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선행 연구 No. 16
적어도 내 경험에서는 전문 경영인 혼자 주도해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낼 수는 없다. 나는 디지털 전환기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애자일이 싫다> 편에서 다룬 애자일 수용이 어려운 이들이 승승장구하던 시절은 다 끝났고 주장한다. 답을 찾고 있는 현재인지라 해결책을 말할 수는 없고, 기업들이 놓인 위치에 따라 오너와 리더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글을 쓴다.
나는 꽤 오랜 기간을 창업주가 물려 받은 회사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거나 그런 분을 모시는 전문경영인과 몇 차례 소통을 나눈 일이 있다. 그러면서 배운 바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물려받은 기업의 오너 입장은 다음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답답한 아버지의 사람들로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는 없는데...
그런데 대기업이라면 답답한 아버지의 사람들을 섣불리 해고할 수 없다. 요즘 말로 ESG라고 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값때문이다. 나는 2011년경 가까운 사람들이 다니는 회사가 IPO 이후에 쓸모(?)가 사라진 고참 사원들을 처리하려는 진영과 회사가 사주만을 생각하고 자신들의 생사를 고려하지 않아 노무법인을 고용해 대치하던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일이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대기업의 상당수는 적어도 물밑에서 이런 대립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절친 중에 한 사람이 대기업 부장이다. 그는 혁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사주가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모두 알고 있는 심복들을 내치지 못하는 이유를 든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평가인듯도 하지만 나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너를 모신(?)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들은 마치 과거의 간신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물론, 그들이 조직을 키워온 과정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들은 당시 최선을 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창의력이 지배하는 지식정보사회라면, 서두에 말한 디지털 전환기라면 그들은 리더로서 빵점일 수도 있다. 그들은 불굴의 의지로 오너를 도왔을 뿐, (경영 석학들이 말하는) 오늘날 리더의 전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년전 대기업 팀장이 디지털 전환 자문을 해달라고 찾아왔다. 나는 그에게 어떤 비즈니스 효과를 기대하는지 물었다. 그에게 디지털 전환 자문은 데이터에 대한 것이고, 컨설팅 업체가 와서 보고서를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것은 할 생각이 없고, 그가 이해할 수 있도록 예상하는 효과를 말했다. 그는 당황했다. 훗날 배경을 아는 지인에게 물었더니 역시나 오너 지시로 내려온 것이고, 오너가 의지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후로 나는 오너의 뜻을 직접 소통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지 않는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기의 리더 전형에 대해서는 앞서 쓴 두 개의 글에 내 생각도 담겨 있다. 그렇다면 오너는 어떤가? 이 시기의 창업자는 사업의 성패가 그가 적합한 오너인지 아닌지를 알게 해줄 것이다.
이번에는 디지털 전환기 이전에 만들어진 기업의 오너에 대해 생각해보자. 자신이 창업하고 전환을 필요할 경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새로운 세상의 방향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이에게 위임하고, 최종 의사결정만 하는 식으로 자신의 리더쉽을 증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대기업의 경우는 이렇게 간단한 설명으로 풀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물려 받은 오너가 있고, 이미 곳곳에 리더들이 자기 방식으로 다시 말해서 디지털 전환기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조직의 일상을 끌어가고 있을 때 오너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일부나마 경험을 하며 귀한 경험을 얻었다.
그에 따르면, 오너는 직급이나 그의 사회적 지위, 연륜같은 객관적 조건을 무시해야 한다. 객관적인 이점이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는 도리어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너는 미래의 기업이 추구할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한 가치의 일부라고 소중히 하고 지켜가려는 구성원을 리더로 만들어야 한다. 조직의 다른 구성원이 그를 리더로 받아들이게 하고, 그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리더로 성장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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