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대화하기 XVII
오래간만에 다시 펼친 <하드씽>이 나에게 활력을 주는 문구가 보였다.
나의 예전 상사인 짐 박스데일(Jim Barksdale)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먼저 돌본다. 사람, 제품, 이익의 순서다." 단순한 말이지만 여기엔 몹시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을 돌보는 것'이 셋 중에 단연코 가장 어려우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머지 두 가지는 의미가 없다.
저자 벤 호로위츠가 덧붙인다.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곧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조직은 그리 많지 않다. 조직의 덩치가 커질수록 진짜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십상이고, 사내정치에 능한 직원들의 계략에 가려 성실하게 일하는 보석 같은 직원들이 묻혀버릴 수 있으며, 관료주의적 프로세스가 창의성을 질식시키고 일터의 즐거움을 빼앗아갈 수 있다.
나는 이 글이 주는 위로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재빠르게 노트북을 열었다.
지금 우리 회사에서 사내정치란 존재하기 힘들고, 관료주의적 프로세스도 없다. 창업자인 내가 창업전 15년간 대기업의 관료주의 속에서 창의성을 심는 IT 프로젝트를 스무 건 이상 했다는 사실에서 굳건한 기초를 발견할 수 있다. 15년 IT 컨설턴트 일을 마감하고 옷을 벗을 때, 내가 하던 프로젝트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느꼈다.
하지만, 놀랍다. 새로운 길을 나서고 만 5년이 지나 6년째를 맞이하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는 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안 하고 내가 믿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몇 페이지 뒤에 벤 호로위츠는 잘 들으라는 듯이 좋은 조직의 특징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좋은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또 맡은 일을 잘 완수해내면 회사 차원에서나 그들 개인적으로나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확신을 가집니다. 그런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 한마디로 일할 맛이 나지요. 일을 통해 능력을 한껏 발휘하고 그럼으로써 회사와 자기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 그런 믿음을 직원 모두가 갖고 매일 아침 출근합니다. 이런 조직의 구성원들은 일을 통해 동기를 부여받고 또 뿌듯한 성취감도 느낍니다.
나쁜 조직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이는 인용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