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책 <웨슬리 나라>
제목: 웨슬리 나라
저자: 폴 플레이쉬만
일러스트: 케빈 호크스
출판사: 비룡소
어느날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이렇다할 코멘트를 남기지 않은 남편이 한마디 했다.
“이 책 재미있다.“
좀처럼 그런 말을 잘하지 않은 사람인데, 무슨 책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 보다 내가 먼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유별난 아이 웨슬리
웨슬리는 조금 독특한 아이이다. 무리들 중에 나쁘게 말하면 괴짜,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어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그런 아이이다.
남들 다 좋아하는 피자와 콜라를 즐겨하지 않고, 많은 소년들이 열광하는 축구도 바보 같은 운동이라 생각해 여느 친구들과 ‘다른’ 웨슬리는 따돌림당하는 외톨이다. 그리고 그런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님을 웨슬리 스스로 이해하고 수긍한다. 그러던 어느 날 웨슬리는 긴 여름방학을 맞이해 학교에서 배운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작물이 되어 하나의 문명을 일굴 수 있다”는 수업내용을 듣고 자신만의 문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날 웨슬리는 밭을 일구고 농작물을 가꿀 설렘에 집 앞 흙을 일군 채 잠이 든다. 그날 밤 어디선가 붉은 가루를 내뿜는 바람이 불어오고 다음날 일어나 보니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을 한 꽃과 열매가 피어나 있다.
웨슬리는 그 열매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낸다. 열매의 껍질을 이용해 입고 다닐만한 옷과 모자를 만들기도 하고, 열매를 주식으로 삼아 식량을 채운다. 그런 웨슬리를 보며 친구들은 처음에는 비웃었지만 웨슬리의 밭이 넓어지자 호기심으로 다가와 본인들도 합류하게 된다. 작물을 이용해 여러 가지 유용한 도구로 이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놀이까지도 계산해 내는 <웨슬리 나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 마을의 외톨이이자 놀림감이었던 웨슬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존재로 거듭난다.
다르다는 불안함이 위대함으로
나와 남편은 왜 이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표현했을까? 이 책을 보는 어린아이 뿐 아니라 이 글을 읽어주는 부모에게 더 고민해 보게 하는 질문들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괴롭혔던 친구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세상을 만들어 친구들을 자신의 문명 세계에 동참하게 하는 건설적 개척자 이야기 말이다.
웨슬리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고 낙담하거나 자존감이 낮아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책과 연구를 즐기고 자신의 왕국을 건설할 만큼 지략도 실천력도 있는 담대한 친구이다. 어쩌면 수업 시간에 오히려 다른 짓을 하지 않고 선생님 말씀에 잘 귀담아듣고 그 안에 숨은 창의력을 드러내는 놀라운 재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표면에 드러나는 모습은 그저 ‘독특하고 재미없는 아이’ 일뿐이다.
우리 각자에게도 그런 남다른 시선이 있다. 분명히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있을 것이다.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는 남다른 시선 말이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TV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드라마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는지 떠드는 것 보다 방 한켠에 앉아 만화책에 빠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세계에 빠져버린 공상 가득한 엉뚱한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 자리에 멈춰 버렸다. 웨슬리처럼 자신의 세계 속 문명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 그것을 발견하고 개척하려면 웨슬리처럼 조금은 독특해서 남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해 ‘외로운 존재’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더 깊이 스스로의 세상을 연구하고 파고들 테니까.
하지만 세상은 그 외로움을 두려워하곤 한다. 그리고 나도 두려워했다. 무리에 섞인다는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경험해 보아서 믿음직해 보이는 길이지만, 그 끝은 언제나 예상 가능한 범주에 속해 있어서 ‘나만의 문명 세계’를 개척하기란 쉽지 않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불편함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불안을 심어준다. 내가 주류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위화감을 주는 것처럼. 아이들의 세계만 그럴까. 사회적 눈이 발달한 어른들이 세계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주류적 안정감은 눈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늘 있어왔다. 그 안도감이 “남들도 하니까”로 치부된다면 마음의 안정감은 심어줄지언정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개척자가 되기는 희박하다.
<웨슬리 나라>는 나의 아이가 어떤 아이가 되길 바라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동시에 이를 함께 읽은 독자 모두에게 질문하고 있다.
“너만의 세계를 개척해 보지 않을래?”
웨슬리처럼 주류에 속하지 못한다고 위축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오히려 그것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지 말이다. 혹 나의 아이가 또는 나 스스로가 외톨이이거나, 남들과는 다른 것 같아 바보같이 느껴지고 외롭다면 너무 낙담하지 않길 바란다. 그 다름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있을 테니까. 우리에게는 창의적인 DNA가 잠재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않나.
웨슬리는 자신만의 문명을 건설했다. 자, 이제 이 이야기를 듣고 나의 마음속이 두근댄다면, 마법의 바람이 솔솔 불러와 내 마음에 씨앗을 심어줄지도 모른다. 그 안에 비밀이 숨어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