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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에 이어서 <찬란한 멸종>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었다>를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홀로세 대신 인류세 Anthropocene

<찬란한 멸종>에서 '인류세'라는 말을 처음 봤습니다. 퍼플렉시티에게 바로 물었습니다.

<찬란한 멸종>이라는 책을 보니 2000년 2월 23일 멕시코에서 열린 IGBP 회의에서 파울 크뤼천이 '홀로세' 대신에 '인류세'라고 부르자고 했다는데 그 배경과 후속 결과에 대해 요약해 주세요.

하지만, 결과를 찬찬히 읽는 대신에 대강 훑어본 후에 링크를 구글 노트북LM에 넣었습니다. 출처를 입력하는 와중에 놀란 것은 이미 위키피디아 인류세 페이지가 있었습니다. 물론, 영문 위키피디아니까 'Anthropocene'이지만요. 아무튼 논문만 있는 수준이 아니라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있다면 꽤나 보편적인 지식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겠죠.


물론, 인류가 해악만 끼친 것은 아닙니다.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주는 제 나이가 137억 살인지도 몰랐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 나이가 46억 살인지 몰랐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알려준 것이다. 인간이 등장하기 전에는 그 어떤 식물과 동물도 이름이 없었다. 모두 호모 사피엔스가 붙여주었다.

박문호 박사님의 <월말김어준>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우주와 지구의 나이 따위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기에 고마운 마음이 생겨납니다.


유연한 우리의 언어와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

이어서 다음 내용을 볼 때는 두 가지 생각이 연상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김춘수 시인의 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와서 넌 참 곱구나!"라고 고백했을 때야 비로소 꽃은 예쁜 존재가 되었다. 나 지구도 마찬가지다. 내가 귀한 존재인지 알려준 것은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두 번째는 말의 놀라운 힘인데, 그에 대해서는 <사피엔스>를 읽으며 자각한 '허구의 힘'에 대한 인지가 먼저였습니다. 뒤이어 최봉영 선생님을 글을 쫓으며 말의 힘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바로 그 <사피엔스>를 펼쳐서 관련 내용을 추려서 인용해 봅니다.

아인슈타인이 앵무새보다 나은 점이 있더라도 그것은 못소리와는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의 언어는 무엇이 특별할까? 가장 보편적인 대답은 우리의 언어가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는 것이다. <중략> 인간의 언어가 진화한 것은 소문을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보다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협력은 우리의 생존과 번식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개별 남성이나 여성이 사자와 들소의 위치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보다는 무리 내의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누가 누구와 잠자리를 같이하는지, 누가 정직하고 누가 속이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하지만, <사피엔스>를 처음 읽을 때 가장 큰 충격을 준 부분은 바로 '허구의 힘'에 있었습니다.

우리 언어의 진정한 특이성은 <중략>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 <중략>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령이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중략> 원숭이를 설득하여 지금 우리에게 바나나 한 개를 준다면 죽은 뒤 원숭이 천국에서 무한히 많은 바나나를 갖게 될 거라고 믿게끔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중략>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중략> 그런 신화들 덕분에 사피엔스는 많은 숫자가 모여 유연하게 협력하는 유례없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중략>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자연사를 배우는 이유와 역사를 배우는 이유

자연사를 배우는 이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내용입니다.

자연사를 배운다는 것은 '자연적인 죽음自然死'이 아니라 '자연의 역사自然史'를 배우는 것이다. 자연사를 왜 배울까? 역사를 배우는 이유와 같다. 조상들의 대단한 과거를 알고 우쭐대려고 역사를 배우는 게 아니다. 역사에 등장하는 모든 나라는 망한 나라들이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통찰도 대단합니다.

자연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3억 년 동안 고생대 바닷속에 바글댔던 삼엽충은 왜 멸종했는지, 1억 6000만 년 동안 육상을 지배했던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를 배워서 현생 생물, 특히 인류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할지 따져보기 위해 자연사를 배우는 거다. 결국 자연사란 멸종의 역사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시에 책 제목에서 '멸종'을 볼 때, 남들이 잘 다루지 않는 이슈라고 생각한 저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되는 듯합니다.


다섯 차례 대멸종의 공통점

첫 번째 대멸종은 언제였을까요?

첫 번째 대멸종 : 약 4억 4380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기
온실가스 감소로 대규모 빙하가 발생했다. 또 우주에서는 감마선 폭풍이 불었다. 해양 생물의 86퍼센트가 멸종했다. 이때 육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그때는 육상에 아무도 안 살았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

퍼플렉시티에게 육상생물의 등장시기를 물었습니다.

최초의 육상 식물: 약 4억 7천만 년 전(오르도비스기 중기)

최초의 육상 동물(절지동물): 약 4억 3천만 년 전(실루리아기 후반)

두 번째도 여전히 낯선 시기입니다.

두 번째 대멸종 : 약 3억 589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말기
갑자기 지구가 추워졌다. 소행성이 충돌하고 화산이 터져 화산재가 태양을 가리면서 지구는 얼어붙고 대기는 산성화 되었다. 해양과 육 상 생물의 75퍼센트가 멸종했다.

페름기는 <월말김어준>에서 박문호 박사님께 몇 번 들어본 기억이 납니다.

세 번째 대멸종 : 약 2억 519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기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이다. 초대륙이 형성되면서 생명이 살기 좋은 해안선은 줄어들고 사막이 늘었다. 산소 농도는 급격히 떨어졌으며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 폭발로 심각한 기후변화가 일어났다. 지구 생명의 95퍼센트가 멸종했다.

드디어 공룡 시대가 시작하는군요.

네 번째 대멸종 : 약 2억 14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기
지구 생물 종의 80퍼센트가 멸종했고 이후 본격적인 공룡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후은 역시 공룡의 멸종입니다.

다섯 번째 대멸종 : 약 66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
항상 거대한 화산이 문제다. 인도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면서 대멸종이 시작되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의 대미는 지름 10킬로미터짜리 거대한 운석의 충돌이 장식했다. 운석의 충돌은 열폭풍과 거대한 쓰나미를 불러왔다. 또 지진을 유발했고 지진은 화산 폭발로 이어졌다. 이때 전체 생물 종의 76퍼센트가 멸종했다. 육상에서는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은 모두 멸종했다. 그리고 조류를 제외한 공룡들은 모두 몰살되었다.

고양이보다 작은 동물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는 인류는 그다음에 출현했다는 이야기를 시사하네요.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서 공통점을 찾아내야 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급작스러운 기온 변동. 기온이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5~6도씩 오르거나 내렸다. 둘째, 대기 산성화. 화산 폭발의 영향이다. 대기가 산성화 되면서 산성비가 내려서 해양과 토양이 산성화 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되었다. 셋째, 산소 농도의 하락. 산소 농도가 갑자기 떨어졌다. 동물에 따라 살 수 있는 산소 농도는 다르다. 낮은 산소 농도에서도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있다. 하지만 높은 산소 농도에 적응한 생명체들은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버틸 수가 없다.


<찬란한 멸종>을 읽고 쓰는 독후감

1. 인류의 멸종은 예정되어 있다

2.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난 사고를 돕는 과학의 쓸모

3. 운명, 연기(緣起), 확률 분포 그리고 테라포밍

4. 원대한 포부를 가진 사람들과 역사적인 연금술

5. 북극의 빙산이 녹아 섬이 잠긴다는 거짓말

6.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4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41. 악(惡)의 낙수 효과는 현실이고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142. 원대한 포부를 가진 사람들과 역사적인 연금술

143. 자신만의 기억을 위해 싸울 때 당신은 인간답다

144. 시각이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널리 퍼진 착각

145. 나는 나로 살아야 숨통이 트인다

146. 사랑은 우릴 어디론가 데려다줄 것이다

147. 우리는 실제 세상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것을 인식한다

148. 내가 가지고 다니는 것들이 곧 나를 이야기한다

149. '왜'라는 질문 없이는 불가능한 지속 가능성

150. 준비가 아니라 나를 알고, 나를 믿고, 해 나가는 것

151.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

152. 확신이 없는 길을 가는 방법은 나 자신을 믿는 것

153. 생각을 하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

154. 북극의 빙산이 녹아 섬이 잠긴다는 거짓말

154. 군사정권의 유산과 강력한 검언유착을 이겨낸 K-민주주의

156. 편견이라는 미세먼지 그리고 제정신이라는 착각

157.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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