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는 나쁜 말을 했다

그림동화 <앤디가 나쁜말을 해요>

by 탤미

앤디가 나쁜말을 해요(Andrew's angry words)

출판사: 아가월드

글: 도로테아 라흐너(Dorothea Lachner)

그림: 테 롱 킹(Thé Tjong-Khing)




부끄럽지만 초등학생 시절 욕을 꽤나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게 또래들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는, 그래서 나를 좀처럼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친구들끼리 그룹 과외를 하고 나와 아무렇지도 않게 욕지거리를 시원하게 하고 있을 때였다. 순간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내가 내뱉은 말에 놀라 당황해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당혹감에 젖은 그 표정을 보고 어린 당시에도 "아, 내가 너무 심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친구들끼리 욕하는 게 더 이상 쿨한 게 아니라는 인식이 들 때까지 여과 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욕을 자주 사용했다.


앤디_0.jpg


오늘 이야기할 <앤디가 나쁜 말을 해요>라는 동화책은 우리가 종종 혹은 이따금 내뱉는 나쁜 말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는지, 그리고 얼마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앤디_7.jpg


앤디는 장난감을 가지고 집에서 놀고 있다. 그때 전화를 급히 받으러 가는 신디 누나가 실수로 앤디를 차버린다. 이에 아프고 기분이 나빴던 앤디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고약한 욕"을 누나에게 퍼부어준다. 그 말을 내뱉자 앤디는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 욕을 들은 누나는 남자친구 테드와 통화하는 도중 너무 바빠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갈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동생에게 받은 욕에 욕을 더해 "고약하고 지독한 욕"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욕을 받아 화가 난 테드는 빵을 배달하던 도중 화가 나 큰소리로 욕을 했다. 이번에는 더욱더 "고약하고 지독하고 끔찍한 욕"을 말이다.


앤디_6.jpg

때마침 집 안 창문을 열어둔 시인의 귀에 들어가게 되는데, 시인이 잠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까먹은 사이 그 옆을 지나던 오토바이가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그 소리에 시인의 머리는 엉망이 되어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대고 "고약하고 지독하고 끔찍하고 무서운 욕"을 있는 대로 퍼붓는다.


앤디_5.jpg

그렇게 여러 사람들을 통해 옮기고 전염된 욕은 말을 타고 지나가던 나잘란 공주에게도, 숲속 공룡에게도, 바다 위에서 물고기를 낚는 어부에게도 전염된다. 이 모든 일은 마치 좀비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연쇄 작용이 되어 전 인구를 병들게 한 것처럼 어떠한 여과 장치 없이 그대로 더 심하게 진화되어 전파된다.

그렇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이 악순환의 욕 퍼레이드는 가장 최악의 욕을 받은 야채 장수 아주머니에게서 끝이 난다. 이런 말 한마디로 말이다.


"별일도 아닌데 뭘 그래요?"


앤디_4.jpg


그리고 처음 시작했던 욕보다 배가 되어 가장 지독한 욕을 받은 아주머니는 그 욕 한 바가지를 낡은 감자 주머니에 집어넣고 깊은 바닷속에 풍덩 던져버린다.


앤디_2.jpg

때마침 자기가 내뱉은 욕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계속 쫓아오던 앤디가 아주머니와 마주치게 된다. 다행히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된 걸 확인한 앤디. 그에게 야채 장수 아주머니는 기쁨을 주는 좋은 말들이 담긴 말꽃송이를 선물로 준다. 이 말꽃송이를 받은 앤디는 지금까지 자신이 내뱉은 욕으로 인해 그 욕을 실어나른 사람들과 공룡에게 찾아가 말꽃송이를 조금씩 나누어준다. 그들은 욕을 받았던 때와는 너무나 다르게 행복한 표정으로 앤디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말꽃송이를 나누어주었음에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이 선물을 보며 집에 있는 누나에게 이 말꽃송이를 어떻게 할지 물어본다.


"고약하고 지독하고 끔찍하고 더럽고 소름 끼치고 무시무시하고 치사한 욕이 생각날 때를 대비해서 잘 간직해두자."


앤디_3.jpg

앤디는 시장 아주머니가 준 말꽃송이를 침대 옆 보물창고 속에 꼭꼭 잘 넣어둔 채 잠이 든다.





이 동화책이 재미있는 건 한마디의 나쁜 말이 얼마나 진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진화된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퍼질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물론 책을 읽어주며 "고약하고 지독하고 끔찍하고~"를 계속 읊어주어야 하니 좀 귀찮기는 하지만, 나쁜 말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아주 잘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나쁜 말이 얼마나 지독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면 나쁜 말의 연결고리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앤디를 통해 시작된 나쁜 말은 다리를 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었다. 어느 누구도 기분 나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런 기분 나쁜 말은 왜 사람들이 구지 다른 사람들에게 내뱉고 나서야 진정이 되고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걸까. 그 말을 받은 분노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을 털어버리지 않고 담고만 있는 건 괴로운 일이니까. 분노를 받은 사람은 다른 대상을 향해 또 비슷하거나 더한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단순한 동화를 통해 나쁜 말이 나쁘다는 사실 외에도 분노의 표출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흘려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한다. 나쁜 말의 끝을 맺는 방법은 모두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나쁜 말을 받은 야채 장수 아주머니는 이 물음에 아주 간단하게 대응한다.

"별일도 아닌데 뭘 그래요?"라고 말이다.

각자가 내뱉은 욕의 이유는 정말 별것이 아니었다. 아주머니의 방식은 그 일이 별일 아닌 걸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나의 감정을 엉뚱하게 소모하고 싶지 않다는 아주 건강한 의지이자 결단이다.


생각해보면 시장 아주머니도 원래부터 그렇게 쿨한 사람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시장에서 일하다 보니 제각기 너무나 다른 인물들을 제한 없이 다양하게 접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좋은 말뿐 아니라 기분 나쁜 말도 더러 들었을 테다. 아주머니는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되받아 보았자 기분 나쁜 건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쁜 말을 하고 난 뒤에는 후회만 남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기분 나쁜 말에 악에 받쳐 되갚지도 말고, 그냥 저 깊은 물속에 쳐박아 버리는 것이다. 다만 기분 좋고 아름다운 말은 한 손에 가득 담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자. 그 말 역시 많은 사람을 통해 영향을 미치고 기분 좋은 여행을 할테니 말이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5화안녕 나의 테디 임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