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한글판에 실린 <경영과 세계 경제> 편집자주에 이렇게 쓰여 있다.
이 글은 HBR 1988년 9월호에 실린 <중략> 번역한 것입니다.
88 올림픽이 열리던 시절 기사이지만 2022년에 읽으면서도 '아하' 하는 발견을 할 수 있는 놀라운 글이다.
기사의 아래 문장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영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을 아는 임원은 거의 없다.
1988년에 그랬지만 지금은 아닐까? 최소한 나는 아직 그 영향력을 잘 모른다. 영향력을 모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래 문장을 보면서는 내가 아예 경영이 뭔지를 모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에게 공동 목표, 공동 가치, 올바른 구조, 지속적 훈련과 발전을 제공해 함께 성과를 내고 변화에 대응하도록 하는 일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가장 애를 쓰는 점이란 사실이다. 다만, '경영'의 정의에 대해서는 무심했다고 봐야겠다.
피터 드러커의 기사에 쓰인 문장이다. 경영의 성공으로 일어난 큰 문제의 예는 이러하다.
경영이 노동력을 비숙련 노동자 집단에서 고학력 지식인 노동자 집단으로 대체해 버렸기 때문이다. <중략> 현재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 최대 직종은 미국 인구조사국이 '관리직 및 전문직'이라 부르는 사람들이다.
그가 설명하는 경영의 성공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인식을 이해하려면 역사적 시각으로 경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기사에 그런 설명이 등장한다.
경영은 이런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오는 데 주된 역할을 해 왔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식과 기술을 갖춘 사람 다수를 생산적인 작업에 고용할 수 있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게 바로 경영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래 문장들을 읽고 나 스스로 경영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이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경영 덕분이다. 지식, 특히 발전된 지식은 항상 고도로 전문화돼 있다. 지식 하나만 갖고는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다. 하지만 현대의 대기업은 최대 60가지나 되는 다양한 지식을 보유한 대단한 지식인들을 최대 1만 명까지 고용하고 활용한다. <중략> 이 모든 지식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쓸모 있게 만든 것은 단연코 경영이다. 경영이 출현하면서 지식은 사회적 장식품이나 사치에서 벗어나 오늘날 어느 국가에서나 진정한 자본 역할을 하게 됐다.
드러커는 150년 이전까지만 해도 군대를 제외하고는 대규모 조직 구조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영이 바로 군대가 아닌 대규모 조직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프레데릭 테일러가 발전시킨 '과학적 관리' 이래의 경영 혁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경영 혁신들은 지식을 업무에 적용하고 추측, 체력, 노동을 시스템과 정보로 대체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프레데릭 테일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모든 것들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을 '더 똑똑하게 일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낸 혁신으로만 알았던 현상을 피터 드러커는 내가 88 올림픽에서 정부 지시로 비인기 종목인 하키 경기 관람에 동원되었던 꼬맹이 시절에 벌써 간파했다.
조직과 기술의 기계적 모델은 <중략> 최초의 컴퓨터가 작동했던 1945년에 수명을 다했다. 이후 상호 의존적이고 지식 집약적이며 정보의 흐름에 의해 체계화된 조직을 생명체로 보는 모델이 기술과 조직 모두를 이끌었다. <중략> 모든 산업 국가의 경쟁자들이 알고 있듯이 기계 산업은 자동화되지 않는 한, 즉 정보를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는 한 구식이 된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교육은 아마 개발도상국이 직면하는 가장 큰 '경영' 관련 도전이 될 것이다.
이 문장들은 나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먼저 낮에 봤던 테슬라 주주총회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나는 기존 자동차 회사와 테슬라가 완전히 다른 종류의 회사라고 믿는다. 인용한 영상에 등장한 표현이 나에게 그렇게 말해준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의 표현을 빌면 조금 더 보편적인 설명으로 바꿀 수 있다. 만일 자동차 산업이 배기가스를 줄여야 하는 Net Zero 상황에 맞춰야 하고, 자율주행을 필연적으로 달성해야 한다면 기업은 완전히 변모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 말대로 그러한 비전에 맞춰 '정보를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는 한' 구식이 될 수 있다.
인간처럼 판단하는 자율주행 차량을 만들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방식처럼 자율주행차량이 인간 운전자를 이기에 하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공급하는 일은 테슬라만 하고 있다. '정보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운전이란 행위에 대해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완전 자율 주행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할 사람들에게는 테슬라의 친환경 에너지 효율에 대해 영상을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들은 '구식'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Net Zero가 인류의 가치를 부상하는 상황에서 차량 제조를 '정보를 중심으로 재편'한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본질을 이해하는데 용이하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기업이면서 하드웨어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피터 드러커의 표현을 다시 인용하면, 그들은 '정보를 중심으로 재편'한 기업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부터 나는 경영을 하는 동안 반드시 피터 드러커의 경고를 지킬 것이고, 앨론 머스크를 따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이면서 하드웨어 기업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1]
다시 앞서 인용한 드러커의 문장 안에서 아래 표현에 주목해보자.
지식 집약적이며 정보의 흐름에 의해 체계화된 조직을 생명체로 보는 모델
이 문구를 곱씹어 보면 그간 내가 협업에 대해 곱씹어 보면서 느꼈던 분업과의 차이점이 떠올랐다. 대강 주요 특징만 열거해 보면 이렇다.
협업은 분업과 달리 자율적이다
협업은 분업과 달리 중앙 통제에 따르지 않는다.
협업은 분업과 달리 계획하지 않은 변화에 대한 대응을 가정한다.
자율성과 기민함을 갖추려면 드러커의 말대로 단위 조직(혹은 개별 협업자)이 지식 집약적 특성을 갖춰야 한다. 모르는데 어떻게 자율적으로 활동하는가?
그렇지 않은 조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드러커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근거로 제시한 설명을 조금만 인용한다.
모든 선진국에서 자산이 임금노동자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권력도 뒤따라야 한다.
7가지 항목으로 피터 드러커가 요약한 경영의 필수 원칙을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경영은 인간에 대한 것이다: 경영의 임무는 사람들이 공동 성과를 내게 하고, 그들의 강점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고, 그들의 약점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경영은 같은 사업체에 속한 사람들의 통합을 다루기 때문에 문화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모든 기업에는 단순하고 명확한 단일 목표가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 니즈와 기회에 따라 기업과 구성원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경영진의 임무다.
모든 기업은 다양한 유형의 직무를 수행하는,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생산량이나 이익은 그 자체로 경영 및 사업 성과를 측정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기업도 다양한 성과 측정 방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어떤 기업이든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기업의 어떤 결과도 담장 안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 기억을 더듬어보니 두 사람의 거인들에게 영감을 받기 이전에 이미 유사한 활동을 해오고 있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