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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Oct 13. 2021

함께 하는 묻고 따져 차리기

묻따풀 훈련 No. 8

이 글은 당신의 생업은 무엇인가? 에서 댓글을 올린 두 지인과 함께 묻따풀을 한다는 취지에서 댓글에서 출발해 묻고 따져 푸는 기록을 남긴다.


생업, 생의, 진짜 내일

시간순으로 먼저 올린 댓글을 먼저 다룬다. 당신의 생업은 무엇인가? 발행 직후 페이스북에 오른 댓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중국어 生意의 우리말 단어로 생업을 택했다. 구글링을 해보면 우리말 '생의'는 거의 쓰지 않는 말이다. 지인의 주장과 달리 나에게 生意를 번역하라고 하면 생업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생업이란 단어는 번역 결과가 아니다. 나는 生意를 우리말로 번역하려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고, 단지 당신의 생업은 무엇인가? 에서 소개한 대화 과정에서 실제로 내가 택한 우리말을 썼다.

불과 며칠전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이 (직업적인) 도움을 청하는 자리에서 적어도 20년 이상 안 써본 단어를 내놓았다.

당시 나는 도움을 청하는 중견기업 관리자인 지인에게 회사에서 주어진 일이라면 (스타트업 대표인) 내가 도울 수는 없고, 지인이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할 일인 경우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고 제안했다. 그 과정에서 그 일이 생업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서 부가 설명이 필요하다 싶어, 설명을 덧붙였다. 생업이라는 말이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 혹은 '입에 풀칠하는 일'로 쓰는 경우가 있어서다. 그래서, 생업이라고 말할 때 내 머리속에는 生意 단어가 있었다. 그 상황을 글로 표현한 비대칭적인 표기가 생업(生意)이다.


중국어를 전공하거나 중국에 살아보지 않았다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장면이다. 눈에 들어왔더라도 단순한 오류라고 발견할 부분인데, 지인의 질문 덕분에 배경 정보를 털어놓았다. 일부 독자들에겐 전보다 친절해진 상황이 되었다.


중국에서 배운 生意

이와 달리 당신의 생업은 무엇인가? 에 다른 지인이 올린 댓글은 내가 生意란 말을 중국에서 처음 들었을 때 놀라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지인은 낯설었다고 설명하며, 관련 지식을 댓글에 풀어 놓았다.

그런데, 나는 지인과 같은 상황에서 낯설어 하기보다는 '生意라니' 하며 놀라웠다. 비즈니스나 일이판 표현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生意라는 글자가 상기시켰다. 왜 나는 이 중요한 질문을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연어이 내가 우리말로 흔히 쓰는 비즈니스의 영어 표기 business 역시 너는 무엇 때문에 바쁘냐를 묻는 단어처럼 느껴졌다. 근데, 우리 말에는 왜 그런 단어가 없을까?


5년이 지나도록 그에 해당하는 말을 찾지 못해 즉흥적으로 생업이라는 말을 택했다. 이렇게 묻고 따지다 보면 더 나은 표현을 찾거나 그대로 생업이라는 말을 쓰더라도 잘 차려서 쓸 수 있겠지?


묻고 따져 풀기 훈련 시리즈

1. 욕망에 대해 탐구하기

2. 욕망에 대한 탐구 II

3. 욕망과 거품에 대해서

4. 욕망을 둘러싼 세계

5. '울음'과 '우리'에 대해서 따라가기

6. 묻따풀을 생활의 일부로 배양하기

7. 지금 어떤 나를 위해 행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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