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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한솔 Nov 11. 2023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흥인지문 구간>

장충동 ~ 광희문 ~ DDP 성벽 구간과 이간수문, 오간수문 ~ 흥인지문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 발간 기념, 한양도성 전 구간 기획 순성.


한양도성 흥인지문 구간은 숭례문 구간 다음으로 성벽 흔적이 적은 곳이다. 순성길은 장충체육관에서 가깝다. 횡단보도 두고 남산 구간과 흥인지문 구간의 순성길이 구분되며, 요즘에는 흥인지문 구간을 별도로 두지 않고 광희문 남쪽은 남산 구간, 광희문 북쪽은 낙산 구간으로 합쳐 나타내곤 하더라. 하지만, 필자는 예전대로 흥인지문 구간을 별도로 두었으면 하는 입장이다. 단순이 그 길을 밟고 쭉 지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부의 성벽 흔적을 찾아볼게, 또한 주변 명소를 충분히 돌아보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리적 위치로 자연 속에 위치한 다른 구간 순성길과는 달리, 서울 도심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순성길이 힐링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래 순성길 여정을 통해 도심이지만 왜 힐링이 되는 순성길인지 확인해 보자.

 


한양도성 흥인지문 구간

장충동 주택 지역 ~ 광희문 ~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성벽 구간과 이간수문 ~ 오간수교와 오간수문 ~ 흥인지문


흥인지문 구간의 순성을 위해 뒤로 장충체육관과 남산 구간 출발지, 다산 성곽길을 뒤로하고 장충동 골목 속으로 들어갔다.




장충동 골목길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내 우측에 천주교 신당동 성당이 보인다면 잘 찾아온 것이 맞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라 참 조용하다. 고요하고 따스한 이 골목길을 걸으면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 자연 속의 성벽을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힐링 시간이다. 여기 길을 걸을 때에는 주택가 사이인 만큼 생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각별히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당부드린다.

 

여느 골목길과 다를 바와 없는, 한양도성과 전혀 관련 없는 길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곳곳에 한양도성 순성길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가 있고 성돌 흔적도 있다. 

광희문과 다산성곽을 잇는 성곽구간이었던 이곳은,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문화주택단지 조성 과정에서 대부분 멸실되었다. 그런데 일부지만 주택 아래로 묻혀 있거나 잔존해 있는 성벽이 있긴 하다. 잘 모르고 가신분들은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주택 밑과 담벼락의 성벽돌 같은 돌이 성벽돌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하기도 하다.



그런데 주택가 성벽흔적을 알리는 표지판이 생겨, 이전보다는 그 흔적을 확인하기가 쉬웠다. 한 빌라 기둥에 한양도성 성곽 멸실구간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져 있는데, 그 건물 왼쪽과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주택가에 잔존해 있는 성벽의 흔적이 있다. 많은 성벽이 훼손되고 멸실된 가운데 참 용케도 남아 있는 이 성벽 흔적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


그곳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가다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역시나 숙종시기의 넓고 큰 성벽돌을 중심으로 성벽의 흔적이 보인다. 이 부근 흔적은 이번에 처음 보았다. 장충동 골목길은 밤에 주로 찾았었고, 위의 성벽 흔적은 작은 골목으로 또 들어가야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못 봤던 것이었다. 무척 반가웠고, 자리를 지켜줘서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장충동 골목길의 성벽이 멸실된 것은 가슴이 아프다. 마음 같아서야 복원되었으면 좋겠지만, 현재 생활하고 계신 분들이 있기에 인위적으로 복원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되겠다. 하지만, 언젠가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여러 상황이 맞아떨어져 자연스럽게 복원의 길로 향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희문 일대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광희문 성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에 조명에 비친 모습도 대단히 아름답지만 낮에 만나는 광희문 성벽도 예뻤다. 평지이지만 소나무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볼만하다. 또한, 그리 길지 않은 성벽 구간이지만 조선 초기의 옥수수돌 모양의 성벽부터 조선 중기 이후의 네모 반듯한 성벽돌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광희문은 한양도성 4소문 중 동남 방향에 있는 성문으로, 서소문과 함께 도성 안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을 도성 밖으로 내보내는 문으로 사용돼 시구문으로 불렸다. 문밖은 노제 장소였고, 때문에 무당 집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신당리(神堂里)로 불렸다가 갑오개혁 이후 신당리(新堂里)로 바뀌었다는 지금의 신당동 유래 이야기를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광희문은 6.25 전쟁으로 문루와 성문 위 여장이 파괴돼 1976년 고증을 거쳐 복원되었는데, 도로를 개통하면서 원래 위치에서 약간 남쪽으로 옮겨진 지금의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인조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사가 예상보다 빨리 도성에 접근하자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였는데 통과한 문이 바로 광희문이라고 전해진다. 참 여러모로 비극의 역사와 함께한 광희문은 민중의 삶의 애환이 느껴져서 인지 애정이 가는 문이다. 이제는 그 이름처럼 빛이 나는, 희극이 가득한 곳으로 오래도록 민중의 현재와 미래를 밝혀주는 버팀목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성벽 구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성벽 구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 보다 모르는 분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공원 근처를 수없이 다녀보고 심지어 공원 안을 여러 번 방문해 본 분들 조차도 말이다. 성벽 구간은 인근의 두산타워와 밀리오레와 멀리 떨어진 부근에 위치해 있다. 성벽임을 알기 힘든 이유는 옛 성벽돌이 아니기도 하며, 성돌 위 여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조선 후기에는 훈련도감의 별영인 하도감과 화약 제조 관서인 염초청이 있었고, 1925년에는 일제가 일본 왕세자 결혼 기념으로 이곳에 경성운동장을 지었는데 성벽을 이용하여 관중석을 만들었다고 한다. 해방 후 서울운동장으로 개칭되었다가 ‘88올림픽(제24회 서울올림픽)’ 이후 다시 동대문운동장이 되었다. 그리고 2007년 운동장이 헐린 뒤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이때 이간수문, 치성 등 한양도성 관련 유적이 발견돼 현재 일부 복원이 된 것이다. 기왕 복원하는 거 성벽 몸체 위에 옥개석 등 여장도 두어 누가 봐도 성벽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치성

성벽의 가운데 위치쯤에는 치성이 있다. 성벽의 일부를 돌출시켜 단다. 성벽의 부속시설로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한 것이다. 한양도성의 치성은 영조 28년(1752) 홍봉한과 박문수의 건의로 쌓게 돼 영조 29년(1753)에 완성되었단다. 평지구간인 흥인지문부터 광희문 남측까지 모두 5개의 치성이 있었다는데, 모두 사라지고 2008년 발굴 조사돼 정비된 치성 하나만이 이곳에 남아있다. 


 치성의 존재를 모르시는 분들은 이것이 방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냥 디자인의 요소임으로 알지도 모르겠다. 

 

이간수문

뒤로 밀리오레와 두산타워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간수문은 구 동대문운동장 발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 축구장 부지 발굴에서 수문의 홍예 부분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작되었다. 조선 초부터 남산의 개울물(남소동문천)을 도성 밖으로 흘려보냈던 2칸의 반원형의 문으로 이루어진 이간수문은 배수시설 외에도 성곽의 일부로서 방어기능도 있었으며 수문군으로 하여금 이곳을 지키도록 했다고 한다.


수십 년을 땅속에 묻혀있다가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복원된 이간수문을 보니 역시나 감회가 무척 새로웠다. 앞으로는 땅속에 묻히는 일 없이 영원히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길 바란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내에는 이처럼 한양도성 성벽과 이간수문, 치성과 같은 시설을 볼 수 있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다음에 이 근처를 지나신다면 우리의 역사문화 유적인 한양도성의 흔적을 한 번 살펴보고 가시길 권해드린다.



오간수교와 오간수문

DDP에서 흥인지문은 가깝다. 그 가운데에는 청계천 위의 오간수교를 지나는데 다리의 난간이 그냥 난간이 아닌 바로 성벽의 여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좀 전의 공원 내 성벽에 이 같은 여장을 세웠으면 했는데, 오간수교에는 여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양도성을 잘 모르고 이를 인지 못하시는 분은 역시나 그냥 이것이 성벽의 여장을 재현한 것인지를 모르실 것이다. 나도 수년을 인지 못했다가 한양도성에 관심을 가진 이후에 알게 되었으니까. 


오간수교 한가운데에서, 특히 밤 무렵 이곳에서 청계천으로 보이는 전경은 무척 아름답다. 내가 한양도성에서 보는 가장 사랑하는 장면 중 하나로 꼽는 곳이다. 청계천 좌측 보행로 쪽에 5개의 아치가 보일 것이다. 이간수문과 마찬가지로 도성 안의 물을 흘려보내는 기능을 했던, 오간수문이 있다.

 원래 위치라면 오간수교 다리 아래 부근에 이었겠지만, 지금은 다른 방향으로 재현되었다. 우리의 기술력이라면 지금 오간수교 밑에 오간수문을 재현, 물길과 보행로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아무쪼록 저렇게나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긴 하다.


 역시나 오간수교와 오간수문을 전혀 모르시는 분들은, 이 구조물이 그저 심미적인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았다. 그래서 오간수교와 오간수문을 설명하는 안내 표지판이 하나 있었으면 한다.



흥인지문


숭례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문 아닐까? 한양도성의 동쪽 대문 흥인지문. 평지에 위치하여 지세가 낮아 반원 모양의 옹성을 만들어 보강된 문이다. 오늘날의 흥인지문은 1869년(고종6)에 개건 된 것이라고 한다. 흥인지문과 낙산으로 이어지는 성벽이 도로로 인해 끊겨있다. 아래로 차가 지나가면서 언덕을 통해 잇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랜드마크 일대 중에서도 상징적인 곳이다 보니 내외국인 모두가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더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한양도성문화제가 흥인지문 안에서 민속 공연이 펼쳐졌었고 이는 유튜브로 중계된 적이 있었다. 내부가 아니라도 흥인지문 앞 공간을 활용해 문화공연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짧지만 알차다. 골목 속 한양도성 흔적을 찾는 재미가 있고, 가운데 지점에는 광희문이, 종착지 부근에는 동대문역사공원 속 한양도성 성벽과 치성, 이간수문, 오간수교와 오간수문 그리고 흥인지문까지.

 다채로운 공간의 연속이라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도 이 구간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 동대문 일대 아닌가!? 순성과 연계하여 혹은 마치고, 먹거리와 볼거리, 놀거리가 가득한 이곳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내친김에 바로 길 건너 낙산구간의 정상까지 향해도 되고, 아니면 바로 앞의 흥인지문역사공원 일대의 언덕까지만 올라가 동대문 일대 지역을 내려다보는 광경을 즐겨도 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그냥 앞으로 걸어 나가면야 금방 순성이 끝나지만 이것저것 보고 느끼며 지나간다면 시간이 꽤 소요되기에 필자는 다른 구간과 합쳐 걷는 것도 좋지만, 별도로 심도 있게 다녀가시기를 권해드리는 바이다.


 고요한 골목과 화려한 도심, 문화유적과 현대 건축물의 조화. 이 모두를 느낄 수 있는 흥인지문 구간이다. 밤에 가도 좋다!




한양도성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 가신다면 더 풍성한 탐방이 되실 것이다. 필자의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도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anyangdoseong

https://brunch.co.kr/@greatpine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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