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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새로운 표현 방식과 언어를 제공한다

인공지능 길들이기

by 안영회 습작

<듀얼 브레인> 5장(章)[1] <창작가로서의 AI> 중에서 <창작에 AI를 포함하기>와 <창작의 의미>를 읽고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담습니다.


실용적 창의성과 의도 기반 프로그래밍

다음 글을 읽다 보면 지난 글을 읽으며 창의성에 대해, 그리고 인공 지능이 창의적인 발상에 유리한 이유를 배운 것이 떠오릅니다.

AI가 잘하는 종류의 창의적인 작업이 의외로 많다. 정답이 없고, 창의적인 발상이 중요하며, 사소한 오류를 전문가가 잡아낼 수 있는 일이다. 마케팅 글쓰기, 성과 평가, 전략 분석은 모두 해석의 여지가 있고, 사실 확인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AI의 역량 범위 안에 있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문서는 AI의 학습 데이터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고, 접근 방식이 다분히 정형화되어 있다. 따라서 AI가 사람보다 능숙한 경우가 많으며, 작업 속도도 AI가 훨씬 빠르다.

다음 글은 또 최근에 작성한 <바이브 코딩이 왜 레거시 코드와 기술 부채를 만드는가>를 쓸 때 경험을 소환합니다.

AI에게 어떤 작업을 요청하고 그에 대한 코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을 '의도 기반 프로그래밍'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연간 임금 총액이 4640억 달러에 이르는 IT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이브 코딩을 통해 생산자가 '의도 기반 프로그래밍'으로 나아가는 면은 진화에 비유할 사회 변화라 생각합니다. 혹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진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산업에서 코드를 기반으로 생산을 하는 양상에 바탕을 두면 의도만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광범위한 문화유산을 학습한 실용적 창의성 기계

다음 다발말[2]은 짧지만 굉장히 심오한 인공지능의 특성을 표현했다고 봅니다.

챗GPT는 주식 시장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지만, 전문화된 모델보다 더 뛰어난 "미래의 주가 변동성에 대한 강력한 예측 도구"로 작동했다. 사실 AI가 그토록 훌륭하게 시장을 분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상에 대한 더 일반화된 지식을 적용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화상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더 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환각 문제가 덜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정확성 측면에서 기존의 가장 뛰어난 컴퓨터 시스템보다 앞서기만 하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챗GPT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왜 그렇게 평가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언어적 일관성'에 의존하는 언어모델(LLM)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지만, 도리어 그 덕분에 인간이 규정한 전문 지식 바깥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듯합니다. 아직 인간이 규정하지 못한 분야도 언어가 만든 데이터 덕분에 답하고 탐색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학교에서 말하는 '융합' 교육 같은 느낌도 선사합니다. 마치 인공 지능을 이용하면 융합 교육을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할까요?


최근 급격하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의 멀티모달 능력들을 보면 '코드' 대신에 '영상'이나 '그림'을 넣어도 될 듯합니다.

AI는 인류의 광범위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훈련되었기에, 그 유산에 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 AI로 독특한 것을 만들려면, 그와 관련된 문화를 보통 사람들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제는 인문학 전공자가 가장 흥미로운 '코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작가는 글로 전달해야 하는 AI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데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구현하고 싶은 효과를 글로 묘사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인문학 지식을 프롬프트에 담을 수 있다면?

한편, <멀티모달 토큰화에 대해 가볍게 듣기>에 따르면 아직은 '언어' 모델이 처리해야 하니 저자가 어떤 이유로 인문학 전공자의 우위를 점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학 자체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적절히 요청하는 방법을 알아야 이런 흥미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인문학 지식을 잘 아는 훌륭한 프롬프터가 유리하다는 말이겠죠.

예술사와 전반적인 화풍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AI는 더 강력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표현 방식과 언어를 제공한다

여기서부터는 <창작의 의미>에서 밑줄 친 내용입니다.

AI가 이미 대부분의 사람보다 글을 더 잘 쓰고 더 창의적이라면, 이는 창작 활동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몇몇 지인들이 던졌던 질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내가 만든 것이다. 이것이 예술 작품이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테지만, 그것은 어차피 철학자가 고민할 문제다. 하지만 그 그래프가 창의적이었다는 것은 안다. 그 이미지를 만들면서 뭔가를 창조할 때 느끼는 전율과 몰입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수십 개의 이미지를 만들고 수정해야 했다.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프롬프트를 개선해 나가며 AI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지 지켜보는 과정이 재밌었다.

저자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요? 글을 쓰며 다시 읽어 보니 인공지능을 쓰면서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미드저니로 만든 이미지가 예술 작품은 아닐지 몰라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창작활동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AI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 힘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반대를 보는 듯합니다.

이런 면에서 AI 도구는 예술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생성형 AI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표현 방식과 새로운 언어를 제공함으로써, 말 그대로 창의적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잃어버리는 쪽이 아니라 과거에 불가능했던 착장 경험을 선사하는 쪽 말이죠.


모든 작업의 초안을 돕는 버튼에 중독되다

다음 말은 이미 현실이 된 듯합니다.

말 그대로 모든 주요 사무용 프로그램과 이메일 관리 플랫폼에 초안 작성을 돕는 '버튼'이 곧 생길 예정이다.

다음 문장을 보니 이미 제 자신이 발표 자료 만들 때, Prezi에 중독된 수준임이 떠올랐습니다.

백지보다는 뭐라도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다음에 밑줄 친 내용은 꽤 의미심장한 내용입니다.

AI에게 거의 모든 종류의 초안을 맡긴다는 (물론 누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작업을 해야 하지만) 것이 의미하는 바는 엄청나다. 이에 따른 잠재적인 결과 한 가지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AI에게 초안 작성을 맡길 때, 우리는 AI가 제시한 첫 번째 발상에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향후 작업에 영향을 미친다. 초안을 완전히 다시 작성하더라도 여전히 AI의 영향이 묻어날 것이다. 그러면 더 나은 해결책과 통찰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관점과 대안을 탐색할 수 없게 된다.

학교를 다니면서 마치 문제가 주어지면 무조건 풀도록 훈련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언급한 MIT 연구에서, 챗GPT는 인간의 기술을 보완하는 역할이 아니라, 인간의 노력을 대체하는 역할로 주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실험 참가자 대다수는 AI가 제시한 결과물을 편집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했다.

저도 자동 생성된 결과가 크게 문제가 없다면 손을 대지 않는 쪽을 택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문제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할 듯합니다. 의도를 훼손할 정도의 결과는 애당초 인공지능의 도움을 안 받거나 최소한으로 받는 쪽으로 하겠지만, 높은 수준의 정교함이 필요하지 않은 쪽은 앞으로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많이 받으려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인식이 분명해야 실천 가능하겠죠.


예술과 창의적 활동의 의미를 재구성해야 한다

앞서 '사라져 가는 과정'이라고 느낀 바로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창의성과 독창성이라면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듯합니다.

이제 그 '버튼'이 모두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성과 평가처럼 지겹고 재미없으며 사람이 작성했을 때 의미가 있었던 작업이, 이제는 AI에게 맡겨질 것이다. 물론 결과물의 겉보기 품질은 좋아질 것이다.

아직 확신이 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저자의 의견에 수긍이 갑니다.

앞으로 우리는 예술과 창의적 활동의 의미를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주석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글 장()의 구성원리를 한자사전에서 찾아봅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듀얼 브레인>을 읽고 쓰는 글

1. AI 시대의 실용적 생존 가이드

2. AI알못 입장에서 이해한 RAG와 RLHF 효용성

3. 외계 지성의 위한 인공 윤리 준수와 통제의 필요성

4. 인공지능을 공동지능으로 길들이는 네 가지 원칙

5. 자신의 역량을 증강시키는 도구를 만들어 온 인류

6. AI는 저장된 기억을 검색하지 않고 패턴에 의존한다

7. AI의 환각을 일종의 수평적 사고로 보자

8. 모든 브레인스토밍은 항상 AI를 활용한다


지난 인공지능 길들이기 연재

(1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1. 외계 지성의 위한 인공 윤리 준수와 통제의 필요성

12. 인공지능을 공동지능으로 길들이는 네 가지 원칙

13. 자신의 역량을 증강시키는 도구를 만들어 온 인류

14. 데이터 인터페이스로서 LLM이 갖는 중요한 역할

15. 인공지능이 그린 자아 이미지 그리고 다이어그램

16. AI는 저장된 기억을 검색하지 않고 패턴에 의존한다

17.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정보의 조합과 응용 과정

18. AI의 환각을 일종의 수평적 사고로 보자

19. AI 환각과 확률론적 모델링의 근본적인 한계

20. 인공지능은 언어적 일관성에 의존하는 새로운 지능이다

21. 모든 브레인스토밍은 항상 AI를 활용한다

22.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은 먼저 온 미래였다

23. 포토샵 대신 나노바나나로 갈아타는 첫 발을 떼다

24. 페르소나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재주를 모방하기

25. 다음에 나오는 단어를 예측하는 일이 이렇게 중요한가?

26. 인공지능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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