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의 디지털化 - 4화
매주 보는 지인과 한달에 한번 뵙는 지인, 이렇게 두 분이 같은 날 하나의 주제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래서 링크된 글을 클릭했는데 브런치 글이 길어서, 먼저 정우님 페이스북 글을 먼저 쓱 훑어 분 후에 브런치 글은 대략 훑어서 논지만 본 후에 소개한 유투브 강의를 쭉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EcCrulCYdo
회계 지식이 부족한 내게는 실용적인 강의였다. 이렇게 정우님 글을 읽고, 앞서 소개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과거의 개인 경험이 떠올랐다.
예전에 유통 대기업(이하 '유통회사') 팀장에게 우리회사의 CTO님이 요즘 환경(디지털 전환이 필연적인 상황)에서 네이버와 유통회사의 경쟁 구도를 단순화 시켜 설명한 일이 있다. 워낙 사이다같은 설명인지라 기억이 생생하다. 대강 요약하면 네이버는 IT를 잘하는 회사이고, 유통회사는 유통 비즈니스를 잘하는 회사다. 반면에 네이버는 비즈니스를 잘 모르고, 유통회사는 IT를 잘모른다. 10년의 시간이 지나면 어떻겠는가? 네이버는 그 사이에 유통 비즈니스에 진출하지만, 유통회사는 더 나아지지 못한다.
당시 CTO는 회계 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그때로 돌아가 그의 말에 오늘 배운 용어를 덧씌워보자. 그러면 이렇게 된다. 네이버가 시행착오하는 동안에도 개발자라는 고정비는 바뀌지 않는다. 변동비는 비즈니스 시도 따라 투입할 수 있다. 고정비 부담이 작아 위험이 적고, 그 사이 비즈니스 노하우를 쌓아간다.
노하우는 지식정보 생산역량 관점의 표현이고, 앞의 영상에서 말하는 회계 용어로는 영업 레버리지가 그것이기도 하다.
유통회사는 어떤가? 유통회사는 원래도 비즈니스를 잘 했다. 하지만, 10년 시행착오 하는 과정에서 IT를 배웠는가? 외주개발이라 사업 관리를 하기 위한 관계 관리(?)에는 신경을 썼겠지만, IT 역량이 늘지는 않았다. 똑같은 비용 투자이지만 직원에게 쓴 고정비가 아니라 외주 개발비용으로 변동비를 썼다. 회계상으로는 시스템 투자니까 변동비라고 기장되지는 않지만.
나는 지식정보산업의 두드러진 특징이 이 장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 기억을 꺼내어 각색했다. 내친 김에 신조어도 하나 소개한다.
지식정보재를 키워드로 구글링 해보면 아직 쓰이지 않는 말이란 점을 알 수 있다. (정보재는 쓰이지만) 나는 동료들과 종종 지식정보재를 말한다. 심지어 지난 주에 다른 회사 이사님을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대화를 할 때도 그 단어를 꺼냈다.
물건이 넘쳐 나는 시대라 지식정보로 생산한 창의력이 제품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팔리지 않느냐?
쓰고 보니 굉장히 관념적인 표현인 듯도 하지만, 나는 저 말이 사실이라고 확신한다. 넘쳐 나는 물건, 객관적으로는 변별력 없는 재화들을 보면서 큐레이션이 필수인 형태로 유통업도 바뀌고 있지 않은가? 검색 기술과 AI 등의 기술이 필요한 큐레이션은 대표적인 지식정보생산방식이다. (신조어 남발 주의)
암튼 느닷없이 신조어를 들어대는 이유는 네이버가 고정비를 쓰는 방식을 설명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각잡고 읽고 있는 책이 있다. <프로젝트에서 제품으로>인데, CTO님의 비교 설명과 같은 구도를 다른 맥락에서 풀어간 책이다.
IT 즉, 정보기술을 제품 생산력으로 쓴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전통산업에서 말하는 전산실, 전산직, 차세대 프로젝트라는 구시대의 유물을 벗어나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꼭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런 특징이 2, 3차 산업 등의 분류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편의상 지식정보산업이라고 부른다.
정보기술은 지식정보산업의 핵심 생산 기술 중에 하나다. 그렇게 만들어진 IT서비스는 제품이라고 부를 때, 앞서 말한 생산이라는 말의 정의가 분명해진다. 이때 생산요소의 거의 대부분은 회계용어로는 인건비다. 그리고 바로 그 고정비가 생산설비를 대체한다. 하지만, 공장의 생산설비와 작동방식이 아주 다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고정비를 투입하면서 공장 생산설비는 감가 상각이 발생하는 반면, 인간은 시간을 주고 시행착오를 하면 학습을 하여 기존에 불가능했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도 가능하지만 아예 창의가 일어나 생산에 혁신이 일어난다. 실제로 개발자들에게 시간을 주면 그들은 중국 국내 물류에서 쓸 제품을 만들었다가 그와는 전혀 다른 BI 솔루션 제품을 만들기도 할 수도 있고, 아름다운가게라는 비영리재단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사실 이건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게 한 동기와 내 글의 논지는 정반대 사안을 다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공헌이익을 다룬 글과 유튜브 영상에 나를 글을 쓰게 했다. 하지만, 내가 다룬 글은 공헌이익이 아닌 고정비가 만들어내는 사업 노하우에 초점을 맞췄다. 고정비의 주된 부분이 지식정보생산 인프라인 경우 공헌이익을 높이는 과정은 오히려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지식정보생산 인프라가 결국 사람과 문화이기 때문에 좋은 환경을 제공할 때 인재를 데려오기 쉬워지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