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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26. 2023

입장을 갖는다는 것은?

페벗님이 인용한 어린 왕자의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퇴근길에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열어서 보니 전혀 다른 생각들이 펼쳐졌다.


어떻게 무언가의 오너가 되는가?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 살던 시절, 닮고 싶었던 개발자[1]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옆에서 지켜보니 나는 그와 많이 달랐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에 그만큼 애착을 갖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지가 부족한가 자책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결과를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 깨달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그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벗님덕분에 접한 어린 왕자의 문구를 인용하면, 나의 장미꽃은 내가 만든 프로그램보다는 사람이나 공동체에 가까운 듯하다.

<디지털전환기의 오너와 리더> 편을 쓰고 나서 Product Owner에 대한 나의 관점이 달라진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기록을 보면 중국에 있던 2017년도 그랬고, 2020년까지도 서구에서 정의한 전형적인 프로덕트 오너를 내 관점으로 수용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전환기의 오너와 리더> 편에 담긴 사건을 겪고 난 후에는 '내 새끼처럼 제품을 키워온 사람'으로 정의를 바꾸었다.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PO와 '내 새끼처럼 제품을 키우는 사람'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예전에 드라마를 보면 자식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던 말이 생각난다. '내 새끼처럼 제품을 키우는 사람'도 자기 자신보다 제품이 소중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그가 정말로 애착을 갖는 것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키우며 공들인 시간에 대한 긍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앞서 인용한 문구를 보며 생각한다.


반면에 실리콘밸리식 PO는 아마도 자본 시스템이 만든 역할 모델일 듯하다. 그도 '내 새끼처럼 제품을 키우는 마음'이 없지는 않겠지만 회사 혹은 투자자와 관계를 맺는 순간 사회적 계약에 따른 책임 수행이나 평가가 훨씬 더 부각될 것이다.


최근에 나는 실리콘밸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프로덕트 오너 역할을 하는 분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뵐 수 있는 행운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직업을 넘어서 사람이나 인간에 대해 배운 측면이 있다.


경영이란 자신이 일군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되는 행위

페벗님이 같은 글에 인용한 또 다른 문구가 있다. 어린 왕자를 읽지 않아 앞뒤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앞선 문구는 '오너'를 떠올리게 했다면 아래 문구는 '경영'을 떠올리게 한다.

적어도 지난해 내 경험 중에 가장 짙은 부분은 바로 내가 보낸 시간에 따라 내 안에 자리한 책임을 '경영'이라는 말과 결부시킨 것이다.


실존하는 나이지만 내 이야기는 하나의 허구

나는 분명 살아있지만 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허구일 뿐이다. 해괴한 이야기로 들을 분도 있겠다. 나도 아마 <사피엔스>를 읽지 않았다면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읽은 이상 돌이킬 수는 없다. 살아가는 것은 현재이지만, 내 삶에 설명을 붙일 때는 삶 자체라기보다는 이야기 즉, 허구가 된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이 있다

최근에는 동료의 실무 역량을 키우는 일을 코칭하면서 또 배우는 바가 있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입장이 있다. 당연한 말인 듯하지만, (나를 포함한 사람들 다수는) 이를 소홀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성공적 대화를 돕는 그림>을 자주 써먹는 이유가 증거다.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의 믿음 안에 다른 사람도 가둔다. 게다가 그 믿음 안에 진정한 자신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도 놀라울 정도로 많다. 그러나, 지금 다루려는 화제는 그게 아니다.


동료가 자신의 입장을 인식하고 무언가 만들며 시간을 쓴다. 그렇게 시간에 따라 노력이 축적되면 일종의 장미꽃이 피어난다.

그걸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그가 '장미꽃'에 대해 말하는 빈도가 늘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장미꽃이 아니라 '그의 장미꽃' 말이다. 그리고 잘 들어보면 그 말에 그의 애정이 담겨 있다.


주석

[1] 개발자와 프로그래머는 같은 뜻으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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