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의 응원

그림동화 <뭐든지 잘하는 아기코알라>

by 탤미

글: G.베르카

그림: 로라 라이사흐

출판사: 아이교육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이야기에서 의외의 용기를 얻을 때가 있다. 이 동화가 그렇다. 이미 출판된지 10년은 족히 넘었고, 일러스트나 책 디자인도 요즘 감성과는 사뭇 다른,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 있다. 그런 작은 난관을 넘어 이 짧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 작은 용기가 피어날지도 모른다.




아기 코알라는 친구들과 함께 블록 쌓기, 나무타기 시합, 그림 그리기 등 이런저런 활동을 해보지만, 자신이 친구들보다 못하다는 걸 알고 실증 내며 그만두기를 반복한다. 자꾸만 다른 친구들과 달리 무엇 하나 잘하지 못하는 상황에 어쩐지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무언가를 잘 해내기 위해 열심을 다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결과에 쉽게 도달하지 못하자 심통을 부리며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그만두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 아기 코알라에게 다정히 말을 건네는 엄마의 대사는 잔잔한 용기를 준다.



“아가야, 아빠는 문에 액자를 거는 데 3일이나 걸렸단다.
아빠한테 자전거를 배웠을 때 기억나니?
공원을 얼마나 열심히 돌았는지 생각해 보렴.
롤러스케이트를 처음 탔을 때는 얼마나 많이 넘어졌니.
게다가 처음에는 머리도 엉망으로 빗었잖아.
뭔가를 잘하려면 언제나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무언가를 잘하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 나는 왜 이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혔을까.

지난날, 남몰래 ‘남들과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성실을 기울였던 스스로에 대한 애잔함 때문이었을까. 혹은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회피했던 경험들 때문일까.

자존심만 센 목적주의적 어른인 나에게, 코알라 엄마의 조언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작은 깨달음을 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강하고 자랑스러운 행동인지를 말이다.


특히 과거에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 운전 연수 방식은 예전보다 많이 간소화되어, 면허증을 따는 일이 이전보다는 쉬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실전에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인 나는 조금은 안심하며 학원에 등록했다.

필기 시험은 70점 이상이면 통과할 수 있었기에, 출제 문제 위주로 연습해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반면 실기 시험은 달랐다. 첫 시험은 떨어질 걸 예상하고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응시했다가,채 몇 분을 주행하지도 못한 채 “내리라”는 시험관의 근엄한 표정에 풀이 죽어 탈락했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이제 도전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이 정도면 시도해볼 만하지” 하는 안도감으로 시험에 응했지만, 이마저도 떨어졌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나는 세 번째에 붙었다. “공식적으로” 말이다. 즉, 실제로는 세 번째 시험에서도 떨어졌다는 뜻이다.

부끄러워서 사람들에게는 “두 번 떨어지고 붙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 시험 전에 주행 연습을 도와주던 선생님이 “시험 봐도 될 정도로 많이 늘었다”며 부추겨서, 냅다 응시했다가 이번에도 길을 헤매고, 속도도 제때 줄이지 못해 탈락한 것이다.

세 번째마저 떨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까짓 운전면허증에 이렇게 많이 떨어진 내가 한심하고, 부끄러워 실연당한 여자처럼 버스 안에서 눈물을 꺽꺽 삼켰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께 “또 떨어졌다”고 말하면 “넌 왜 이런 것도 못 하냐”며 비난할 게 뻔했고, 나 스스로도 바보 같고 부족하게 느껴져 그날 시험을 봤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스스로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멈출 순 없었다. 이대로 포기하면, 지금까지 들인 돈도 아깝고, 남들 다 하는 운전면허 하나 못 따는 실패자가 될 것 같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주행 코스가 쉬운 시험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가장 쉽다는 직선 코스의 시험장을 수소문했다. ‘합격 보장’, ‘무사 통과’ 같은 문구가 붙은 곳을 찾은 것이다.

분당에 살던 나는 잠실에서 학원 버스를 타고 포천에 있는 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갔다. 무려 포천까지 말이다. 세 번이나 떨어진 나는 이번엔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주행 연습에 성실히 임했고, 시험관은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시험 보는 동안 제가 잘 알려드릴게요”라고 용기를주었다.

다행히 그곳은 정말로 ‘붙을 수 있게 도와주는’ 합격보장의 위엄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결국 네 번째에 운전면허에 합격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이번에도 떨어졌다면, 나는 정말 바보 천치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별것 아닌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눈물까지 흘리며 스스로를 비난했는지 모르겠다. 조금은 여유롭게 “아, 세 번이나 떨어졌네? 창피하긴 하지만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문에 액자를 거는 데 3일이나 걸려도 묵묵히 해내는 코알라 아빠처럼, 나도 그런 묵묵함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쉽게 면허를 따놓고도 장롱면허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도 많은데, 나는 면허를 딴 뒤 꾸준히 운전하며 지금은 어려움 없이 운전하는 자신을 왜 자랑스러워하지 못했을까.

우리는 무언가를 잘 해내기 위해 열심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열심을 다했음에도 잘 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함부로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나가는 사람은, 그 성실함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스스로를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테니까.

아기 코알라는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분명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내는 아이로 자라지 않았을까?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려는 사람에겐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엔 잘하게 될 거라고. 그러니 낙담 말고, 열심히 해보자. 무엇이든.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2화나만의 문명사회를 꿈꾸며 <웨슬리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