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잉그뤠잇 Nov 28. 2024

'붕세권'에 사는 사람의 다이어트(1)

나는 겨울이 싫어요

어느덧 겨울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오고야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추운 게 싫어서 겨울이 싫다지만 내가 겨울을 싫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살과의 전쟁 때문이다. 그리고 난 이 지긋지긋한 살과의 전쟁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역사가 없다. 안타깝지만 냉혹한 현실이 그러했다. 마치 겨울잠을 자려는 곰처럼 겨울이 되면 내 식욕은 더 왕성해지고,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 어딘가에 차곡차곡 저장된다. 보통 새해의 목표 중 하나로 다이어트를 꼽는다고 하지만 나에게 새해부터 다이어트란 이미 늦은 때다. 나는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 겨울을 앞두고 누누이 다짐하곤 한다. 이번 겨울은 체중 증가 없이 버텨보겠노라고 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내가 이렇게 겨울에 유독 쉽게 살찌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그 원인은 다양했다.     


간단하게 나의 문제를 되짚어보자면 증량은 생활 패턴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일단 난 겨울에 먹는 음식들을 참 좋아한다. 붕어빵, 호떡, 군밤, 뱅쇼, 귤, 대방어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거의 겨울 제철인 것이 많다. 특히나 ‘붕세권’에 사는 나로서는 집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찰나에도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붕어빵에 이내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겨울철 간식들은 모두 혈당을 급속히 올리기 딱 좋은 당분과 칼로리를 자랑하기에 매번 ‘그림의 떡’ 인양 단념하며 고사해야 한다.


또 다른 나의 문제는 겨울이 되면 추운 날씨에 바깥을 되도록 나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장보기도 집 근처 도보 10분 이내에서 다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나가는 횟수를 줄이고, 그 반경도 줄이려 노력한다. 집 앞까지 당일에 배송되는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웬만한 약속도 집에서 만나는 등 외출하는 빈도 자체가 줄어든다. 동네병원이나 서점, 아이 학원 등 웬만한 거리는 여태까지 걸어서 잘 다녔음에도 자동차나 스쿠터를 운전하는 일도 늘어난다. 살찌는 겨울에 더 적게 먹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머리로는 알면서 매서운 찬 공기에 더 강력한 집순이 모드가 발동된다. 또 겨울철 증량의 최대 원인은 아이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엄마, 나 이거 먹어도 돼요?”     


기나긴 방학 기간 동안 나와 함께 집에서 같이 뒹굴뒹굴하던 아이는 어느새 또 다른 간식을 찾아낸다.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아이는 간식을 보관하는 팬트리에 하루에도 여러 번 드나든다. 일부러 높은 칸에 간식을 올려두기도 하고, 서랍장 구석으로 숨겨보기도 했지만 아이는 언제나 간식과의 숨바꼭질에서 승리했다. 내게 간식을 달라고 말했다간 잔소리를 듣게 될 것이 뻔하기에 아이는 이제 알아서 자기 간식을 찾아 먹기 시작했다. 아이가 이렇게 자립심이 강한 아이였구나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다. 또 식욕이 주의력과 순간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가설을 눈앞에서 생생히 목격하게 되는 나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한 후에 디저트를 먹고, 점심 식사를 한 후에 오후 간식을 먹고,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를 하는 ‘하루 3 끼니 2 간식 시스템’이 방학 내내 반복된다. 그렇게 두 달을 지내면 아이는 물론 나도 살이 찐 채로 새 학기를 맞는다. 그나마 아이는 키라도 크는데, 나의 몸은 옆으로만 늘어날 뿐 더 이상 위로 자라나질 않으니 자괴감이 절로 든다. 아이 먹거리를 챙겨주면서 아이가 남긴 걸 한입 두 입 먹고, 과일 꽁다리마저 아깝다고 내 뱃속으로 처리하다 보면 금세 나까지 살이 찔 수밖에…. 식사 양이라도 절제하면 좋으련만 아이와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나의 배꼽시계 알람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더 요란하다. 그렇게 겨울방학을 보내고 봄이 되면 다시 늘어난 뱃살에 좌절하며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