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이 싫어요
나는 이렇게 매년 겨울철 증량 현상을 겪으며 1년마다 10kg 전후로 살을 찌고, 빼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 출산한 기간 동안 20kg 가까이 늘어난 체중은 줄어들지 않은 채로 이 과정을 거의 8년간 반복하다 보니 내 몸도 이 과정이 익숙해진 듯하다. 하지만 체중을 감량했다가 요요로 다시 살이 쪄갈 때 내 몸은 더 망가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세월이 지나며 노화가 시작된 내장 상태와 회복되지 않는 체력, 잃어버린 탄력 때문 일거라 추측이 된다.
문제는 나의 신체가 갖가지 질환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방송작가로 일하던 시절부터 나를 고생시켰던 목디스크와 라운드 숄더는 아기를 돌보며 더 악화되어 매일 폼롤러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검진 때마다 지적받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수치와 역류성식도염도 심각한 상황이다. 또 댄스 수업을 하다가 가끔 시큰거림을 넘어서 찌릿하게 존재감을 알리는 허리디스크와 족저근막염까지 나를 괴롭힌다. 여성질환 가족력으로 인해 갑상선과 자궁, 유방초음파도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단다. 살을 조금이라도 빼면 바로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임파선염부터 장염, 방광염, 질염, 관절염까지 몸 여기저기 성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야밤에 응급실을 찾아본 적은 없지만 이 상태라면 언제 심하게 아파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사실 더 심각한 것은 내 마음의 상태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한 격언과 정확히 반대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나의 살찐 몸이 마음마저 병들게 한 것이다. 살이 찌면서 내 몸은 점차 비루한 덩어리로 느껴지고, 셀카든 단체 사진이든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두렵고 싫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만 봐도 언제나 불만, 불평이 쏟아졌고, 내 자존감은 한없이 작아졌다. 치솟은 스트레스에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한바탕 먹고는 다음날이 되면 후회하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 몸도 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지만 식욕은 더 무절제함의 극치였다.
나는 이미 지난겨울에도 끝없이 내 몸을 지배하는 요요 현상에 시달렸다.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감량한 것 이상의 폭풍 요요를 맞이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봄부터 시작했던 것이 다이어트 댄스였다. 일주일에 3번, 집 앞 헬스장의 GX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이어트 댄스를 수업을 빠짐없이 다니고 있다. 음악에 맞춰 하나 둘 스텝을 밟다 보면 한 곡이 마칠 때쯤에는 이미 땀 한 바가지를 흘렸다. 쉬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는 곡에 몸을 맡기고 계속 춤을 추다 보면 스트레스도 저절로 해소된다. 게다가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보 정도의 걸음 수를 기록하는 걸 보면 결코 가볍게 볼 수준이 아니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움직이면서 때로는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근육통이 두려워한 시간 동안 집에만 있었다면 결코 이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댄스 수업을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이 댄스 수업과 동시에 간헐적 단식을 진행했다. 운동하기 전날 저녁은 탄수화물을 절제하고, 다음날 운동 후에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을 때까지 물 외에 음식을 먹지 않는다. 지난봄부터 시작한 운동과 간헐적 단식의 결과로 난 지금까지 8개월 동안 10kg을 감량했다. 극단적인 감량이 아니어서일까, 주변에서는 내가 감량한 것을 잘 눈치채지 못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감량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자존감을 무럭무럭 자라나게 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기에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제는 무너진 내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울 행동이 필요하다. 내가 살찌는 원인을 찾아보고,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철저한 성찰을 해봤으니, 지금은 움직여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겨울철 증량을 끊어내기 위해서 그리고 감량한 상태를 내 몸이 건강한 상태로 인지하고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겐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욕심은 금물이다. 지금보다 가벼워진 몸으로 조금 더 건강해지는 것이 먼저다. 내가 생활 속에서 충분히 도전하고,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들을 세워보았다.
일주일에 3번 다이어트 댄스 수업 & 간헐적 단식 유지하기
일주일에 2번 이상 도보 30분 이상 걸어서 외출하기
일주일에 1번 이상 아이와 운동하기 (줄넘기, 배드민턴, 탁구 등)
하루 1번 이상 아이와 함께 먹는 가공식품 간식을 건강한 간식으로 대체하기
하루 7시간 이상 숙면하기
다이어트에도 유행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홈트 열풍이 불다가 바디프로필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혈당스파이크를 방지하는 식단이 유행하고 이제 운동은 크루들과 함께하는 달리기가 대세라고 한다. 트렌드에 따르든 따르지 않든 그것은 상관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몸을 돌보고, 건강을 위한 적당한 움직임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로 알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내가 건강해지는 첫 단추다. 감량이 필요하다면 다이어트가, 증량이 필요하다면 근력을 키우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건강을 얻을 때 모든 걸 얻을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잊지 말자, 언제나 예방이 치료보다 더 나은 해결법이라는 것을. 가벼워진 몸과 단단해진 마음의 밸런스를 향해 오늘도 나는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