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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한솔 Oct 08. 2023

<경복궁> 힐링 탐방기 3편

함화당과 집경당 ~ 향원정 ~ 건천궁 ~ 집옥재 ~ 태원전 ~ 경회루

<경복궁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책 읽고 경복궁 탐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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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야기에 앞서 드릴 말씀은, 필자는   올해 6월 경 경복궁 야간 관람을 다녀왔었다. 아무 배경지식 없이 야간에 가다 보니 그냥 조명에 비친 예쁜 모습만 보일 뿐이더라. 요즘 많은 문화유적에서 야간 관람을 많이 하는데, 기왕이면 주관에 먼저 관람을 한 다음에 야간 관람에 참여하시는 게 낮과 밤의 모습 비교도 가능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그 야간 관람 때 경회루를 중점적으로 봤기에, 이번 탐방에서는 경회루를 가장 마지막 순서로 두었다. 2편 후반에 진술한 것처럼, 남문인 광화문 일대에서 시작했지만 나갈 문은 서문인 영추문으로 정했기에 경회루와 그 앞 수정전을 마지막으로 보기로 한 것.


 솔직히 말씀드려 이날 세세히 보지 않았음에도 5시간 30분이나 소요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탐방한, 즉 3편에 나오는 내용은 1~2편에 비해 날림 수준으로 탐방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나마 위 저서를 읽고 왔기에 그래도 핵심 요소는 둘러보는 게 가능했다. 이 점을 참조하시고 아래 내용 살펴봐주시기 바란다.









11. 함화당과 집경당 : 후궁의 영역

(좌) 함화당  /  (중) 연결통로  /  (우) 집경당

교태전의 북쪽에는 흥복전과 여러 빈들의 거처인 후궁 영역이 있었다. 이 영역과 관련 있는 내전 가운데 함화당과 집경당이 남아있었다. 두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높은 복도가 남아 있어서 원래 궁궐의 복잡한 통로 체계의 흔적을 보여준다.

 왕이나 왕비가 아닌 후궁의 영역이다 보니 역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은 아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인적도 흥복전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그러나, 궁궐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엿보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1~2편 담방지에서 힘을 많이 빼지 않았었다면, 이곳에서 아름다운 건축물과 예쁜 작은 문들 하나하나 살폈을 것이다. 조용해서 쉬었다 가기도 좋은 장소였고.



12. 향원정 : 경복궁 탐방의 하이라이트

(좌) 향원정 및 향원지 전경

 경회루 이상으로 아름다운 엿못으로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데 나는 왜 그동안 향원정에 대해 잘 몰랐을까? 경회루처럼 역사가 깊지는 않았기 때문에 교과서 등에서는 배우지 못하였기 때문인 듯하다. 향원정은 1873년 고종이 건청궁을 지을 때 그 앞에 연못을 파서 연못 가운데에 섬을 만들어 2층의 육모지붕을 얹은 정자이다. 향원정으로 가는 섬에는 나무로 구름다리를 만들어 취향교라 하였다. 즉 고종이 건청궁을 지으면서 경치를 즐기기 위해 향원정과 건청궁에서 건너갈 수 있는 취향교를 만든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에서의 취향교는 향원정의 남쪽과 연결되어 있었다. 6.25. 때 취향교가 불타고 1953년 새로 설치할 때 남쪽에 놓았단다. 관광객의 입장을 반영해서. 그런데 이날 분명히 취향교는 북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찾아봤더니,  2010년대 중후반까지 유지되었다가 근래인 21년 가을경 원래의 위치로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더라. 오래전에 경복궁을 방문하신 분들이 또 와야 하는 이유가 이처럼, 수년 사이에 경복궁에는 복원작업으로 변화되거나 신축된 전각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향원지에서는 수목의 자연은 물론, 주변 건축물과 방향에 따라 산과 도심 풍경도 어우러져 보였다. 서편에서는 동편의 국립민속박물관이 보이고, 북쪽에서는 남쪽의 남산타워도 보였다. 아, 향원지! 긴 말로 표현하지 않겠다. 경복궁 탐방의 하이라이트 지점이다. 경복궁 방문 계획이 있다면 이곳 향원지 일대에서 충분히 쉬어갈 것을 계획에 꼭 넣으시기 바란다.

향원지 북서쪽에는, 한강의 진짜 근원이라는 말을 의미하는 '열상진원'이라는 샘이 나온다. 한강의 옛 이름이 열수라고. 그리고 한국 최초의 전기발상지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1987년 건청궁에서 경복궁에 750개의 전등을 켜는 점등식이 있었고, 이때 발전실은 건충궁 장안당 북행각에 설치하고, 연지의 물로 동력발전을 일으켜 서양식 전구를 켰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책에서 확인 바란다.

 


13. 건청궁 : 궁궐 안의 궁궐

향원정의 북쪽에는 1873년에 건립된 건청궁이 있다. 이는 고종이 주도하여 1873년 영건한 했다.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그늘에서 벗어사 스스로 정국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물로, 왕의 처소인 장안당, 왕비의 처소인 곤녕합과 옥호루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종과 명성왕후가 주로 이곳에서 머물렀는데, 1895년 을미사변 때 명성왕후가 시해된 비극의 장소이기도 하다. 1909년 훼철된 후 1939년에는 조선총독부미술관이 들어섰으며 2007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장안당과 추수부용루

 장안당은 실내 복도각을 통해 곤녕합 서행각으로 연결되었고, 침방인 정화당과 남쪽 누각 추수부용루가 속해있었는데, 모습이 위용 있었으며 멋졌다. 그 현판 글씨는 고종이 썼는데, 기록에 의하면 고종이 신하를 만나기도 하고,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의 공사들을 접견하기도 했다고 하여, 편전으로 쓰인 것으로도 추측된다.

  

장안당의 북행각에는 전기발전실을 설치했으며, 경복궁에 조선 최초의 전등불이 밝혀진 역사적 장소다. 그 앞 터는 관문각이 있던 터다. 관문각이 있었다면, 덕수궁에서 볼법한 서양식 건물을 경복궁에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사바틴이 이곳에서 명성왕후 시해사건을 목격하고 알렸던 만큼 역사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장소인 만큼 관문각만큼은 꼭 복원되었으면 한다.

관문각 - 러시아 건축가 세레친 사바틴과 친군영이 공사를 맡아 2층(일부 3층)의 서양식 건물로 개축되었다. 최초의 양관으로 불리기도 한 이 건물은 국왕의 서재 겸 집무실인 집옥재와 대조를 이뤘다. 집옥재와 관문각 사이에는 서양식 기계추 시계탑도 세워졌다. 사바틴은 관문각에 기거하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목격하여 고발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헐린 시기는 1901년 이후로 보인다.
(좌) 옥호루 /  (중) 정시합  /  (우) 복수당

곤녕합 영역에서는 명성왕후 시해 장소로 추정되는 정시합 일대와 그 부속건물들 및 복수당까지 두루 둘러본 뒤 다음 행선지인 집옥재로 이동했다.



14. 집옥재 : 왕실 도서관


1876년 경복궁에 큰 불이 나자 고종은 창덕궁으로 옮겼다가 1888년에 다시 경복궁으로 돌아와 주로 건청궁에 기거했다. 이미 창덕궁에 지어졌던 집옥재, 협길당 등을 1891년에 건청궁 서편으로 옮겨와 자신의 서재와 외국 사신 접견소로 사용했다. 집옥재는 양 옆벽을 벽돌로 쌓고 내부를 중2층으로 만들었으며, 팔우정은 팔각형의 2층 정자이다. 이 건물들은 중국풍의 요소들이 많이 섞여 궐내에서 이국적인 지역을 형성하며, 복도를 통해 하나의 내부로 연결된다.


 출입은 가운데 집옥재 건물만 가능했는데, 여기는 지금 작은 도서관의 기능을 하고 있더라. 이는, 고종이 책을 통한 새로운 정보의 습득과 개화정책의 구상을 위해 왕실도서관으로 집옥재를 건립한 그 취지를 잇기 위함이겠다.

신발을 벗고 출입해 보니 정말 도서가 진열되어 있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돼 있더라.

경복궁에 이러한 이국적인 풍의 전각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도서관의 공간이 있을 줄이야. 탐방의 막바지에 집옥재 일원의 모습은 매우 신선했다. 집옥재 인근에는 북문인 신무문이 있다. 만약, 이후 행선지를 청와대로 정해 이와 가까운 신무문을 출구로 정했다면, 탐방지의 마지막은 태원전이나 집옥재로 하는 것이 좋겠다.



15. 태원전 : 제례 공간

태원전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모시던 건물로, 나중에는 빈전이나 혼전으로도 쓰였다. 빈전(殯殿)이나 혼전(魂殿), 영전(靈殿) 같은 제사와 관련된 전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빈전은 왕실에 돌아가신 분이 있을 때 관을 모셔두는 곳이고 혼전은 종묘에 모실 때까지 만 2년 동안 위패를 모시는 곳이며, 영전은 돌아가신 분의 초상화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고종은 태원전 재실인 공묵재(恭默齋 - 恭默 : 공손히 침묵한다)에 머물면서 신하들을 만나보는 일이 많았다. 태원전 건물은 20세기 초에 철거되었다가 지금 옛 모습대로 건물이 복원되었다. 건물은 제사 지내는 집답게 단정하고 엄숙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탐방을 시작한 지 5시간이 지나는 시점에, 이제 가볍게 둘러보고 가려고 했는데 태원전 영역은 그 공간이 드 넓었고 전각들도 많이 있었다. 창경궁에서도 본 적이 있는 천랑이 태원전에도 있었다. 한 중국인으로 보이는 일가족이 여기서 한참 사진을 찍을 정도로, 아름다운 구도였다.


궁궐 전각이나 한옥의 미를 푹 즐기고 싶다면 이곳 태원전 일대에서 실컷 보면 되겠다. 이곳은 경복궁 내에서 가장 구석의 외진 곳이라 인적도 가장 드물어 조용하다. 오늘 탐방 후에 다음에는 신무문으로 출입해 태원전과 집옥재, 건청궁, 향원정 일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한번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넓은 녹지공간도 있어 산책 및 쉬어가기도 참 좋아, 잡념을 잊고 힐링을 가능케 해주는 탐방이 될 것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날은 긴 탐방으로 지쳐 자세히 못 보고 마지막 행선지인 경회루로 향했다. 가는 길이 숲길이라 참 좋았다.



16. 경회루 : 경복궁의 상징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잘 알다시피 왕이 신하들에게 큰 연회를 베풀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곳이다. 지난 야간 탐방 때 중점적으로 봤던 곳이 경회루여서 마지막 행선지로 가볍게 둘러보았다. 경회루는 남쪽이나 서쪽에서 보는 광경이 일품인데, 그에 못지않게 동쪽 담장 너머로 가까이 보이는 건축물과 주변 풍경도 대단히 멋지다. 그냥 여기 벤치에 자리만 잡을 수 있다면 한 시간이고 머무를 수 있을 정도로 힐링하기에 좋은 곳이다.


역시나 그 어떤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수많은 건축물이 있는 경복궁 중, 대표장소 3가지를 묻는다면 누구에게 물어봐도 꼭 포함될 곳이 바로 경회루가 아닐까?


수정전

수정전 남측

경회루 남쪽이자 근정전 서쪽에는 1867년에 지은 당시의 궐내각사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물인 수정전이 있다. 궐내각사란 국왕 보좌 또는 왕실 업무와 직접 관계된 관청으로, 궁궐 내부에 위치한 관청이다.

세종 때에는 한글창제의 산실인 집현전이 이곳에 있었다고. 복원된 이후에는 고종의 편전으로 사용되었고, 후에는 군국기무처와 내각의 청사로도 쓰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박람회장으로 쓰이다가 1966년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신인 민속관으로도 이용되었다 한다. 정면에는 큰 월대가 있는데, 이 건물의 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이번 경복궁 궁궐탐방은 근정전부터 교태전까지 둘러본 뒤, 다시 자경전 방면으로 돌아와 동쪽편의 동궁인 자선당과 비현각, 소주방, 자경전을 둘러보았고, 자경전 왼편으로 궁궐의 가운데 위치한 흥복전과 그 북쪽으로 함화당과 집경당, 향원정, 건청궁을 탐방했다. 마지막으로 건충궁 서편으로 집옥재와 태현전을 둘러본 뒤 남쪽으로 숲길 공간을 지나 경회루와 수정전을 간략히 탐방하는 것으로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 행선지에서 가장 근접한 서문인 영추문으로 퇴장했다.


여러 장소를 탐방해 봤지만, 탐방과 후기 글 정리에 있어 가장 힘든 곳이 경복궁이었다. 최소화한다고 했지만 찍은 사진은 300개에 달했고, 뭐가 어땠다고 몇 마디 말로 표현하기 힘들더라. 그냥 한마디로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다른 궁궐은 제공되는 리플릿에 간략한 소개가 나와있는데 경복궁은 워낙 전각의 양이 방대해 리플릿에 안 담긴 내용도 많다. 이렇게나마 탐방기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적으로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책을 읽었고, 또한 탐방 내내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본 덕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19시 이후 입장한 야간 관람이었는데 환했다. 야간 관람은 가급적 가을 이후에 하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앞으로 여러 번 경복궁을 찾을 것 같은데, 몇 달 전에 했던 야간 관람을 다시 한번 하고 싶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근정전과 경회루만 좀 자세히 보고, 다른 영역들은 1분 컷으로 둘러보는 것에서 그쳤다. 그나마도 흥복전과 집경당, 향원정 등 북쪽은 가보지도 않았다. 또한, 분명 야간 개방이었는데 여름 하지와 가까운 시기라 저녁 8시에도 어둡지 않아 야간 탐방의 기분도 크게 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제는 경복궁에 대해 조금 알기 때문에 다음에는 다시 한번 야간탐방을 해봐야겠다.


 이로써 덕수궁, 창경궁, 경복궁 탐방을 마쳤다. 이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창덕궁'과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규모의 '경희궁' 탐방 후기를 준비하겠다. 끝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경복궁 탐방을 위한 필독서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책을 탐방 전 봐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의 저서 제10회 브런치북 공모프로젝트 특별상 수상작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읽고 한양도성으로 힐링여행 떠나보시는 것도 강력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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