되었다. 그런 역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렇다면, 몇몇 엘리트가 이끌어갈 수 없다. 엘리트가 많은 기여를 할 수는 있지만, 광장에서 공론 속에서 절충과 화해가 이뤄지고 다수의 합의를 이끄는 지난한 사회 발전 양상이 민주주의 구현이다.
중국에 살아보니 우리나라 언론이 중국을 중공 대하듯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고, 국익에 해보운 저질 저널리즘이다. 우리는 이웃 나라를 있는 그대로 보고 배울 점은 배우고 함께 할 일은 함께 해야 한다. 그 예시가 <눈 떠보니 선진국>에 간단 명료하게 등장한다.
중국의 신인프라와 깉은 투자를 말한다. 4대강과 같은 일을 해선 안 된다.
중국은 권위주의 정부이긴 하지만 신인프라 정책을 내놓았다. 똑같이 권위주의 행보를 보인 MB정부보다 월등히 실력도 있고, 정치도 제대로 했다. 중국에서는 일년에 2주에 걸쳐 펼쳐지는 양회라는 행사가 있는데, 마치 정부 유력자가 다 모이는 광장 공청회와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기사를 보고 지인들에게서 들어서 파악한 내용이라 내 이해도는 높지 않다.) 그곳에서 정치 엘리트들이 국가의 1년 대계를 만드는 애자일한 광경과 시진핑이라는 노인이 3시간 넘는 시간동안 자기 철학을 말하는 그런 행사다. MB가 1시간 이상 말할 국가 운영철학이 있는가? 이념이나 선호에 치우쳐봐야 실력과 국익에 득이 될 부분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