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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05. 2023

메르스 후진국, 코로나 선진국, ...

<세상 물정의 물리학>을 읽고 생각하기

지난 글에 이어 <세상 물정의 물리학> 26쪽 ~ 42쪽까지 내용을 읽고 생각한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행동 가능한 문제 정의가 통계물리학을 만나다

단호한 표현에 사이다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처음부터 병원이었다.

제가 오랫동안 행동 가능한 문제로 바꾸기 혹은 일차 함수라고 표현하던 말인데, 책의 뒷부분에 나오지만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이런 접근법이 통계물리학이었습니다.


책은 메르스 방역에 실패했을 때 쓰인 것인데, 읽으면서 COVID19 대처는 이를 반영한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병에 걸려 낫기 위해 찾아가는 병원이 다른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언뜻 생각하면 끔찍하다. 하지만 전염병의 전파를 막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꽤 좋은 소식이다. 병원만 조심하면 쉽게 전염병 전파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상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는 종종 직관에 위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대체 뭐가 문제야>라는 인생 책에서 배웠는데, 학문적으로 이는 통계물리학과도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지수함수를 마주하다

지수함수 꼴을 따르는 감염자수의 증가는 초기의 적극적인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제가 익숙한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는 시스템 성능 증가를 다룰 때 선형 증가를 추구합니다. 지수함수는 경험적으로 시스템 다운을 초래할 위험을 갖죠. 하지만, 학창 시절 수포자였던 저는 이 참에 지수함수에 대해 잠깐이라고 복습(?)을 해볼까 싶어 졌습니다. [1]


현 정부의 대통령실이 일하는 방식입니다. 메르스가 찾아오지 않아 다행입니다.

다들 안다. 소문이 소곤소곤 귓속말로 전해지면 애초의 내용이 쉽게 왜곡된다는 것을, 왜곡된 귓속말은 근거 없는 괴담이 되어 전파된다. 공신력 있는 정부의 믿을 수 있는 발표가 없는 상황이라면 괴담을 공황panic을 만들 수도 있다.

반면에 지난 정부 질병관리청은 저자와 이해의 기반이 비슷했던 듯합니다.


대중은 어리석지 않다

논문의 결과 중 내가 특히 인상 깊게 기억하는 것은 출구가 어디인지에 대한 올바른 정보의 중요성이다.

영화 볼 때 비상구에 대해 안내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저자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면 대중은 어리석지 않다고 말합니다. 다음 문단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남이가'만 되풀이하는 그런 정치인은 결코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랬다고 앞으로도 구태를 계속하는 것을 그냥 둘 수는 없다. 그 변화는 그들이 아닌 평범한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앞서 저자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면 대중은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을 호도하려는 이들은 잘못된 정보로 무장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굴욕적인 친일 외교에 대한 신문들의 호도를 보면 국민들을 속이기 위해 모두 강력하게 연합한 듯합니다. 머지않아 또 '촛불 집회'와 같은 일이 필요할 듯도 합니다.


누가 지역감정을 만드는가

그래프에 따르면 대략 남북 방향으로 200km를 넘어서면 두 지역의 투표 성향은 상관이 없어진다. 동서 방향으로는 약 100km가 넘으면 상관관계가 음(-)이 된다. 사람들의 투표 성향이 아예 반대가 된다는 의미다.

저자는 1963년 이후의 데이터를 비교하며 지역감정이 30년 사이에 고착화된 것임을 증명합니다.

이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을 동서로 양분하는 지역감정은, 길게 잡아 30년도 안 되는 한국 현대사의 암울한 기간에 만들어지고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 지역감정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평범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투표에 의해 선출되기를 바란 정치인을 위해 조장된 것이다.

점심에 역삼동 부근의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함께 식사를 하러 가던 지인이 국힘 태영호 의원의 현수막을 보고 뭐라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개신교인(?) 차림을 하신 분이 반가운 얼굴로 조만간 태영호 의원이 5.18이 북한에서 지령을 내린 것임을 밝히는 발표를 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저희에게 했습니다. 지역감정을 만드는 방식은 지금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치밀하게 진행 중인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국민 통합을 방해하는 자들은 평범한 우리가 아니다.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차이를 과장해 우리를 또 다른 우리와 구별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이용해 손쉽게 선거에서 선출되기를 바랐던(그리고 여전히 바라는) '그들'이다.


주석

[1] 글과 무관한 TMI가 될 수 있어 이후는 생략합니다.


지난 <세상 물정의 물리학>을 읽고 생각하기 연재

1. 가치중립적인 과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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