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한솔 Oct 07. 2023

<경복궁> 힐링 탐방기 2편

교태전 ~ 자선당과 비현각 ~ 소주방 ~ 자경전 ~ 흥복전

<경복궁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책 읽고 경복궁 탐방하기


https://brunch.co.kr/@greatpine7/131


1편에서는 경복궁의 대문과 정전인 근정전 그리고 왕을 위한 공간, 왕의 집무실인 편전 사정전과 일상생활공간인 침전 강녕전까지를 다루었다.


2편에서는 왕비, 대비, 세자와 후궁들이 생활했던 공간들에 대한 탐방 후기를 나누어보겠다. 첫 번째로는 왕의 침전 강녕전의 바로 뒤에 위치한 왕비의 침전 교태전이다!







6. 교태전 : 왕비의 침실


- 양의문과 굴뚝

경복궁의 거의 모든 전각은 들어가는 문과 사방의 둘레가 행각들로 구성돼 있으며, 입구 문과 담벼락 모두 참 예쁜데 특히 강녕전과 교태전 사이의 골목과 출입문 양의문과 양 옆의 굴뚝이 예쁘더라.


책을 안 읽고 갔으면  굴뚝인 줄 모르고 그저 기둥이며 가운데는 그저 예쁜 문양이구나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가니 굴뚝이라는 것과 가운데 문양이 한자라는 건이 보이고 읽히더라. 서쪽은 '만수무강', 동쪽은 '천세만세'로 왕실의 번영과 건강을 기원하는 길상문이다. 처마 밑 꽃문양도 예쁘더라. 왕비와 왕의 침실로 들어가는 입구 다뤘다.


- 교태전의 복원 시기와 이름의 의미

왕비의 침전이자 비가 궐 안의 살림살이를 진두지휘한 공간이다. 왕의 침전인 강녕전과 마찬가지로 1917년 덕수궁 희정당이 화재로 소실되자 이의 중건을 위해 옮겨졌다가 1995년에 복원, 그러니까 30년이 안된 전각이다. '교태'란 '교태 부린다'의 그것이 아니라, '천지 음양이 잘 어우러져 태평성대를 이룬다'는 뜻이다.

 침전답게 내부가 드넓었고, 건물 한편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바랜 녹색 빛의 작은 문이 흥미로웠다.


- 아미산 굴뚝

창경궁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 일대에 연못과 화계(꽃 계단)가 아름다움을 대표했다면, 이곳 교태전 뒤뜰에는 경회루 연못에서 파낸 흙으로 돋우어 만든 화계와 그 위 네 개의 아미산 굴뚝이 있다. 


세세히 모두 확인한 건 아니지만, 육각형으로 된 굴뚝벽에는 소나무, 매화, 불로초, 국화, 덩굴무늬, 학, 봉황, 사슴 등이 무늬가 조화롭게 배치돼 있단다. 아무튼 화계 위 나무와 굴뚝의 어우러진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 한 참을 바라봤다.



7. 자선당과 비현각 : 동궁

 교태전 탐방 후, 동궁 영역을 탐방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와 자선당과 비현각에 이르렀다. 왕세자는 떠오르는 해와 같아서 세자궁을 동쪽에 세워 동궁이라 부른다. 동궁은 차기 왕위 계승자인 세자의 활동 공간이다.

자선당 / 비현각

자선당은 세자가 거처하던 곳이다. '착한 성품을 기른다'는 뜻으로 자선당은 왕세자와 세자빈의 거처다. 이곳에서 문종이 세자로서 거쳐하며 단종을 여기서 낳았고, 고종시절에는 순종이 거처했다. 비현각은 세자의 집무 공간이었다.


 그런데 경복궁 북쪽의 운현궁 옆에는 자선당 유구가 있다. 자선당이 있는데 그 유구가 또 있어서 아리송할 수 있는데 실상은 이렇다. 1914년 일본인 무역상 오쿠라 기하치로에 의해 동경으로 옮겨져 사설 미술관으로 사용되다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건물이 소실돼 기단과 주춧돌만 남게 되었다.

자선당 유구


이를 1993년 김정동 교수가 발견해 1995년 경복궁으로 다시 옮겨왔지만 ‘돌이 불을 먹어서’ 제구실을 할 수 없다 하여 복원할 때 쓰이지 못하고, 건청궁 옆에 녹산에 위치해 있다. 즉, 지금의 자선당은 1999년 새롭게 복원된 것이다.


문 안으로 보이는 자선당(좌)과 비현각(우)
비현각

비교적 근래에 복원해서인지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선당과 비현각 두 전각이 단출하게 있을 거라는 예상 했는데, 두 전각을 보기 위해서는 약 3개의 문을 통과해야 했다. 둘레는 담벼락 및 행각으로 쌓여 있었으며, 그러다 보니 꽤나 골목길 같은 길이 미로처럼 있었다.


상대적으로 동궁 일대는 넓이에 비해 관광객이 적어 조용했다. 그 고요한 길들을 쭉 걸어 다니는데 건축물들의 단층이 알록달록하니 매우 예뻤고 담벼락은 깨끗한 모습이어서 걷는 내내 참으로 기분이 좋더라.


측간

자선당과 비현각 사이에 두 칸짜리 작은 전각이 보였는데,  역시 책 안 읽었으면 뭔지 몰랐을 것인데 이는 측간이다.  워낙 예뻐서 측간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는데,  그러고 보면 그동안 궁궐에서 측간을 본 적이 없었다. <북궐도형>에 경복궁 측간이 28군데 정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이곳에 두 칸짜리와 네 칸짜리 측간이 하나씩 두 개가 복원돼 있다.



8. 소주방 : 궁중부엌

왕의 수라와 잔치음식을  준비하던 궁중의 부엌이다. 왕과 왕비의 일상 진지를 지어 올리는 내소주방과 궁중의 잔치, 고사 음식을 차리던 외소주방, 그리고 왕의 간식인 다식, 죽, 떡, 등을 차리던 생과방(생물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동궁과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그 보다 더 근래인, 2015년에 복원돼 새집의 느낌이 물씬 났다. 전각의 내부로 통하는 문은 닫혀있어 볼 수 없었다.

생과방 체험

 다만, 생과방은 출입은 통제되어 있었지만 문은 열려 있어 그 모습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모습은 주방이라기보다, 한옥 카페 같은 느낌이랄까?! 참 예뻤다.

나중에 찾아보니 생과방 체험행사를 예약(유료) 하면 이 안에서 임금이 먹었던 궁중병과와 궁중약차를 먹을 수 있더라.



9. 경전 : 신정왕후를 위한 공간

'자경'은 '자애로운 어머니에게 경사가 임하기'를 뜻한다. 고흥선대원군이 고종의 양어머니인 신정왕후 조대비를 위해 지은 대비전이다. 신정왕후는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의 빈으로 남편은 왕이 되지 못했지만 아들 헌종은 왕위로 즉위하였다. 헌종이 후사가 없이 승하하자, 조대비는 고종을 양자로 삼아 왕위를 잇게 했다. 즉 고종의 즉위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다. 1867년 처음 지어졌다 화재로 소실된 후 1888년에 재건되었다 한다. 자경전 앞의 돌짐승 석상이 크기에 비해 임팩트는 강하더라.


청연루 / 협경당

 자경전의 서북쪽에 있는 복안당에는 온돌방을 들여 겨울용 침전으로, 동쪽의 청연루에는 누마루(바닥을 지면서북쪽으로부터 높이 띄워 지면의 습기를 피하고 통풍이 잘 되도록 다락처럼 한 층 높게 만든 마루)를 설치해 여름용 거실로 삼았으며, 청연루 옆에는 시녀들이 기거하던 협경당이 있었다.

 처음에는 강녕전 일대처럼 몇몇 건축물들이 각각 위치해 있다고 생각했는데, 둘러보니 자경전 부속 건축물들은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큰 집으로 구성돼 있더라. 궁중의 가장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대비가 생활하기에 안성맞춤인 구조가 아닌가 싶었다.


- 십장생 굴뚝

왕비의 침전 교태전의 뒤뜰에 아미산 굴뚝이 있었다면, 여기 뒤뜰에는 십장생 굴뚝이 있었다. 여러 개 온돌방의 굴뚝들을 하나로 합친 집합굴뚝으로,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동식물들이 새겨져 있다. 조각하여 새겼다. 자경전의 서편 담장에도 여러 꽃나무들과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는데, 연로한 대비전 주인의 장수를 기원한 것이라고 한다.

 경복궁의 굴뚝은 내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굴뚝과 많이 달랐다. 기능적 역할을 함은 물론, 메시지를 담고 있는 하 나의 빼어난 예술 작품이었다!


10. 흥복전 : 편전

흥복전은 경복궁이 처음 지어졌을 때 있었던 전각이 아니라 1860년대 경복궁을 중건할 때 처음 지어진 것이라 한다. 강녕전과 교태전과 마찬가지로 1917년 창덕궁의 내전에 큰 불이 났을 때 창덕궁의 내전 건물들을 다시 짓는 자재로 쓰이면서 없어졌다. 그러다가 불과 몇 년 전인 2018년도에 복원된, 신상 건축물이다.


 경복궁의 내전 안에 있던 편전으로, 임금이 관원들을 만나 국정을 처리하거나 경연을 열거나 서울에 주재하던 각국 사절들을 만나는데 주로 쓰였다. 그 밖에 부마를 간택하거나 대왕대비에게 존호를 올리는 등의 행사를 열기도 했다고 하는데 당시에도 이랬는지는 모르겠다만 충분히 각종 행사를 벌일 수 있을 만큼 흥복전 일대 부지는 굉장히 넓었다. 이어달리기와 단체 줄다리기가 포함된 운동회도 가능할 듯했다.


 여러 건축물들이 있는 줄 알았는데, 자경전처럼, 사방을 둘러보니 여러 채가 연결된 하나의 큰 집이었다. 배경지식이 없었더라도 딱 봐도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건물임이 느껴질 정도로, 건축물의 색감이 선명하고 깨끗하게 보였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으며 인적도 드물었지만, 외국인 커플, 친구와 한복을 입고 온 방문객이 이곳에서 다양한 각도로 여러 가지 사진을 찍을 만할 정도로 그 공간이 매우 아름다웠다.

 역사적으로나 상징적 의미가 강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텔링 다 빼고, 즉 계급장 때고 공간과 건축물만 놓고 보면 이곳 흥복전은 어느 전각들 못지않게 훌륭했다.





 9시 되자마자 입장했고 부지런히 약 3시간 넘게 탐방을 했지만, 2편에 나오는 전각들까지 보는데 그쳤다. 흥복전까지 보고 나서 오늘 탐방 여기까지 할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되뇌었다. 결과적으로 연차 쓰고 왔으며, 날씨가 좋았기에 온 김에 끝까지 5시간 30분가량 탐방을 했다.


 "경복궁은 세세하게 보려면 2박 3일도 볼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가더라. 자, 그래서 권해드리고 싶은 것은 하루에 필자처럼 5~6시간 혹은 종일 볼 것이 아니라면, 선택과 집중을 하시기를 권해드린다.


 처음에는 근정전부터 교태전, 경회루와 향원정을 중심으로 보는 게 어떨까 한다. 그리고 또한 동선을 짤 때, 경복궁을 많이 와본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 광화문 쪽으로 입장하시길 권하는데, 퇴장은 꼭 광화문으로 할 필요가 없이 여러분의 다음 행선지에 편리한 문으로 나가시면 될 듯했다. 즉, 어느 문으로 나갈지를 결정한 다음 그에 따라 동선을 구성할 것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 제3편에는, 경복궁의 하이라이트 경회루와 향원정을 포함한 탐방기가 담겨 있다. 끝까지 관심을 부탁드린다.



https://brunch.co.kr/@greatpine7/138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도서 표지 뒷면의 이 지도를 때때로 보면서 이동했는데, 원활한 탐방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경복궁 탐방에서는, 특히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도서가 큰 도움이 됐다. 경복궁 내 리플릿이나 안내 표지판에 담겨있지 않은 정보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궁궐시리즈 책 중에 가장 먼저 발간됐고, 또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을만하더라. 경복궁 탐방 전 읽어보시면 유익한 탐방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같은 출판사 인문산책 발간, "제10회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특별상" 수상작인 필자의 저서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도 꼭 읽어보신 다음 한양도성 탐방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분명, 예상 이상으로 힐링의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이다.

이전 06화 <경복궁> 힐링 탐방기 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