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면 보이는 나, 그러면서 배우는 바> 편에 이어 오래간만에 청소를 하며 배운 내용이 있어 글을 씁니다.
저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청소하기를 즐깁니다. 그래서 대개는 아내가 없고 여유가 있는 시간에만 청소를 합니다. 제가 원하는 방식이 있지만, 제가 청소하는 모습을 아내가 즐겁게 보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이죠. 다행스러운 점은 청소를 하던 바로 그날 아내도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부엌을 치웠다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엄마가 다시 부엌 뒷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는 (저를 포함해서) 집안 일로 다투는 사람들을 관찰할 때, 상당수가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을 상대에게 강요할 때 벌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엔가 그런 마찰을 피하는 몇 가지 방법을 장착(?)하고 삽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 방법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눈앞에서 다른 두 사람이 마찰을 빚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고는 합니다.
제가 청소를 할 때에도 종종 저에게 집중하는 아들이 거실 창문을 열고 이불을 터는 장면에서 자지러지게 웃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해 예전 사진을 첨부합니다.)
아빠, 왜 갑자기 탭댄스 할 때 하는 걸 해?
잠시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8살 큰 애와 제가 동시에 알아차렸습니다. 제가 책에 나오는 '탭댄스'라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려고 유튜브에서 '스윙키즈'라는 영화를 찾아 탭댄스 장면을 보여준 일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그 책을 볼 때마다 영상을 보여달라고 해서 우리 집 관행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주인공이 탭댄스에 푹 빠져 모든 일상에서 환청처럼 탭댄스 리듬을 듣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중 모포를 터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이불을 털자 아이들이 그 모습을 연상해서 제가 청소하다 말고 논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정말 아이들 다운 귀여운 확증편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말김어준에서 일 년 넘게 박문호 박사님 강의를 들은 결과로 기억은 경험에 의존하고, 맥락은 로컬이라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상징을 전달하는 수단인 언어를 상대가 이해하려면 같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경험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맥락(context)에 대해 쓴 글이 많아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여기서는 확증편향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내가 배운 교훈만을 곱씹고 마치자. 소통을 할 때는 내 생각과 말이 확증편향으로 점철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성공적 대화를 돕는 그림>을 떠올려보자.
매번 엄밀하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소통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자. 그래서 감정에 이끌리거나 지나친 기대를 상대의 몫으로 던지는 우를 범하지 말자.
그리고 <말을 비우고 대화를 채웁니다> 편에서 배운 가르침을 떠올리자.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을 떠나 그의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추리하거나 가능하다면 더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