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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Feb 02. 2023

내 인생을 위한 '머니볼'

<Don't Trust Your Gut> 읽고 행동 변화 만들기

종종 영상을 통해 인상 깊은 영감을 주신 송길영 부사장님의 3Pro 영상에서 소개한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원제: Don't Trust Your Gut)>의 머리말을 읽으며 감명을 받은 부분을 인용하고 생각을 덧붙입니다.


여섯 개의 흥미로운 질문

이 책을 반쯤 읽고 소감과 기억나는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논문 같은 글로 들린다고 했다. 흥미로운 반응이다. 먼저 반 정도 읽은 상태에서 머리말에 대한 독후감을 쓴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책은 머리말에 주제가 될 6가지 질문을 글머리 목록으로 간결하게 제시한다. 요즘 지인들이 워낙 ChatGPT에 대해 말을 하길래 이 질문에 대해 ChatGPT는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해져서 해봤다. 여섯 개 중에 세 개만 한글과 영문으로 물었는데 대동소이한 느낌을 줬다.

한글로 하면 약간의 오류가 있고,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개발자 배경 때문인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워낙 많이 들어서 그런지 마치 위키피디아 개요를 보는 듯이 잘 정리한 문장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스포일러가 그렇게 위험하다!)


새로운 기술이 주는 감동과 쓰임새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낮에 들은 동료의 평가(논문 같은 책으로 보는)와 즉흥적인 생각으로 ChatGPT에 질문을 넣은 두 사건의 여파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ChatGPT 때문에 구글 역할이 끝났다는 식의 영문 제목을 본 기억이 있는데, 방금 ChatGPT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알려줬다고 해도 나는 책을 읽을 것이다.


위키피디아에서 뜻을 찾아보는 의도나 그 경험과 논문 같이 근거가 있는 글을 인내심을 갖고 보는 의도와 경험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술이 과거에 없던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받은 감동과 쓰임새는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얼굴을 다양한 장소에 비추라

반가운 문장이다.

데이터과학자들이 발견한 성공의 비결은 '다양한 장소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다.

반가운 이유 중 하나는 꽤 오래전 감동이 떠올랐다. 이제는 상식이 되어 버린 감동이란 표현이 우습긴 하지만, UV 혹은 비슷한 유형의 '주목'에 대한 지표가 가장 먼저 측정되는 이유를 처음 알았을 때는 꽤나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다.


두 번째는 내가 (이제는 사랑하는) '아기 발걸음' 원칙을 따르고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은 시행착오의 총량이 성취에 절대적이라는 믿음인데, 인용한 문장은 그러한 믿음을 긍정하는 동지 그것도 존경스러운 데이터과학자 동지를 만난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장소'에 방점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라. 나는 저자의 의도를 반만 읽고 내 과거 경험에 빠지는 오류를 잠시 범했지만, 그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당신 인생을 위한 '머니볼'

나는 한글판 책의 제목이 원문 제목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문 제목을 그대로 쓰고 싶지 않았다면, 차라리 '당신 인생을 위한 머니볼'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출판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 무시해도 좋은 생각이다.


내가 (논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물론 직접적인 동기는 송 부사장님 추천에 있지만, 기대만큼 흥미는 없지만 다 읽으려는 이유는 아래 문장을 믿는데 유용하다는 판단에 있다.

데이터가 우리의 편견을 수정하는 데 유용하다 <중략> 나는 그 공식을 '데이터 중심의 인생 해법'이라고 부른다. <중략> 모두가 자기 삶의 빌리 빈이 되도록 해주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인생을 위한 '머니볼'을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선 이 책을 읽고 있고, 동시에 <팩트풀니스>를 다시 읽고 있으며, 역시 동시에 현직 데이터 분석가가 포함된 독서 모임에서 <린 분석>을 함께 읽고 있기 때문이다. 책 세 권 읽었으니 준비가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리듬을 크게 바꾸지 않는 상태에서 가장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아기 발걸음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나는 저자가 의도한 대로 데이터를 믿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소한 종교보다는 데이터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질 것은 뻔하다.


데이터교의 전도사의 발언처럼 느껴지는 아래 문장도 밑줄을 쳤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그 믿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신을 믿는다. 신이 아닌 사람들은 모두 데이터를 가져와야 한다."

사실 데이터교라는 표현은 5장 말미에 나오는 다음 문장 때문에 생각해 낸 것이다.

데이터를 믿어보라!


인생의 내야 시프트

매력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이다.[1]

우리가 머니볼식 접근법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이것과 마찬가지로 이상해 보이는 결정들이 타당성을 획득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결정들을 '인생의 내야 시프트'라고 부르자.

친절하게도 머리말 안에 벌써 예시가 나온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영업사원이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영업사원이 웃음 대신 덤덤한 표정을 지었을 때 상품 판매량의 증가 효과는 무료배송 혜택의 두 배 정도에 달했다.

그리고 저자는 작가로서 스스로 행한 인생 내야 시프트 사례도 알려 주었다.

밑줄이 많이 그어진 문장들에는 다른 문장들보다 '당신you'라는 단어가 12배나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당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정말 좋아한다.

 

신에서 느낌으로, 느낌에서 데이터로

(실천은 훈련 시간이 걸릴 테니) 일단 믿어보자. :)

데이터과학자들이 만들고 분석하는 어마어마한 데이터세트들이 우리 자신의 마음속 편향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다.


주석

[1] 엉뚱하게도 내야 시프트라는 표현 때문에 2022년에 본 야구 콘텐츠에서 이순철 의원이 한화의 외국인 감독의 극단적 내야 시프트가 투수의 심리 상태에 악역향을 준다고 비난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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